안녕하세요.
일본 왕실에서 41년 만에 아들을 낳았다고 하네요.
축하할 일입니다.
제가 일본을 싫어하긴 하지만,
그래도 새 생명의 탄생은 언제 어느 때건 축하 받을 일이라고 봅니다.
오늘 제가 이렇게 또 편지를 드리는 까닭은,
일본 왕실을 어떻게 부를지를 이야기하고 싶어서 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언론이 이번에는
일본 왕실에서 아들이 태어난 것을 보도하면서,
모두, 모조리, 몽땅 '일왕'이라고 썼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거든요.
작년쯤엔가 제가 보낸 우리말편지를 덧붙입니다.
우리가 얼마나 창피한 짓을 하고 살았는지......
여론 주도층이라는 언론, 정치인들이 하는 꼬락서니를 한번 보시죠.
[일본 천황?]
오늘 뉴스를 보니,
‘日王 사이판 한국인평화탑 방문’이라는 기사가 있네요.
아침에 방송에서도 그런 내용이 나오고...
몇 년 전 이야기를 좀 할까요?
일본국왕을 어떻게 쓸지를 두고 언론사마다 제각각 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쯤에는,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등이 ‘일왕’으로 썼고,
‘천황’이라고 쓴 곳은 동아일보, 한국일보, MBC 따위며,
대한매일, 문화일보, KBS, SBS는 일왕, 천황, 일황 등 여러 호칭을 사용했습니다.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 왕을
동아일보, 국민일보, 한국일보, 연합뉴스, KBS는 ‘천황’으로 썼으며,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대한매일, 세계일보, SBS, YTN은 ‘일왕’으로 썼습니다.
그러나 MBC는 유독 ‘일황(日皇)’이라는 ‘독자적인’ 표현을 고집했죠.
MBC는 2001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천황이라고 부르는 게 글자 뜻 그대로 ‘황제 위의 황제, 하늘의 황제’를 가리키는 일반명사가 아니라,
대통령, 주석과 마찬가지로 단순히 직함을 나타내는 고유명사로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사는 그렇고,
정부는 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일본에 갈 때쯤 공식 외교 문서에 천황이라는 호칭을 사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 언론인은 “일본의 왕을 천황이라고 호칭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며
“조선시대의 왕을 ‘왕’으로 부르고 있는 우리가 일본의 왕을 왕보다 한 단계 높은 천황이라고 불러야 하는가”라고 지적한 적도 있습니다.
대체로 일왕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언론사는
“천황은 일본 사람들이 그들의 왕을 받드는 표현”이고,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 왕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일왕으로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쓰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정치인과 언론도 헷갈리던 일본 왕의 표시였는데,
오늘치 인터넷 뉴스에서는 ‘천황’이나 ‘일황’을 하나도 찾을 수 없네요.
오늘 아침 MBC 방송에서도 ‘일왕’이라고 했습니다. 아마도 방침이 바뀌었나 봅니다. ^^*
농사나 짓고 있는 제가 언론사에서도 헷갈리는 그런 문제를 떠들 수는 없고,
저는 다만, 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 나온 내용을 소개하는 것으로 제 할 말을 대신하고자 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히로히토’를 뒤져보면,
(Hirohito[裕仁])「명」『인』 일본의 제124대 국왕(1901~1989).
1926년에 즉위하여, 제이 차 세계 대전 후에 스스로 천황의 신성(神聖)을 부정하는 ‘인간 선언’을 하였다.
재위 기간은 1926~1989년이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일본의 제124대 국왕’으로... ^^*
날씨가 참 맑네요. 여러분 기분도 그렇게 맑고 화창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