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참 좋죠?
요즘 저는 국회의원 요구자료를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의원들이 자료를 요구하는 게 많아서요.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감사하기 위해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걸 뭐라는 게 아니라,
제가 꼬집고 싶은 것은 자료를 요구할 때 쓰는 몇 가지 단어입니다.
대부분 어떤 자료를 요구하면서,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합니다.
내역(內譯, うちわけ[우찌와께])은 일본어에서 왔습니다.
'내역'이라는 단어만 봐도 일본 냄새가 확 풍기지 않나요?
좀 황당한 일은,
국립국어원에서 이 '내역'을 다듬는답시고 '명세'라고 해 놓은 겁니다.
내역
근데 이 명세도 明細(めいさい[메이사이])라는 일본어거든요.
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명세의 뜻을 풀면서 "분명하고 자세함"이라고 해 놨습니다.
여기서 분명(分明, ぶんめい[붕메이])과 자세(仔細·子細, しさい[시사이])도 일본말입니다.
국립국어원도 이런 실수를 하는 것을 보면,
일본어 찌꺼기가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이 있는지 아시겠죠?
자주 드리는 말씀이지만,
이런 일본어투 단어를 하나도 쓰지 않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없애야할 단어기에 뭐가 일본어투 단어고 뭐가 아름답고 깨끗한 우리말인지는 알아야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 자료를 요청할 때,
'OOO에 대한 자세한 내역을 제출...'이라고 하지 않고,
'OOO을 꼼꼼하게 챙겨서 보내주세요.'라고 하면 어떨까요?
한자나 일본어투 단어를 쓰지 않아서 국회의원의 위신이 떨어질까요? 그럴까요? 진짜로? 참말로?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기여들기 >> 끼어들기]
어제는 동대문시장에서 물건을 좀 구입하러 서울에 다녀왔습니다.
촌놈이 오랜만에 서울에 간 것을 알았는지,
여기저기서 끼어드는 바람에 운전하느라 혼났습니다. ^^*
흔히,
‘차가 옆 차로로 무리하게 비집고 들어서는 일’을 ‘끼여들기’한다고 하는데요.
그건 틀린 겁니다.
‘끼여들기’가 아니라 ‘끼어들기’입니다.
어떤 사전에 보면,
‘끼어들다’나 ‘끼어들기’가 없고,
오히려,
‘끼여들다’를 표제어로 올린 사전이 있는데요.
국립국어원에서 1999년에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끼여들다’를 빼고, ‘끼어들다’만 넣었습니다.
‘끼어들다’만 표준어로 인정한 것이죠.
‘끼어들다’는
자기 순서나 자리가 아닌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서다는 뜻입니다.
어제 제가 서울에서 운전할 때 억지로 끼어든 사람도 나쁜 사람이지만,
여러분도 잘못 끼어들면 사고 나기 쉽습니다.
조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