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0/12] 우리말) 굽실대다

조회 수 8008 추천 수 99 2006.10.12 09:53:53
안녕하세요.

요즘 제가 사고를 안 치고 잘 나간다 했는데,
어제 사고를 쳤네요.
'우스갯소리'를 '우스겟소리'라고 틀리게 썼습니다.
죄송합니다.
오늘치 편지쓰기가 슬슬 떨리네요.
그래도 우리말편지는 보내야겠죠? ^^*

어제 인터넷 뉴스에
'당돌한 직장후배 대처방법'이라는 꼭지의 글이 있더군요.
예전에는 무조건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굽실거렸는데 지금은 그게 아닌가 봅니다.
오히려 윗사람이 아랫사람 눈치를 봐야 한다니...

항상 굽실거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예의를 갖추는 것은 중요한데...

굽실거리다와 굽신거리다...
어떤 게 맞죠?
몸(身)을 구부리는 것이니까 '굽신'이 맞겠죠?

아니요.
대한민국 국어사전에 '굽신'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고개나 허리를 자꾸 가볍게 구푸렸다 펴다."나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자꾸 비굴하게 행동하다."는 뜻의 낱말은
'굽신'이 아니라 '굽실'입니다.
굽실거리다, 굽실대다처럼 쓰죠.


내친 김에,
'곱실'이라는 말 들어보셨어요?
'굽실'이 아니라 '곱실'.
또 '꼽실'은요?

굽실, 곱실, 꼽실 모두 같은 뜻입니다.
다만, 꼽실은 곱실에 견줘 센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면 꼽실보다 더 센 느낌의 말을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설마 꼽실꼽실?

맞습니다.
꼽실꼽실, 곱실곱실, 굽실굽실 모두 국어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입니다.
한번 쓸 때 보다 더 센 느낌으로 말하고 싶을 때 쓰시면 됩니다.

남의 비위를 맞추느라고 좀스럽고 비굴하게 곱실거릴 필요는 없지만,
윗사람을 보자마자 먼저 꼽실 인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고개나 허리를 자꾸 가볍게 구푸렸다 펴다."에서
'구푸리다'는 "몸을 앞으로 구부리다."는 뜻입니다.
'구부리다'는 "한쪽으로 구붓하게 굽히다"는 뜻이고,
'구붓하다'는 "약간 굽은 듯하다"는 뜻입니다.


우리말편지를 마치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가끔 이 자리를 빌려 말씀드리지만,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 편지는
무슨 거창한 저작권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하고 높은 지식이 들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여기저기 책에서 본 것을 옮겼을 뿐입니다. 따라서 누구든지 맘껏 돌려보실 수 있습니다.
혹시 개인적으로 쓰는 누리집이 있으면 그곳에 올리셔도 됩니다.
신문에 일정한 공간을 만들어서 올리셔도 되고,
월간지에 넣으셔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맘껏 쓰세요.
그리고 맘껏 깁고 보태는 짜깁기를 하셔도 됩니다.
제가 쓴 것보다 더 좋게 만들어서 쓰면 그거야말로 저에게는 큰 기쁨이죠.
아무런 걱정하지 마시고 맘껏 쓰세요.
출처를 밝히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쓰시면 됩니다.
저는 제 본업이 따로 있습니다. 농업이죠.
저는 농업으로 밥 먹고 살 테니,
제가 보내드리는 우리말편지는 여러분이 맘껏 쓰셔도 됩니다.
제가 우리말편지로 저작권 주장할 일 없습니다.
이렇게나마 제가 우리말을 아끼는데 한몫을 할 수 있다는 게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이렇게 복습 삼에 전에 보내드린 편지를 하루에 한 꼭지씩 보내드립니다.

[무쏘]

아침에 운전하고 출근하는데,
유달리 ‘무쏘’가 많이 보이더군요.
평소에 제가 무쏘에 불만이 많았기에... 오늘은 무쏘 이야기입니다.

무쏘는 ‘무소’라는 우리말을 뒤틀어놓은 겁니다.
달리 불만이 있는 게 아니라, 우리말을 뒤틀어 놓은 게 싫은 거죠.

‘무소’는 ‘코뿔소’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코뿔소처럼 힘이 좋은 차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무쏘’라고 썼겠지만, 이유야 어찌되었건 한글을 파괴한 것은 비난받아야겠죠.
다행스럽게도 이제는 무쏘를 생산하지 않는다죠?
앞으로는 자동차 이름을 지을 때 고민 좀 하고 짓기를 바랍니다.
전국을 누비고 싸돌아다니라는 뜻의
‘누비라’ 같은 것은 참 좋잖아요.
참고로 저는 자동차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한 10년쯤 전에 나온,
착한 여자에 대한 환상과
능력 있는 여자에 대한 편견을
무참하게 밟아버린 소설책이 있었죠?
그게 바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라는
공지영 님의 소설입니다.
갑자기 그 책 생각이 나네요.

어제 어떤 분이
좋은 책을 몇 권 보내주셨는데,
그 고마움을 생각하면서,
주말에는 시원한 방바닥에 배 깔고 책이나 봐야겠습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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