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15] 우리말) 택도없긴... 턱도없지...

조회 수 8064 추천 수 85 2006.11.15 09:26:09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싸가지 말씀드렸었죠?
오늘도 그런 욕(?)을 하나 소개할게요.

흔히,
"마땅히 그리하여야 할 까닭이나 이치."를 말할 때
'택'이라는 낱말을 씁니다.
영문을 알 택이 없다, 그가 나를 속일 택이 없다, 택도 없는 짓처럼 씁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에 MBC에서 하는 '경제야 놀자'에서도
한 출연자가 '택도 없는 소리'라고 했고 자막도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택'이라고 하면 안 되고 '턱'이라고 해야 합니다.
영문을 알 턱이 없다, 그가 나를 속일 턱이 없다, 턱도 없는 짓처럼 써야 합니다.

'턱'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턱 : 사람의 입 아래에 있는 뾰족하게 나온 부분.
턱 : 평평한 곳의 어느 한 부분이 갑자기 조금 높이 된 자리
턱 : 좋은 일이 있을 때에 남에게 베푸는 음식 대접. 승진 턱/턱을 쓰다/턱을 내다/그는 합격 턱으로 우리에게 술을 샀다.
턱 : 마땅히 그리하여야 할 까닭이나 이치. 영문을 알 턱이 없다./그가 나를 속일 턱이 없다.
턱 : 긴장 따위가 갑자기 풀리는 모양. 나는 마음이 턱 놓였다./방안에 들어앉으니 온몸이 맥이 턱 풀린다.
     무슨 행동을 아주 의젓하거나 태연스럽게 하는 모양. 의자에 턱 걸터앉다/사장이 되어 내 앞에 턱 나타났다.

이렇게 우리 고유어에 '택'은 없습니다.
한자어에서 온 선택, 주택 따위는 있지만 순한글에서 택이라는 단어는 없습니다.

누군가 턱도 없는 짓을 하면 어떻게 받아줘야죠?
MBC에서 '택도 없다'는 자막을 내보내는 그런 턱도 없는 짓을 하면,
어떻게 해야죠?

무척 춥습니다. 비까지 오네요. 건강 조심하세요.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지리하다 >> 지루하다]

한가위 잘 쇠셨죠?
짧은 기간이지만 그래도 찾아갈 고향이 있어서 참 좋습니다.
저는 어젯밤 늦게 고향에서 출발해서 오늘 새벽에 수원에 도착했습니다.

어제저녁에 고향에서 출발하기 전에 도로상황을 보기 위해 뉴스를 봤는데,
온통 ‘북핵 타결’ 이야기뿐이더군요.
KBS 2TV 8시 뉴스였는데,
북핵관련 뉴스가 서너 꼭지 있고 나서,
그동안의 경과를 설명하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그 뉴스를 보내면서 화면 아래에
‘지리한 35개월’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오락 프로그램에서 자막이 틀리는 것은 봤어도,
뉴스에서 자막이 틀리는 것은 본 적이 없는데...
설마 내가 잘못 봤겠지......
그러나 눈을 씻고 거듭 봐도 ‘지리한 35개월’이었습니다.

‘지리하다’는 ‘지루하다’의 잘못입니다.
표준어 규정, 제1부 표준어 사정 원칙, 제2절 제11항에 보면 아래와 같은 내용이 있습니다.
다음 낱말에서는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발음이 바뀌어 굳어진 형태를 표준어로 삼는다.(ㄱ을 표준어로 삼고, ㄴ을 버림.)
ㄱ ㄴ
-구려 -구료
깍쟁이 깍정이
나무라다 나무래다
미수 미시
바라다 바래다
상추 상치
주책 주착
지루-하다 지리-하다
허드레 허드래
호루라기 후루루기

위에 나온 표준에 규정에 따르면,
본래는 ‘지리(支離)하다’가 표준어였지만,
‘모음의 발음 변화를 인정하여’
지금은 ‘지루하다’가 표준어입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는 뜻의 낱말은,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여러 번 하는 이야기지만,
개인인 저는 맞춤법에 맞지 않게 글을 쓰거나, 표준어에 맞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여러 사람이 보고 듣고 읽는 언론은 절대로 그러면 안 됩니다.
더군다나 텔레비전 뉴스 자막이 틀리면......

아침저녁으로 쌀쌀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성과 많이 거두시는 풍성한 가을 맞으시길 빕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82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470
96 [2006/12/05] 우리말) 어제 점심때 [달글] 먹었습니다 id: moneyplan 2006-12-05 8551
95 [2006/12/04] 우리말) 간지럽히다가 아니라 간질이다 id: moneyplan 2006-12-04 8173
94 [2006/12/03] 우리말) 선친 잘 계시냐? id: moneyplan 2006-12-04 8110
93 [2006/12/02] 우리말) 윤슬이라는 낱말을 아세요? id: moneyplan 2006-12-04 8095
92 [2006/12/01] 우리말) 저희 집은 콩켸팥켸입니다 id: moneyplan 2006-12-01 8196
91 [2006/11/30] 우리말) '개사료'가 아니라 '개 먹이'나 '개밥' id: moneyplan 2006-11-30 8081
90 [2006/11/29] 우리말) '메모지'가 아니라 '적바림'입니다 id: moneyplan 2006-11-30 7943
89 [2006/11/28] 우리말) 민생을 잘 추슬러야... id: moneyplan 2006-11-28 7772
88 [2006/11/27] 우리말) 저희 집 애들은 참 띠앗이 참 좋습니다 id: moneyplan 2006-11-27 8077
87 [2006/11/26] 우리말) 가엾고 설운 어린아이 id: moneyplan 2006-11-27 8087
86 [2006/11/24] 우리말) 싸다와 쌓다 id: moneyplan 2006-11-24 8510
85 [2006/11/23] 우리말) 머지않아 연말입니다 id: moneyplan 2006-11-23 8178
84 [2006/11/22] 우리말) 메꾸다 >> 메우다 id: moneyplan 2006-11-22 8137
83 [2006/11/22] 우리말) 난 널 짜장 좋아한다 id: moneyplan 2006-11-22 8080
82 [2006/11/21] 우리말) 첫과 처음 id: moneyplan 2006-11-21 8073
81 [2006/11/20] 우리말) 사바사바? 짬짜미! id: moneyplan 2006-11-20 8502
80 [2006/11/18] 우리말) 구좌가 아니라 계좌/통장 id: moneyplan 2006-11-20 8179
79 [2006/11/17] 우리말) '폼' 버리고 '품' 잡게요 id: moneyplan 2006-11-17 8209
78 [2006/11/16] 우리말)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id: moneyplan 2006-11-16 8281
» [2006/11/15] 우리말) 택도없긴... 턱도없지... id: moneyplan 2006-11-15 80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