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1/26] 우리말) 가엾고 설운 어린아이

조회 수 8101 추천 수 91 2006.11.27 11:24:58
안녕하세요.

어제는 외국인들을 안내하느라 수원과 서울을 좀 싸대고 다녔습니다.
오랜만에 쓰는 영어라 혀에 쥐가 날뻔했습니다. ^^*

요즘 날씨 춥죠?
어제 전철을 타고 돌아오다 보니 이 추운 날씨에도 밖에서 구걸하는 어린이가 몇 명 있더군요.
가여운 마음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몇 푼이라도 넣고 돌아섰습니다.
오늘은 그런 가여운 어린이를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겠습니다.

"딱하고 불쌍하다"는 뜻의 그림씨가 뭘까요?
'가엽다'가 맞을까요, '가엾다'가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복수표준어입니다.
'가엽다'와 '가엾다'는 발음이 [가ː엽따]로 같습니다.
다만, 가엽다가 ㅂ불규칙활용이라 쓰임이 좀 까다롭습니다.
가엽다는
가여우니, 가엽고, 가여운으로 쓰고,
가엾다는
가엾으니, 가엾고, 가엾은으로 씁니다.

따라서,
'추위에 떠는 가여운 사람'도 맞고,
'추위에 떠는 가엾은 사람'도 맞습니다.


이런 게 또 있습니다.
'서럽다'와 '섧다'입니다. 뜻이 같은 복수표준어입니다.
'서럽다'는
'서러워, 서러우면, 서럽고, 서러운'으로 쓰고,
'섧다'는
'설워, 설우면, 섧고, 설운'으로 씁니다.

저는 따뜻한 방에서 잡니다.
아마 여러분도 그러실 겁니다.
우리는 이렇게 따뜻한 방에서 맘 편하게 두 발 쭉 뻗고 자지만,
우리 주위에는 맘 편히 누울 집도 없는 가엽고(가엾고) 설운 어린아이가 많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모두 따뜻한 잠자리에서 하룻밤이라도 맘 편하게 잘 수 있길 빕니다.

저부터 부지런히 나눔의 손길을 뻗겠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어떤 분이 편지를 보내셔서 품사 이름을 명사, 형용사 따위로 쓰지 말고,
우리말인 이름씨, 그림씨로 써 달라고 하셨습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저도 오늘부터는 그렇게 쓰겠습니다.

최현배 님께서 한자 품사이름을 이렇게 다듬으셨습니다.
명사(名詞) → 이름씨
대명사(代名詞) → 대이름씨(갈음이름씨)
수사(數詞) → 셈씨
형용사(形容詞) → 그림씨
동사(動詞) → 움직씨
부사(副詞) → 어찌씨
관형사(冠形詞) → 매김씨
조사(助詞) → 토씨
감탄사(感歎詞) → 느낌씨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95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31
96 [2006/12/05] 우리말) 어제 점심때 [달글] 먹었습니다 id: moneyplan 2006-12-05 8581
95 [2006/12/04] 우리말) 간지럽히다가 아니라 간질이다 id: moneyplan 2006-12-04 8186
94 [2006/12/03] 우리말) 선친 잘 계시냐? id: moneyplan 2006-12-04 8134
93 [2006/12/02] 우리말) 윤슬이라는 낱말을 아세요? id: moneyplan 2006-12-04 8117
92 [2006/12/01] 우리말) 저희 집은 콩켸팥켸입니다 id: moneyplan 2006-12-01 8213
91 [2006/11/30] 우리말) '개사료'가 아니라 '개 먹이'나 '개밥' id: moneyplan 2006-11-30 8098
90 [2006/11/29] 우리말) '메모지'가 아니라 '적바림'입니다 id: moneyplan 2006-11-30 7961
89 [2006/11/28] 우리말) 민생을 잘 추슬러야... id: moneyplan 2006-11-28 7787
88 [2006/11/27] 우리말) 저희 집 애들은 참 띠앗이 참 좋습니다 id: moneyplan 2006-11-27 8100
» [2006/11/26] 우리말) 가엾고 설운 어린아이 id: moneyplan 2006-11-27 8101
86 [2006/11/24] 우리말) 싸다와 쌓다 id: moneyplan 2006-11-24 8528
85 [2006/11/23] 우리말) 머지않아 연말입니다 id: moneyplan 2006-11-23 8201
84 [2006/11/22] 우리말) 메꾸다 >> 메우다 id: moneyplan 2006-11-22 8147
83 [2006/11/22] 우리말) 난 널 짜장 좋아한다 id: moneyplan 2006-11-22 8092
82 [2006/11/21] 우리말) 첫과 처음 id: moneyplan 2006-11-21 8087
81 [2006/11/20] 우리말) 사바사바? 짬짜미! id: moneyplan 2006-11-20 8513
80 [2006/11/18] 우리말) 구좌가 아니라 계좌/통장 id: moneyplan 2006-11-20 8194
79 [2006/11/17] 우리말) '폼' 버리고 '품' 잡게요 id: moneyplan 2006-11-17 8222
78 [2006/11/16] 우리말) 난이도가 있다? 난이도가 높다? id: moneyplan 2006-11-16 8308
77 [2006/11/15] 우리말) 택도없긴... 턱도없지... id: moneyplan 2006-11-15 8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