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는 오랜만에 애들과 함께 놀았습니다.
그래 봐야 저녁 먹고 같이 놀기 시작한 거지만...
한참을 애들과 놀다 지쳐서 잠시 쉬고 있으면,
이번에는 두 녀석이 자기들끼리 놉니다.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한 녀석이 다른 녀석의 배를 간질이면,
그 녀석은 까르르거리며 뒤집어지고,
다음번에는 간질이는 사람을 바꿔 다른 녀석이 뒤집어지고...
제가 보기에는 별로 재미가 없는데 자기들끼리는 뭐가 그리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애들이 별 탈 없이 도담도담 잘 크는 것을 보면
제가 복이 많긴 많나 봅니다. ^^*
오늘은 간질거리다를 좀 알아볼게요.
'간질거리다'는 움직씨(동사)로
"간지러운 느낌이 자꾸 들다. 또는 그런 느낌이 자꾸 들게 하다."는 뜻입니다.
기침이 나오려고 목구멍이 간질거리는 것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했다처름 씁니다.
이의 그림씨(형용사)는 '간지럽다'입니다.
"무엇이 살에 닿아 가볍게 스칠 때처럼 견디기 어렵게 자리자리한 느낌이 있다."는 뜻으로
등이 간지러워 긁고 싶었다, 부드러운 바람에 살갗이 간지러웠다처럼 씁니다.
여기까지는 별거 아닙니다. 쉽습니다.
앞에 나온 '간질거리다'는 동사의 사동사가 뭘까요?
어떻게 하면 "간질거리게 하다"는 뜻의 낱말을 만들 수 있을까요?
간지럽히다? 간질이다?
주로 간지럽히다고 많이 쓰시죠?
그러나
앞에서 나온 대로 '간지럽다'는 형용사입니다.
형용사에 이, 히, 리, 기 같은 접미사를 붙여 사동사를 만들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앞에 오는 낱말이 동사일 경우에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간지럽다가 형용사이므로 간지럽히다는 낱말은 만들 수 없습니다.
"살갗을 문지르거나 건드려 간지럽게 하다."는
'간질이다'입니다.
옆구리를 간질이다처럼 쓰죠.
어렸을 때 많이 불렀던,
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주어라~~~라는 노래 기억나시죠?
저희 집 애들은 서로 간지럽히면서 노는 게 아니라,
서로 간질이면서 노는 것입니다.
오늘도 무척 추울거라고 합니다.
옷 따뜻하게 입고 다니세요.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걸리적거리다 >> 거치적거리다]
어제는 논에서 벼를 벴습니다.
달포 전에는 벼가 많이 쓰러져서 그걸 서너 포기씩 잡고 일일이 묶어 줬는데,
어제 벼를 베다 보니 그렇게 묶어놓은 게 무척 걸리적거리더군요.
벼를 베기 전에 묶은 끈을 일일이 끊어줬습니다.
역시 농사는 하느님께 착하게 보여야 한다는데...저는 그렇지 못해서 이렇게 큰 고생을 하나 봅니다.
흔히,
“거추장스럽게 자꾸 여기저기 걸리거나 닿다.”는 뜻으로
‘걸리적거리다’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이것은 틀렸습니다.
‘거치적거리다’가 맞습니다.
‘걸리적거리다’는 ‘거치적거리다’의 잘못입니다.
뭔가 이상하다고요?
그럼 사전을 뒤져보세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사전에는 이렇게 나와 있네요.
‘걸리적거리다’ : ‘거치적거리다의 잘못’
오늘도 이슬이 걷히자마자 논에 나가야 합니다.
오늘도 힘든 하루를 보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