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4/11] 우리말) 비빔밥을 버무리다

조회 수 7421 추천 수 82 2007.04.11 09:32:15
안녕하세요.

어제 문제는  haky07**님이 맞히셨습니다. 답은 거섶입니다.
답을 맞히신 분께는 어제 오후에 선물을 보내드렸습니다.

많은 분이 남새, 거섶, 푸성귀 따위의 답을 보내주셨는데요.
오늘 치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에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어제 비빔밥 이야기를 이어보겠습니다.
비빔밥은 거섶을 넣고 밥과 함께 잘 버무려야 합니다.
여기서,
"여러 가지를 한데에 뒤섞다."는 뜻의 낱말이 뭘까요?
버무리다? 버물리다? 버물다?

'버무리다'가 맞습니다.
봄나물을 초고추장에 버무려 먹다,
보리밥에 나물을 버무리다,
나물을 고춧가루와 버무렸다처럼 씁니다.

'버무르다'나 '버물다'는 틀립니다.
'버무리다'가 맞고 피동형은 '버물리다'입니다.
송송 썬 달래를 넣고 버물린... 처럼 씁니다.

버무리다에서 나온 '버무리'를 아세요?
여러 가지를 한데 섞어서 만든 음식으로 '콩 버무리'처럼 씁니다.
또,
버무리떡도 있습니다.
"쌀가루에 콩이나 팥 따위를 섞어 찐 시루떡"을 말합니다.

여기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버물다'입니다.
예전에 소개해 드린 적이 있어서 맨 밑에 붙입니다.

선물 못 받으셨다고 너무 서운해 하지 마세요.
가끔, 제 용돈이 좀 모일 때마다 가끔 퀴즈를 내겠습니다.
이것도 저 나름의 우리말 사랑이고
여러분을 사랑하는 한 방법입니다. ^^*

여러분,
사랑합니다. ^^*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야채 >> 푸성귀]

요즘 봄나물이 참 맛있죠?
입맛 돋우는 데는 봄나물이 최고라고 합니다.

오늘은 그 나물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먼저,
'나물'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1.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고사리, 도라지, 두릅, 냉이 따위죠.
2. 사람이 먹을 수 있는 풀이나 나뭇잎 따위를 삶거나 볶거나 또는 날것으로 양념하여 무친 음식도 나물입니다.

'봄나물'은,
"봄에 산이나 들에 돋아나는 나물"을 말하죠.

'남새'는,
"채소(菜蔬)"를 뜻하며,
'채소'는,
"밭에서 기르는 농작물"로 주로 그 잎이나 줄기, 열매 따위를 식용으로 하는 식물을 말합니다.
'채소'를 '소채(蔬菜)'라고도 합니다.
'소채'는 "심어 가꾸는 온갖 푸성귀와 나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국립국어원에서 '채소'로 바꿨습니다.
'채소'를 '야채'라고도 하는데,
야채(野菜, やさい[야사이])는 "들에서 자라나는 나물"을 뜻하는 일본어투 낱말입니다.

반면, '푸새'는,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은 '푸성귀'입니다.

자, 이제 정리해 보죠.
우리가 시장에서 사 먹는 푸른 잎은,
산과 들에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을 뜯어서 모아 놓은 것도 있고,
먹거나 팔기 위해 밭에서 일부러 길러 가져온 것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를 다 아우를 수 있는 낱말이 뭘까요?

앞에 나온 대로 '푸성귀'입니다.
"사람이 가꾼 채소나 저절로 난 나물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이 '푸성귀'라고 했잖아요.
앞으로는 한자말인 '채소'나 일본말인 '야채' 대신에,
아름다운 우리말인 '푸성귀'를 쓰자고요.
'남새'와 '푸새'를 적절하게 쓰셔도 좋고...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하죠.
'들꽃'을 '야생화'라고 하는데,
야생화(野生花, やせいか[야세이까])도 일본어투 낱말입니다.

아직, 국립국어원에서 '야채'와 '야생화'를 다듬지는 않았지만,
누가 뭐래도,
'야채'보다는 '나물'이나 '푸성귀'가 좋고,
'야생화'보다는 '들꽃'이 더 좋지 않아요?

오늘도 좋은 생각 많이 하시고,
남들을 위해 많이 웃는 하루 보내시길 빕니다.


오늘은 우리말편지를 하나 더 붙입니다.

[연루보다는 관련이, 관련보다는 버물다가 낫습니다]

어제 대법원장이
최근 몇몇 판사 등이 법조 비리와 연루된 점을 국민에게 사과했네요.
우리들의 마지막 자존심인 대법원장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오늘은 '연루'를 알아보겠습니다.

연루(連累/緣累)는,
'남이 저지른 범죄에 연관됨'이라는 뜻인데,
국립국어원에서 '관련'으로 바꿔서 쓰도록 권하는 말입니다.
'연루'는 일본말(連累, れんるい[렝로이])에서 온 말입니다.

국가기관인 국립국어원에서 국민이 낸 세금으로 연구해서
이런 낱말은 일본말이니 쓰지 말자고 권하는 낱말 중 하나입니다.
그런 낱말은 언론에서 나서서 쓰지 않도록 권하고,
언론부터 앞장서야 합니다.

오늘은 두 가지를 짚어보죠.
첫째,
국립국어원에서 순화용어를 만드는 것은 참 잘하는 일입니다.
그 순화용어를 만들 때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쓰면 어떨까요?
'연루'를 다듬는답시고 '관련(關聯/關連)'으로 바꾸지 말고,
'못된 일이나 범죄에 관계하다'는 뜻의 순 우리말인
'버물다'를 권하면 어떨까요?
그게 더 낫지 않나요?
순 우리말이 있는데 그걸 두고 한자 '관련'을 쓸 까닭이 뭘까요?
'버물다'가 버젓이 우리 사전에 올라있는데...

둘째,
앞에서 말한 대로
우리말을 다듬는 일은 언론에서 나서야 합니다.
언론의 힘을 언론이 잘 알고 있잖아요.
언론이 사회의 어두운 곳, 더럽고 썩은 곳만을 찾아 조지는 데 열을 올리지 말고,
일본말을 우리말로 바꾸는 데도 힘을 써야 합니다.
'비리에 연루된 판사'가 아니라
'비리에 버물린 판사'라고 내 보내는 언론사가 단 하나만이라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왜 우리 옆에는 그런 언론이 없죠?
제 눈이 이상해서 저만 그런 글귀를 못 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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