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10] 우리말) 범털과 개털

조회 수 7557 추천 수 80 2008.01.10 09:38:12
'범털'은 당연히 호랑이 털이겠죠?
안타깝게도 국어사전에 범털의 뜻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죄수들의 은어로,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보낸 편지에서 '그런데도'라고 써야 하는데 '그런대도'라고 썼네요.
맨 처음 꼬집어주신 분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저는 지금 제주도에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 와서 조금 있다 10시 비행기로 돌아갑니다.
어제는 제 일터에서 범털 모임을 했습니다. 저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범털 이야기나 좀 할게요.

먼저 연구직 이야기를 좀 할게요.
국가 연구직은 연구사와 연구관 두 직급밖에 없습니다.
연구사는 행정직으로 치면 7급 정도 되고, 연구관은 5급 정도 됩니다.
보통 연구사를 15-20년 정도 하면 연구관이 될 수 있습니다.
연구직은 보통 박사 학위를 받고 오기 때문에 30대 중반에 들어오는데,
50이 넘어서야 겨우 연구관을 바라보게 되니... 우리나라 과학자 대우가 이렇습니다. 쩝...^^*

그래서 연구사는 개털이고, 연구관은 범털입니다.
개털은 별 볼일 없다는 것이고, 이에 견줘 범털은 호랑이 털이니 꽤 쓸 만한 거죠.

이랬던 것을,
저희가 말뜻을 바꿔버렸습니다.
연구관님들이야 이미 승진하셨으니 '개털'하시고
범털은 불쌍한 우리에게 양보해 주시라고...
그래서 어제 저희가 범털 모임을 한 겁니다. 개털 연구관님들은 일터에서 늦게까지 일하시고...

'개털'이라는 낱말은 다 아시죠?
개의 털, 사람 몸의 가는 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기도 하지만,
쓸데없는 일이나 행동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별짓을 다 해 봤지만 모두가 개털이었다처럼 씁니다.
또, 개털은
죄수들의 은어로, 돈이나 뒷줄이 없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우리 같은 개털은 몸으로 때우면서 징역 사는 수밖에 없지...처럼 쓰죠.

'범털'은 당연히 호랑이 털이겠죠?
안타깝게도 국어사전에 범털의 뜻은 딱 한 가지밖에 없습니다.
죄수들의 은어로,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말입니다.

개털에는 뜻이 여러 가지지만 범털에는 뜻이 딱 한 가지뿐입니다.
"돈 많고 지적 수준이 높은 죄수를 이르는 말"이라니...
저희는 돈 없는 박사 죄수가 아닌지......

비록 저희가 어제 범털 모임을 하기는 했지만,
낱말 뜻을 알고 나니 좀 찜찜하네요. ^^*
모임 이름을 바꾸자고 해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 편지입니다.


[컷/커트]

평소에 야한 생각을 많이 하면 머리카락이 빨리 자란다는데,
제가 그런가 봅니다.
저는 보름마다 머리를 손질해 주지 않으면 거의 ‘부시맨’이 되거든요
오늘은 시간 내서 이발이나 좀 해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서 머리를 자르세요?
저는 늘 미용실이 아닌 이발관에서 머리를 자릅니다.
그곳에 가면 안면 면도를 해 주거든요.

머리를 자른다고 하니까 생각나는 것인데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을,
영어로 ‘cut’이라고 하죠.

영어 ‘cut’,
이것을 한글맞춤법에 맞게 한글로 쓰면 어떻게 될까요?
‘커트’가 맞을까요, ‘컷’이 맞을까요?

답은 둘 다 맞습니다.
다만, 쓰임이 다릅니다.

전체 가운데에서 일부를 잘라내는 일.
미용을 목적으로 머리를 자르는 일 또는 그 머리의 모양,
정구, 탁구, 골프 따위에서 공을 옆으로 깎아 치는 방법,
야구에서 타자가 투수가 던진 공을 잡아채듯이 치는 일,
농구 등에서 상대방의 공을 가로채는 일
이라는 뜻일 때는 ‘커트’가 맞습니다.

반면에,
영화, 텔레비전 등의 촬영에서 한 대의 카메라가 찍기 시작하였을 때부터 회전을 끝낼 때까지의 하나의 장면.
인쇄물에 넣는 작은 삽화.
촬영할 때에 촬영기의 회전을 멈추거나 멈추도록 하는 신호.
영화의 편집, 검열을 할 때에 필름의 일부분을 잘라 내는 일.
이라는 뜻일 때는 ‘컷’이 맞습니다.

국어학자들이 이렇게 해 놓으니 욕을 듣죠...
하긴, 그 사람들도 현실을 외면할 수 없는 아픔이야 있었겠지만...

이처럼 같은 외래어일지라도
쓰임에 따라 표기를 달리해야 하는 보기가 또 있습니다.
type과 trot입니다.
type은,
어떤 부류의 형(型) 이라는 뜻일 때는 ‘타입’이고,
타이프라이터의 준말로 쓰일 때는 ‘타이프’입니다.

영어 trot의 뜻은,
동사로 속보로 달리다, 명사로 속보...등의 뜻이 있습니다.
말이 경쾌하게 달리는 것을 의미하죠.

이 뜻이 변해서 가요 트로트가 나온 것 같기도 합니다...제 생각에...

어쨌든 지금은,
trot를 ‘트롯’이라고 쓰면 승마용어로 말이 총총걸음을 걷는 것을 말하고,
‘트로트’라고 쓰면, 대중가요의 한 종류가 됩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합니다.
늘 건강하세요.

보태기)
‘머리’에는 “사람이나 동물의 목 위의 부분”이라는 뜻뿐만 아니라,
“머리털”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머리가 길다/머리를 기르다/머리를 감다/머리를 빗다/머리를 자르다/그는 머리가 노랗다처럼 씁니다.
굳이, “미장원에서 머리털 잘랐다”이렇게 안 하셔도 됩니다.
그냥, “미장원에서 머리 잘랐다”고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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