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벌부라는 낱말이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면죄부가 아닌 면벌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제 일터에 대한 감사원 감사가 끝납니다.
그동안 하루에도 네댓 번 불려갔었는데, 이제 한숨 좀 돌릴 수 있겠네요.
감사하니 생각나는 낱말이 있네요.
면죄부라는 낱말입니다.
본래는 중세에 로마 가톨릭교회가 금전이나 재물을 바친 사람에게 그 죄를 면한다는 뜻으로 발행하던 증서를 뜻합니다.
800년경에 레오 삼세가 시작하여 대대로 교회 운영의 재원으로 상품화하였다가,
15세기 말기에는 대량으로 발행하여 루터의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종교 개혁의 실마리가 되었죠.
실은 이 말은 좀 이상합니다.
흔히 너 그러면 죄 받는다고 할 때, 그 말은 잘못된 겁니다. 너 그러면 벌받는다고 해야 맞습니다.
죄는 짓는거고 벌은 받는거니까요.
따라서 면죄부도 죄를 면해주는 게 아니라, 그 죄에 따른 벌을 면해줘야 맞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보면 면죄부가 아니라 면벌부가 되어야 맞습니다.
저는 면죄부가 맞는지 면벌부가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제가 알기로 면벌부는 2003년엔가 교육부 편수자료에 들어간 낱말로 알고 있습니다.
편수자료는 초중등학교에서 낱말을 통일되게 가르치도록 하고자 교육부에서 만드는 일종의 용어집입니다.
면벌부라는 낱말이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면죄부가 아닌 면벌부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설픈 감사는 피감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고,
어설픈 판결은 대기업에 면벌부를 줄 수 있지않나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내기)
오늘 편지는 면죄부와 면벌부라는 낱말을 소개하는 겁니다.
종교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있다/없다 띄어쓰기]
봄비가 내리네요.
농사에 도움이 되고 산불방지에도 도움이 돼 좋지만,
꽃잎이 많이 떨어지겠네요.
오늘은 있다/없다의 띄어쓰기를 말씀드릴게요.
먼저 '없다'.
'없다'는 형용사로 띄어 씀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어이없다, 쓸데없다, 아낌없다, 거리낌없다, 가량없다, 가없다, 다름없다, 느닷없다, 끊임없다, 틀림없다, 상관없다, 거침없다, 변함없다, 빠짐없다, 힘없다, 어림없다, 아랑곳없다, 맛있다, 멋있다, 버릇없다, 문제없다, 수없다...(아이고 숨차...)는
순 우리말과 결합하여 한 낱말로 된 경우는 붙여씁니다.
'있다'도 마찬가집니다.
이것도 쉽게 사전에 있으면 띄어쓰고, 사전에 없으면(곧, 한 낱말이 아니면) 띄어쓴다고 보시면 쉽습니다.
이럴 때 저는 우리말이 살아 있음을 느낌니다.
재밌죠?
'재밌죠'는 '재미있죠'의 준말인데요.
'재미있죠'가 맞을까요, '재미 있죠'가 맞을까요?
'재미있다'가 사전에 올라있는 한 낱말이므로, '재미있죠'라고 붙여 쓰는 게 맞습니다.
그동안 띄어쓰기를 하면서 열심히 달려왔네요.
이제 어느정도 감이 오죠?
이번 주에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정리하면,
우리말은 낱말별로 띄어 쓰고,
품사(동사, 명사, 형용사 따위)도 낱말로 보고 띄어쓰되, 조사만 붙여 쓰고,
한 낱말인지 아닌지는 사전에 올라 있으면 낱말이고 그렇지 않으면 한 낱말이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게 띄어쓰기의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