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서머하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미안하여 볼 낯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보다 더 미안할 때, 곧 매우 미안할 때는
'서머서머하다'고 하시면 됩니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요즘 저는 미안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에 같이 시험 보신 분들이 모두 제 선배님이십니다.
그분들과 같이 겨룬 것 만으로도 저에게는 영광인데
제가 승진까지 하게 되었으니 그저 죄송하고 미안할 따름이죠.
우리말에 서머하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미안하여 볼 낯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보다 더 미안할 때, 곧 매우 미안할 때는
'서머서머하다'고 하시면 됩니다.
'서먹하다'는 낯이 설거나 친하지 아니하여 어색한 것이고,
'서머하다'는 미안하여 볼 낯이 없는 겁니다.
제가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래도 서머서머한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이 자리를 빌려 거듭 죄송하고 미안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어제 선물로 보내드릴 갈피표를 쌌습니다.
훈민정음이 찍힌 한지로 곱게 싸서 봉투에 넣었습니다.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1.
몇 번 말씀드렸는데도 오해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갈피표는 제 용돈으로 만든 겁니다.
어떤 분의 편지처럼 공무원이 업자 등쳐서 만든 게 아닙니다.
'고섶'이라는 전통공예품을 만드는 곳에 부탁하여 제가 디자인한 모양대로 갈피표를 만들었습니다.
(고섶 :http://www.my-shop.co.kr/)
갈피표를 싸는 한지도 제 용돈으로 샀고, 봉투도 제 용돈으로 찍었습니다.
제발 순수한 저의 마음을 덴덕스럽게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늘 아래 떳떳하고, 조상님 앞에 떳떳하고, 어머니 앞과 제 자식 앞에서 떳떳하게 말씀드립니다.
갈피표는 제 용돈으로 제가 만든 겁니다.
만약 여기에 단 1원이라도 남의 도움을 받았다면 저는 하늘의 천벌을 받아 지금 당장 벼락맞아 죽을 겁니다.
제잘 있는 그대로만 봐 주십시오.
거듭 부탁드립니다. 있는 그대로만 봐 주십시오.
왜 좋은 일 한다고 하면서 이렇게 오해를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힘들어서 못 해먹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옵니다.
글을 쓰고 우리말 편지 보내는 게 힘든 것이 아니라, 남들의 오해가 무섭고 삐딱하게 보는 시선이 두렵습니다.
왜 좋은 것을 좋게 보지 못하고, 자꾸 좋지 않은 쪽으로만 보려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수천 명이 좋게 보고, 겨우 몇 분이 삐딱하게 보시겠지만 저는 그 눈길이 너무나 부담스럽니다.
제 용돈으로 갈피표를 만들어 보내드리는 게 정 미더우시면
감사원에 감사를 신청하시거나 농진청 감사관실에 투서라도 보내십시오.
있는 속 없는 속 다 보여주고 싶습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는 이런 글 다시는 쓰지 않을 테니 있는 그대로만 봐 주십시오.
거듭 말씀드리지만,
지금까지 제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면,
제 자식들 앞에서 제가 벼락 맞아 죽을 겁니다. 제발 있는 그대로만 봐 주십시오.
제가 뭘 바라고 우리말편지를 쓰고, 선물을 보내드리는 게 아닙니다.
그저 우리말을 널리 알리고 싶다는 작은 뜻에서 보내드리는 것뿐입니다.
배웠다는 사람들, 특히 그 사람이 공무원이라면 자기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눌 줄 알아야 한다고 봅니다.
저는 그러고 싶어서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선물을 만들어서 보내드리는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는 이런 편지 쓰지 않겠습니다.
만약 이런 편지를 또 쓰게 된다면 그때는 제가 우리말 편지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우리말 편지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제가 가진 것을 남과 나누는 길을 찾겠습니다.
좋지 않은 내용의 편지를 보시는 여러분도 힘드시잖아요.
다시는 이런 편지 안 쓰겠습니다.
2.
선물을 받을 주소를 보내시면서 이름을 적지 않으신 분이 계십니다.
그분들께는 선물을 보내드리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이름이 없으면 반송되어 오거든요.
두 개나 세 개를 보내달라는 분이 계셨는데, 이번에는 모두 한 개씩만 보내드립니다.
수백 명이 보낸 편지에서 두세 개를 보낼 주소를 따로 관리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나중에 따로 편지를 보내주시면 그때 보내드리겠습니다.
갈피표를 훈민정음이 찍힌 한지에 싸서 보냈는데, 한지가 많이 않아서 몇 개는 그냥 종이에 싸서 보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내광쓰광]
안녕하세요.
이런 말씀드리면 건방지다고 하시겠지만,
세월 참 빠르네요. ^^*
이렇게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보내다 왔던 곳으로 돌아갈까 걱정입니다.
여러분은 올 한 해 어땠어요?
연초에 세우셨던 일은 다 마치셨나요?
저는 누구와 거의 싸우지 않습니다만,
혹시라도 누구와 싸우시고 서로 꽁하니 계신다면,
이 해가 가기 전에 먼저 전화라도 드려서 풀어보세요.
내가 먼저 손을 내미는 통 큰 사람이 되어봅시다. ^^*
우리말에 '내광쓰광'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 만나도 모르는 체하며 냉정하게 대하는 모양."을 뜻하는 어찌씨(부사)입니다.
내광쓰광하며 껄끄럽게 지내기보다는 먼저 손을 내밀어 맘 편하게 지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와 싸웠다면,
상대방 잘못도 있겠지만, 내 잘못도 분명히 있을 겁니다.
서로 그렇게 생각하기에 싸우는 것이죠.
'쥐코조리' 되지 마시고 먼저 손을 내밀어 보세요. ^^*
(쥐코조리 : 마음이 좁아 옹졸한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이름씨)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내내 건강하게 잘 보내시길 빕니다.
성제훈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