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결곡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드레지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점잖아서 무게가 있다."는 뜻입니다.
안녕하세요.
그제 일요일에는 돌아가신 아버님 친구 분 팔순잔치에 다녀왔습니다.
아버님이 살아계실 때 잘 어울렸던 분이 세 분이신데 딱 한 분 살아 계십니다.
그분이 일찍 고향을 떠나는 바람에 30년 만에 다시 뵀습니다.
어찌 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그분의 자식들은 아무도 저를 몰라봤지만 그 어르신은 저를 뚜렷하게 기억하고 계셨습니다.
아버님과의 추억과 함께 저를 기억하고 계시더군요.
저는 선후배 부모님 잔치에 가면 꼭 '고향무정'과 '있을 때 잘해'를 부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노래를 부르지 못했습니다.
눈물이 나서 그 노래를 다 부를 자신이 없더군요.
큰절을 드리며 건강하게 사시길 기원드리고 싶었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절을 드리고 일어설 자신이 없었습니다.
먼발치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우는 저를 보고 다섯 살배기 제 아들이 그러더군요.
"아빠, 왜 울어요?"
"응, 돌아가신 아빠의 아빠, 네 할아버지가 생각나서 그런다."라고 말을 해 줬지만,
그 녀석은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듣는 것 같더군요.
우리말에 '결곡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얼굴 생김새나 마음씨가 깨끗하고 여무져서 빈틈이 없다."는 뜻입니다.
'드레지다'는 낱말도 있습니다.
"사람의 됨됨이가 가볍지 않고 점잖아서 무게가 있다."는 뜻입니다.
여든 나이에도 그분은 하나같이 결곡하고 드레져 보였습니다.
어찌 그리 부럽던지요.
돌아가신 아버님 제사를 일주일 앞두고
팔순잔치를 여는 아버님 친구를 뵈니 어찌그리 아버지 생각이 나는지...
아버지가 살아계시면 나도 저렇게 해 드릴 수 있는데...
아니 더 잘해 드릴 수 있는데......
오늘은 수첩에 넣고 다니는 아버지 사진이나 자주 꺼내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보람]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올 들어 가장 춥죠?
아니요.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것 같습니다. ^^*
오늘 아침 7시 46분 MBC 뉴스 끝머리에 "많이 춥죠?"라고 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에는 '많이'를 쓰지 않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오늘 아침,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추운 겁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없더군요.
예쁜 녀석 몇 개 골라 책에다 꽂아두려고 했는데...
흔히,
책을 읽다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을 두고
책갈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입니다.
그 책장과 책장 사이, 곧 책갈피에 은행 잎이나 단풍잎을 끼워 놓을 수 있지만,
끼워진 그것은 책갈피가 아니라 갈피표입니다.
갈피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가 그 갈피죠.
다른 하나는,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으로
일의 갈피를 못 잡다, 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씁니다.
갈피표를 보람이라고도 합니다.
보람에는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뜻도 있지만,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로 갈피표죠.
연말에는 내년 수첩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첩에 보면 쓰던 곳을 알 수 있게 박아 넣은 줄이 있습니다.
그 줄은 '보람줄'입니다.
저는 꾸준히 우리말 문제를 내서 여러분께 갈피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그 갈피표를 여러분이 '보람(갈피표)'으로 쓰시는 게 곧 제 '보람(기쁨)'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책갈피’에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의 낱장 사이에 끼워 두는 물건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들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