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8] 우리말) 준말과 줄어든 말

조회 수 9670 추천 수 91 2009.05.18 08:48:06
준말과 낱말이 줄어든 꼴은 다릅니다.
'아이'의 준말은 '애'이지만,
'이 아이'의 줄어든 꼴은 '얘'입니다.
두 낱말(이, 아이)이 한 낱말(얘)로 줄어든 것이죠.


안녕하세요.

어젯밤 SBS 8시 뉴스에서 '개최할 지 여부'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의존명사 '지'는 띄어 써야 바르지만, 여기서는 막연한 의문이나 느낌을 나타내는 연결어미이므로 띄어 쓰면 안 됩니다.
'개최할지 여부'라고 써야 바릅니다.

같은 뉴스에서 잠시 뒤,
'450여명'이라는 자막과 '150여명'이라는 자막을 내보냈습니다.
단위를 나타내는 명사는 띄어 쓰므로 '450여 명', '150여 명'이라 쓰는 게 바릅니다.

오늘 아침 6:55, SBS에서 신문에 난 기사를 보여줬는데 연기자 김형자 씨가 '종자돈 180만 원으로'라는 게 보였습니다.
"더 나은 투자나 구매를 위해 밑천이 되는 돈"은 '종자돈'이 아니라 '종잣돈'입니다.
[종자똔] 또는 [종잗똔]이라 읽습니다. 신문이 틀렸습니다.

아침에 편지를 쓰면서 그날 아침에 본 것이나 그 앞날 본 것을 이렇게 쓰면 좀 어지러우신가요?
자막 틀린 것을 지적하는 창을 따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몇 분이 하셔서 여쭤보는 겁니다.
그래야 한다면 예전에 보낸 편지처럼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 할 것 같아서요.


지난 금요일에 보낸 편지에서 '아이'의 준말을 '얘'라고 잘못 썼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를 더 해볼게요.

아시는 것처럼 '아이'의 준말은 '애'입니다.
이렇게 '준말'은 낱말 일부분이 줄어든 것입니다.
아이를 애라 하고,
'사이'를 '새'로 쓰고, '가지다'를 '갖다'로 쓰고, '이러하다'를 '이렇다'고 쓰는 게 준말입니다.

준말이 아닌, 줄지 않은 본디 음절의 말은 본말이나 본딧말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본딧말이나 준말이나 모두 낱말이라는 겁니다.
'사이'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새'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으며,
'이러하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고, '이렇다'도 한 낱말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죠?
앞으로 나오는 것은 좀 헷갈립니다. ^^*

준말과 낱말이 줄어든 꼴은 다릅니다.
'아이'의 준말은 '애'이지만,
'이 아이'의 줄어든 꼴은 '얘'입니다.
두 낱말(이, 아이)이 한 낱말(얘)로 줄어든 것이죠.
'저 아이'는 '쟤'가 되고, '그 아이'는 '걔'가 되는 꼴입니다.
따라서,
애가 울어요, 얘가 울어요, 걔가 울어요, 쟤가 울어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
당연히 애, 얘, 걔, 쟤 모두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우리는 줄어든 말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무엇을 보니?'라고 하기도 하고, '뭘 보니?'라고도 하며,
'먹을 것을 챙기다'라고 하기도 하고, '먹을 걸 챙기다'라고도 하며,
'이 것이 좋다.'라고 하기도 하고, '이 게 좋다'라고도 합니다.
여기에 쓴 뭘, 걸, 게 또한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좀 복잡했나요?
그냥 허허 웃고 넘겨주십시오. 그래야 이번주도 많이 웃으시면서 보낼 수 있잖아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오늘은 누리집 기사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우리말 편지보다 백배, 천배 좋은 글이라서 소개합니다.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090517091706401&p=newsis


“A군을 찾아라” 아름다운 ‘소동’
뉴시스 | 연종영 | 입력 2009.05.17 09:17


【청주=뉴시스】
충북 진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아름다운 소동'이 벌어졌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삼수초등학교 교장과 교사들은 2박3일 일정의 6학년 수학여행을 떠났던 지난 14일 A군을 찾느라 진천읍내를 이잡듯 뒤지며 9시간이나 진땀을 흘렸다.

당일 오전 8시30분에 교정에서 수학여행지인 경주를 향해 출발하려던 관광버스는 출발시각을 넘겼는데도 학교에 나타나지 않은 A군 때문에 발이 묶였다. A군의 담임 최일집 교사는 전화통화에서 '진천읍내에 도착했다'고 말했던 A군이 30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자 조급해졌다.

연락두절 상태로 교사들을 애타게 만들었던 A군이 풀죽은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전 아무래도 못갈 것 같아요. 친구들과 떠나시면 안될까요"라고 말한 때는 예정출발시각을 2시간이나 넘긴 뒤였다.

최영순 부장교사.이부원 교사 등과 대화를 나누던 중 A군이 결손가정 아동이란 것과 (할인된)여행비 4만여원조차 제때 내지 못할 정도로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 점을 알아낸 이피찬 교장은 '평생 한 번뿐인 초등학교 수학여행을 못가게 된다면 얼마나 깊은 상처를 안게 될까'고 생각했고, A군을 어떻게든 수학여행길에 올려놓자는 결정을 내렸다.

우선 관광버스를 출발시킨 이 교장은 남은 교사들과 함께 A군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A군과 더 이상 전화연락이 되지 않는데다 학교에 제출된 그의 집주소와 실거주지가 달랐기 때문에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진천읍내와 백곡면 일대를 수소문하던 이 교장 일행은 오후 6시가 넘어서야 큰아버지댁에서 여동생(4년)과 함께 있는 A군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애간장을 녹이게 만든 장본인 A군은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라면서 고개를 떨궜고, 뇌수술을 받고 입원치료중인 아버지 대신에 A군이 동생을 뒷바라지하는 광경을 본 교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교사들은 2박3일간 동생 뒷바라지를 대신 책임져주기로 약속하고 A군에게 수학여행길에 오를 것을 설득했다.

교사들의 이런 노력을 지켜보던 이 학교 운영위원 박경희씨(45.사업)는 "이젠 내가 A군을 도울 차례"라면서 A군에게 용돈과 음식을 안겨준 뒤 그를 택시에 태워 친구들이 먼저 도착해있는 경주로 '공수'했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박씨는 삼수초에 1000여 만원을 들여 방범용 CCTV 14대와 녹화장비 등을 설치해준 독지가였다.

학교 구성원들의 이런 애틋한 정을 받으면서 여행일정을 마무리하고 학교에 도착한 A군은 "1년 동안 해야할 거짓말을 오늘 오전에 다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교사들에게 했다.

이 교장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 뒤에야 담임교사가 여행비를 대납해준 점과 이를 미안해할 정도로 A군은 자존심이 강하고 정직한 아이란 걸 알았다"며 "A군이 '누군가 내게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고 있구나'란 생각을 하고 힘을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종영기자 jy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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