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25] 우리말) 조문과 추모

조회 수 3985 추천 수 86 2009.05.25 11:11:18
짧게 정리하면,
'조문'은 상을 당한 유족과 아는 사이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고,
'추모'는 생전에 고인을 몰랐더라도 평소 존경했으면 빈소나 분향소를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고 합니다.
한 나라 대통령을 지낸 분의 죽음에 그저 멍할 뿐입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오늘 편지는 정치 이야기가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언젠가 '빈소'와 '분향소'의 다른 점은 말씀을 드렸습니다.
'빈소'는 상여가 나갈 때까지 관을 놓아두는 방을 이라는 말이므로,
노 전 대통령의 빈소는 봉하마을 마을회관입니다.

'분향소'는 가신 이를 애도하고 명복을 빌고자 향을 피우면서 의식을 행하는 곳이므로 어디에건 차릴 수 있습니다.
'분향소'와 '빈소'의 다른 점은 관만 없을 뿐 추모절차는 거의 같습니다.

오늘은 조문을 알아보겠습니다.
'조문'은 "남의 죽음에 대하여 슬퍼하는 뜻을 드러내어 상주를 위문함. 또는 그 위문"입니다.
같은 뜻의 낱말로 문상, 문조, 조상이 있습니다.

비슷한 뜻의 낱말로 '추모'가 있습니다.
"죽은 사람을 그리며 생각함"이라는 뜻입니다.
이렇게 '조문'과 '추모'는 다릅니다.

짧게 정리하면,
'조문'은 상을 당한 유족과 아는 사이로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고인을 애도하는 것이고,
'추모'는 생전에 고인을 몰랐더라도 평소 존경했으면 빈소나 분향소를 찾아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입니다.

문제는 조문과 추모의 뜻이 이렇게 다른데도 이를 가르지 않고 언론에서 쓰고 있다는 겁니다.
보기를 보면,
'분향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것은 틀린 겁니다.
분향소에는 돌아가신 분의 관이나 유족이 있으시지 않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조문'은 불가능 합니다.
'분향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는
'빈소에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나,
'분향소에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로 써야 바릅니다.

노 전 대통령께서 유서에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라고 하셨다지요?
참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편안하시길 빕니다.

거듭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다시 부탁드립니다.
오늘 편지는 정치적인 편지가 아닙니다.
전직 대한민국 대통령이 돌아가신 것을 두고 우리말 '조문'과 '추모'의 다른 점을 알아본 것 뿐입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등소평과 덩 샤오핑]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에 중국 이야기가 많이 나오네요.
오늘은 중국 이야기로 시작해 볼까요? ^^*

중국의 수도(北京)를 뭐라고 읽으세요?
북경? 베이징?
일본의 수도(東京)는 어떻게 읽으세요?
도쿄? 동경?

임진왜란을 일으켜 우리나라를 쳐들어온 일본 장수 이름(豊臣秀吉)은
풍신수길인가요, 도요토미 히데요시인가요?

중국 개혁의 선도자 鄧小平은 등소평인가요, 덩 샤오핑인가요?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 孔子는 공자로 읽어야 하나요, 꽁쒸로 읽어야 하나요?

헷갈리시죠?

외래어 표기법을 좀 보죠.
외래어 표기법, 인명, 지명 표기의 원칙, 제2절 동양의 인명, 지명 표기를 보면,
제1항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2항 중국의 역사 지명으로서 현재 쓰이지 않는 것은 우리 한자음대로 하고, 현재 지명과 동일한 것은 중국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3항 일본의 인명과 지명은 과거와 현대의 구분 없이 일본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한자를 병기한다.
제4항 중국 및 일본의 지명 가운데 한국 한자음으로 읽는 관용이 있는 것은 이를 허용한다.  

뭐가 뭔지 무척 헷갈리시죠?

어쨌든 그 규정에 따라,
북경/베이징 모두 쓸 수 있고,
도쿄/동경도 아무거나 써도 됩니다.

豊臣秀吉은 풍신수길이라고 하면 안 되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라고 해야 하고,
鄧小平도 덩 샤오핑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러나 孔子는 공자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렵고 복잡하게 만들어 놓고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쓰라고 하면 제대로 따라 쓸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또,
여기서 꼭 짚어볼 게,
외래어 표기법을 왜 만들었죠?
외국인들에게 우리글을 어떻게 쓰는지 알려주고자 함인가요?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에게 외래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알려주고자 함인가요?

제 생각에, 짧은 제 생각에,
외래어 표기법은,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인 외래어를 우리글로 어떻게 쓰면 되는지를 정해놓은 방법일 겁니다.
곧, 우리를 위한 규정이지 다른 나라 사람을 위한 규정이 아닙니다.
그렇게 본다면,
鄧小平은 등소평이라고 해야지 덩 샤오핑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나요?
아마 제가 중국 사람을 만나 '덩 샤오핑' 어쩌고저쩌고 해도 그 사람은 제가 한 말을 못 알아들을 겁니다.

아래 누리집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http://news.media.daum.net/culture/art/200710/23/yonhap/v18572553.html

저는 오늘 나주까지 바람 쐬러 갑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16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87
756 [2009/06/02] 우리말) 죽음과 서거 id: moneyplan 2009-06-02 8251
755 [2009/06/01] 우리말) 안녕과 앞날 id: moneyplan 2009-06-01 4021
754 [2009/05/25] 우리말) 조문의 뜻풀이 id: moneyplan 2009-05-26 4800
» [2009/05/25] 우리말) 조문과 추모 id: moneyplan 2009-05-25 3985
752 [2009/05/22] 우리말) 가리산지리산 id: moneyplan 2009-05-22 4732
751 [2009/05/21] 우리말) 이모씨 id: moneyplan 2009-05-21 4962
750 [2009/05/20] 우리말) 김과 푸서리 id: moneyplan 2009-05-20 5144
749 [2009/05/19] 우리말) 넙치와 광어 id: moneyplan 2009-05-19 4560
748 [2009/05/18] 우리말) 준말과 줄어든 말 id: moneyplan 2009-05-18 9670
747 [2009/05/16] 우리말) '아이'의 준말은 '얘'가 아니라 '애'입니다. id: moneyplan 2009-05-18 5953
746 [2009/05/15] 우리말) 프로와 아마추어 id: moneyplan 2009-05-15 8964
745 [2009/05/14] 우리말) 촌지... id: moneyplan 2009-05-14 5476
744 [2009/05/13] 우리말) 얼락녹을락 id: moneyplan 2009-05-13 6777
743 [2009/05/12]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5-12 10949
742 [2009/05/11] 우리말) 얼르다와 어르다 id: moneyplan 2009-05-11 5239
741 [2009/05/06] 우리말) 삼희성과 줄탁동시 id: moneyplan 2009-05-06 4976
740 [2009/05/04] 우리말) 동무와 벗 id: moneyplan 2009-05-06 6864
739 [2009/04/30] 우리말) 예전에 보낸 편지로... id: moneyplan 2009-05-06 5218
738 [2009/04/29] 우리말) 구구단 id: moneyplan 2009-04-29 3870
737 [2009/04/28] 우리말) 팔순... id: moneyplan 2009-04-28 7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