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6/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조회 수 6833 추천 수 106 2009.06.16 12:34:54
위에 있는 낱말 가운데 딱 하나만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낱말을 맞히시는 게 오늘 문제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8, KBS뉴스에서 국회 개회를 두고 '지리한 공방'을 한다고 했습니다.
지리하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같은 상태가 오래 계속되어 따분하고 싫증이 나다."는 뜻의 그림씨(형용사)는
'지리하다'가 아니라 '지루하다'입니다.
잠시 뒤 7:16, 방송사 직원들과 '승강이'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건 맞습니다.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가 맞습니다.
실랑이는 "이러니저러니, 옳으니 그르니 하며 남을 못살게 굴거나 괴롭히는 일"이고,
승강이는 "서로 자기 주장을 고집하며 옥신각신하는 일"이므로
뭔가를 두고 서로 다투는 것은 승강이라고 하는 게 맞습니다.
거의 모든 방송에서 실랑이라고 쓰는데 어제 KBS에서 제대로 쓰셨네요. 고맙습니다. ^^*

약속대로 오늘은 문제를 내겠습니다.

지난 주말에 수원 광교산 부근에 갔다가 우연히 제비를 봤습니다.
도시에서 볼 수 없는 제비를 그곳에서 보니 좋더군요.

오늘은 제비 문제를 내겠습니다.
아래 낱말 가운데서 사전에 오르지 못한 낱말을 찾으시는 겁니다.
1. 제비턱
2. 제비초리
3. 제비추리
4. 제비족
5. 제비꽃
6. 제비꿀
7. 제비집
8. 제비갈매기
9. 제비부리
10. 제비

위에 있는 낱말 가운데 딱 하나만 사전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 낱말을 맞히시는 게 오늘 문제입니다.
댓글로 정답을 달아주신 분 가운데 먼저 보내신 세 분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기울이다와 기우리다]

안녕하세요.

언젠가 제 병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보다는 맞춤법 틀린 게 눈에 먼저 띄는 이상한 병이 있다고...

그 병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술을 마실 때는 그 자리를 즐겨야 하는데,
술잔을 '기우리'는 게 맞는지 '기울이'는 게 맞는지가 떠오르니... 제 병도 참 심각합니다. 쩝...

"비스듬하게 한쪽이 낮아지거나 비뚤어지다."는 뜻의 낱말은 '기울다'입니다.
"마음이나 생각 따위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다."는 것도 '기울다'입니다.
이 기울다의 사동형이 '기울이다'입니다.
(북한에서는 사동형을 시킴형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전에 '기우리다'는 없습니다. 예전에 쓰던 낱말입니다.
비스듬하게 비뚤어지거나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울이다'입니다.
따라서,
기울이고, 기울이니, 기울이면, 기울여, 기울이지처럼 쓸 수 있지,
기우리고, 기우리니, 기우리면, 기우려, 기우리지처럼 쓰면 안 됩니다.
노력을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 관심을 기울이다, 앞으로 기울이다, 정성을 기울여...처럼 쓰셔야 합니다.

'기울이다'의 큰말이 '갸울이다'입니다.
'기울이다'의 센말은 '끼울이다'이고 '갸울이다'의 센말은 '꺄울이다'입니다.

저는 어제 초저녁에는 술잔을 기울였지 기우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우럭우럭한 얼굴로 술잔을 갸울이고 있더군요.
옆을 보니 친구들도 해닥사그리해져 술잔을 꺄울이고 있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에 들어가 보니,
어떤 분이 '관심을 기울이다', '귀를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는 모두 일본어에서 온 말로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다고 하시면서 그게 맞냐고 물었습니다.
국립국어원 답변은
'관심을 기울이다'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는 조금 더 검토해 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관심을 기울이다'가 썩 우리말다운 표현은 아니므로 '~에 관심이 있다' 혹은
'~에 관심을 두다' 정도로 고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만,
우리말 문장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어색한 번역투가 아니라면 굳이 잘못이라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라고 답변하셨네요.


오늘은 이상하게 편지를 길게 쓰고 싶네요. 여러분과 닿는 끈을 놓기 싫어서... ^^*
앞에서,
"요즘 우리나라 사전에 '기우리다'는 없습니다"라고 했는데요.
사전(辭典)을 순 우리말로 하면 뭐가 될까요?
문제입니다. 맨 처음 맞히시는 분께 선물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실은 그 답은 없습니다. 사전을 뜻하는 순 우리말은 없습니다.
다만,
주시경 선생님 등이 1910년 무렵에 조선 광문회에서 편찬하다 끝내 마무리를 짓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사전 이름을 요즘 사람들이 '사전'이라는 뜻으로 쓰고 있습니다.
그게 뭘까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2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699
776 [2009/06/30] 우리말) 머물다와 머무르다 id: moneyplan 2009-06-30 5817
775 [2009/06/29] 우리말) 꿰맞추다 id: moneyplan 2009-06-29 4902
774 [2009/06/26] 우리말) 실수 몇 개 id: moneyplan 2009-06-26 4097
773 [2009/06/25] 우리말) 배참 id: moneyplan 2009-06-25 10909
772 [2009/06/24] 우리말) 짝꿍과 맞짱 id: moneyplan 2009-06-24 11207
771 [2009/06/23] 우리말) 까칠하다와 거칫하다 id: moneyplan 2009-06-23 6509
770 [2009/06/22] 우리말) 조카와 조카딸 id: moneyplan 2009-06-22 7471
769 [2009/06/19] 우리말) 오사바사하다 id: moneyplan 2009-06-19 4692
768 [2009/06/18] 우리말) 걸판지다와 거방지다 id: moneyplan 2009-06-19 9737
767 [2009/06/17] 우리말) 제비집 id: moneyplan 2009-06-17 4213
» [2009/06/16]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6-16 6833
765 [2009/06/15] 우리말) 음식 맛 id: moneyplan 2009-06-15 4661
764 [2009/06/12] 우리말) 처신과 채신 id: moneyplan 2009-06-12 5171
763 [2009/06/11] 우리말) 주책과 주착, 채비와 차비 id: moneyplan 2009-06-11 7208
762 [2009/06/10] 우리말) 불임과 난임 id: moneyplan 2009-06-10 8047
761 [2009/06/09] 우리말) 처, 아내, 지어미, 마누라, 옆지기 id: moneyplan 2009-06-09 10248
760 [2009/06/08] 우리말) 정확과 적확 id: moneyplan 2009-06-08 5317
759 [2009/06/05] 우리말) 어부인이 아니라 그냥 부인입니다. id: moneyplan 2009-06-05 7281
758 [2009/06/04] 우리말) 피로야 제발 가라... id: moneyplan 2009-06-04 6793
757 [2009/06/03] 우리말) 생각과 生覺 id: moneyplan 2009-06-03 56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