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우리말 편지를 쓰면서 헷갈리는 게 있으면 국립국어원 가나다전화에 여쭤봅니다.
오늘 아침에도 가나다전화에 여쭤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국립국어원 가나다 전화는 02-771-9909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 연속극을 보는데 약국집 아들인가 하는 연속극에서
8:32쯤 게장을 훔치면서 "혼자 먹으면 죄받지..."라고 했습니다.
'죄(罪)'는 "양심이나 도리에 벗어난 행위"로 나쁜 짓을 하는 겁니다.
'벌(罰)'은 "잘못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에게 주는 고통"으로 나쁜 짓을 해서 받는 겁니다.
죄는 짓고, 벌은 받는 것이죠.
연속극에 나온 말은,
'혼자 먹으면 죄받지...'가 아니라,
'혼자 먹으면(먹는 죄를 지으면) 벌받지...'가 맞습니다.
작가가 그렇게 쓰셨는지, 연기자가 그렇게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연속극에서 바른말을 쓰면 좋겠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보낸 편지에서 대전에 사는 조카 이야기를 했습니다.
32살 된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아가씨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두 분이 답장을 주셨네요.
형제자매의 자식들 가운데 남자는 '조카', 여자는 '조카딸'이나 '질녀'라고 해야 하므로
간호사로 일하는 아가씨는 제 조카가 아니라 '조카딸'이나 '질녀'가 맞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맞습니다. 예전에는 그렇게 나눴습니다.
그래서
조카는 형제자매의 아들만 일컫는 말이고,
형제자매의 딸은 조카딸 또는 질녀(姪女)라 하고,
조카딸의 남편은 조카사위 또는 질서(姪壻)라 했으며,
조카의 아내는 조카며느리 또는 질부(姪婦)라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조카의 뜻을 "형제자매의 자식을 이르는 말"이라 풀고 남녀를 따로 가르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형제자매의 자식이면 남자건 여자건 모두 '조카'가 될 수 있습니다.
32살 된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는 제 '조카'에게 소개해줄 멋진 남자 없나요? ^^*
오늘 편지가 좀 늦었죠?
저는 우리말 편지를 쓰면서 헷갈리는 게 있으면 국립국어원 가나다전화에 여쭤봅니다.
오늘 아침에도 가나다전화에 여쭤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국립국어원 가나다 전화는 02-771-9909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가시버시]
안녕하세요.
어제 저녁 7:02에 한 텔레비전에서 '간발의 차이'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간발(間髮, かんはつ[간바쯔])은 사이 간 자와 터럭 발 자를 써서
"터럭 하나 차이"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차이를 뜻하는 일본어투 말입니다.
간발의 차이로 빗나간 게 아니라 아깝게 빗나간 겁니다.
어제 편지에서 소개한 '가리산지리산'을 처음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셨네요.
우리말에는 그런 게 많습니다.
미주알고주알, 가시버시, 에구데구, 흥이야항이야, 곤드레만드레, 다짜고짜, 뒤죽박죽, 부랴사랴, 왁다글닥다글 따위가 그런 건데요.
이런 낱말에도 재밌는 게 숨어 있습니다.
'미주알고주알'은 '미주알'만 있고 '고주알'은 없습니다.
미주알은
"항문을 이루는 창자의 끝 부분"이지만,
고주알은 미주알에 가락을 맞추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미주알고주알'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 속속들이"라는 뜻의 어찌씨입니다.
'가시버시'도 '가시'만 있고 '버시'는 없습니다.
가시는
아내를 뜻하는 앞가지(접두사)이지만,
버시는 아무 뜻이 없이 가시에 가락을 맞출 뿐입니다.
(남편을 뜻하는 낱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시버시'는
"부부"를 낮잡아 이르는 한 낱말입니다.
'곤드레만드레'도 '곤드레'만 있고 '만드레'는 없습니다.
'뒤죽박죽'도 '뒤죽'만 있고 '박죽'은 없고,
'부랴서랴'도 '부랴(불이야)'만 있고 '서랴'는 없습니다.
한편
'가리산지리산'은
'가리산'이 있고 '지리산'도 있습니다.
'왁다글닥다글'도
'왁다글'도 있고 '닥다글'도 있습니다.
그러나
'다짜고짜'는
'다짜'도 없고 '고짜'도 없습니다.
다만 '다짜고짜'만 있을 뿐입니다.
어지럽네요. ^^*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