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서는 홀소리 씨끝 앞에서는 준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곧, 어떤 낱말 뒤에 홀소리 씨끝이 오면 준말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머물러, 머물렀다는 쓸 수 있지만,
머물어, 머물었다는 쓸 수 없습니다.
서루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 가지다/갖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이 6월 말입니다. 오늘 날짜로 퇴직하시는 분들이 계시네요.
그 바람에 저도 이번에 다른 실로 가게 되었습니다.
연구소로 돌아와서 15일 정도 있으면서 제 나름대로 앞날 계획을 세워 놨는데...
그걸 좀 뒤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부터 다른 부서에서 일하라네요. 쩝...
제가 전생에 죄를 많이 짓기는 많이 지었나 봅니다.
본청에서 3년을 기획업무만 했는데, 연구소에 돌아와서도 또 기획실로 가라니...
잠시 기획실에 머무르다 돌아오겠습니다. '잠시'는 "짧은 시간"인데, 저에게는 한 2년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머물다'는 말이 있습니다. '머무르다'의 준말입니다.
'머물르다'는
"도중에 멈추거나 일시적으로 어떤 곳에 묵다."는 뜻과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일정한 수준이나 범위에 그치다."는 뜻이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다 아는 것이고요. ^^*
머무르다의 준말인 머물다에 홀소리 씨끝(모음 어미)이 올 때가 문제입니다.
우리말에서는 홀소리 씨끝 앞에서는 준말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곧, 어떤 낱말 뒤에 홀소리 씨끝이 오면 준말을 쓸 수 없습니다.
따라서,
머물러, 머물렀다는 쓸 수 있지만,
머물어, 머물었다는 쓸 수 없습니다.
서루르다/서둘다, 서투르다/서툴다, 가지다/갖다도 마찬가지입니다.
좀 헷갈리신가요?
제가 2년 정도 기획실에 '머물러야' 하지만 제 꿈이 거기서 '머무르지'는 않을 겁니다. ^^*
(쥐뿔도 없으면서 말은 좀 거창한가요?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포장도로와 흙길]
어제는 온 식구가 횡성에 다녀왔습니다.
한우고기 좀 먹을까 해서 갔는데, 한우는 못 먹고 더덕만 많이 먹고 왔습니다. ^^*
봉황이 울었다는 봉명리라는 곳에서 잤는데 비포장도로로 한참 들어가야 마을이 나오더군요.
오랜만에 달려보는 비포장도로였습니다.
포장(鋪裝)은
"길바닥에 돌과 모래 따위를 깔고 그 위에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따위로 덮어 길을 단단하게 다져 꾸미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꾸민 길을 '포장도로'라고 합니다.
그럼 포장 되지 않은, 꾸미지 않은 길은 뭐라고 하죠?
아시는 것처럼 '비포장도로(非鋪裝道路)'라고 합니다.
'비포장'보다는 '흙길'이 낫지 않나요?
근데 안타깝게도 흙길은 사전에 오르지 않았습니다.
포장, 포장도로, 비포장도로와 함께
'길'과 '포장길'만 올라 있습니다.
안타깝습니다.
이런 멋진 '길'을 두고 '도로(道路, どうろ[도우로])'라는 일본어투 말을 더 많이 쓰는 우리입니다.
어떤 책에 보니 '도로'는 땅에만 있고,
'길'은 하늘과 땅, 심지어는 바다에도 있는 게 길이라고
도로와 길의 쓰임을 갈랐더군요.
다음에 사전 만들 때는 '도로'를 빼고 '길'만 올랐으면 좋겠습니다.
'포장'을 뺄 수 없다면 '흙길'도 같이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도 열심히 일해야겠죠?
그래야 주말에 또 놀러 가죠.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