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7/22] 우리말) 한가하다와 느긋하다

조회 수 8328 추천 수 145 2009.07.22 09:32:57
앞에서 느긋하고 한가로이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는 뜻의 한가는 막을 한 자(閑)와 겨를 가(暇) 자를 쓴 한자말입니다.
이보다는 '한갓지게'나 '느긋하게'가 더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새벽 5시에 나와 급한 불 좀 끄고 나니 지금 이 시간이네요.
좀 한가로이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네요. ^^*

저는 요즘 중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아내와 함께 공부하는 것도 사는 재미 가운데 하나더군요. ^^*
어제 들은 이야기입니다.
요즘 중국은 간자체라는 한자를 쓰는데, 이 글자체에는 중국의 문화와 중국의 넋이 들어 있지 않다고 하여
다시 예전의 글자로 돌아가자는 운동이 일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의 글자는 바로 우리가 쓰는 그런 복잡한 한자를 말합니다.

언젠가 말씀드렸듯이
우리가 쓰는 말과 글에는 우리의 삶과 넋이 오롯이 들어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말을 쓰면 그 순간만큼은 우리를 짓밟은 일본의 넋이 내 머릿속에 있는 것이고,
좋은 우리말을 두고 한자를 쓰면 아직도 중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옛날이 생각나고,
언죽번죽 영어를 쓰면 내 넋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겁니다.

앞에서 느긋하고 한가로이 살고 싶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겨를이 생겨 여유가 있다."는 뜻의 한가는 막을 한 자(閑)와 겨를 가(暇) 자를 쓴 한자말입니다.
이보다는 '한갓지게'나 '느긋하게'가 더 좋습니다.
저는 한갓지고 느긋하게 살고 싶습니다. ^^*

스스로 얼마나 마음을 쓰느냐에 따라 우리말을 찾아 쓰고 다듬을 수 있다고 봅니다.
더 나은 말과 더 깨끗한 말, 더 고운 말을 찾아 쓰고자 힘쓰는 것은
내 삶과 내 넋을 깨끗하게 하는 일이라고 봅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영어 교육]

안녕하세요.

요즘 대통령 선거판이 말 그대로 요동을 치고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오늘 편지는 어디까지나 그냥 제 생각이지
어떤 후보를 노리고 이런 편지를 쓴 게 아닙니다.

편지를 여러번 읽어보느라 좀 늦었습니다.

정말,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다 쥐도 새도 모르게 어딘가로 잡혀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겠습니다.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들의 공약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교육을 시키겠다, 일주일에 몇 시간을 영어로 수업하겠다...

이건 아닙니다.
아무리 세계화 시대고 국제화시대라지만 이건 아닙니다.

초등학교 학생들은 아직 우리나라 넋이 제대로 들어 있지 않을 나이입니다.
그런 어린아이를 데려가다 영어로 숨통을 조이겠다고요?
영어를 술술 잘하면 국제적인 사람이 되나요?
그럼 우리나라는 뭐죠?
우림의 삶이 뭐고 넋이 뭔지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데려다 영어로 교육하겠다고요?
그런 아이들이 애국심이 뭔지 효도가 뭔지를 알까요?
아니, 그것보다도,
너 어느 나라 사람이냐고 물어보면,
대한민국 사람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까요?

몇몇 덜떨어진 부모들 욕심에 따라 애들 다 죽이는 짓을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부추겨야 할까요?
오히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나서서 그런 것을 말려야 하는 거 아닌가요?

저는 제 자식들이 영어를 못해도 좋습니다.
그저 맘껏 뛰놀며 가슴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길 빕니다.

그러다 보면,
한솥밥 먹는 식구가 뭐고,
왜 누나나 동생을 사랑해야 하고,
엄마 아빠를 존경해야 하는지 알 겁니다.
전철에서 만난 한 쪽 다리가 없는 사람을 어여삐 여기고,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보육원을 찾아가서 같이 놀 줄 알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동네 분들에게 먼저 배꼽 인사를 할 줄 알 겁니다.
시골에 계시는 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말할 줄 알고,
길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보면 먼저 주우려고 할 겁니다.
저는 제 자식이 그렇게 자리길 빕니다.

그런데
요즘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보면,
제 자식을 그렇게 키우기 어려울 것 같아 두렵습니다.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인가요?

한결같이, 모조리, 몽땅 다 영어교육만 외칩니다.
저는 말주벅이 없어 제대로 따지지는 못하지만,
(말주벅 : 이것저것 경위를 따지고 남을 공박하거나 자기 이론을 주장할 만한 말주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이 맞갖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맞갖다 :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

그저 대통령이 되고자 엉너리부린다고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엉너리 : 남의 환심을 사기 위하여 어벌쩡하게 서두르는 짓)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모라고는 없는 그런 새줄랑이와 촐랑이밖에 없지 싶습니다.
(찾을모 : 찾아서 쓸 만한 점이나 가치)
(새줄랑이 : 소견 없이 방정맞고 경솔한 사람)
(촐랑이 : 자꾸 방정맞게 까부는 사람)

드레질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람의 됨됨이를 떠보는 일"을 뜻하는 이름씨 입니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을 제대로 드레질 해 봐야 합니다.
그래야 엉너릿손을 쓰는 사람을 골라낼 수 있습니다.
(엉너릿손 : 엉너리로 사람을 그럴듯하게 꾀어넘기는 솜씨)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냥 제 생각을 쓴거지,
어떤 후보를 노리고 이런 편지를 쓴 게 아닙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824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470
796 [2009/07/28] 우리말) 졸리다와 졸립다 id: moneyplan 2009-07-28 5087
795 [2009/07/27] 우리말) 믿음으로와 믿으므로 id: moneyplan 2009-07-28 7345
794 [2009/07/24] 우리말) 직수굿하다 id: moneyplan 2009-07-24 10248
793 [2009/07/23] 우리말) 옷깃 id: moneyplan 2009-07-23 11477
» [2009/07/22] 우리말) 한가하다와 느긋하다 id: moneyplan 2009-07-22 8328
791 [2009/07/21] 우리말) 체면치레 id: moneyplan 2009-07-21 6781
790 [2009/07/20] 우리말) 틀린 자막 몇 개 id: moneyplan 2009-07-20 6806
789 [2009/07/17] 우리말) 예전에 보낸 지킴이 인사말 id: moneyplan 2009-07-17 4402
788 [2009/07/16] 우리말) 외래어표기법 받침 id: moneyplan 2009-07-16 7694
787 [2009/07/15] 우리말) 이따가와 있다가 id: moneyplan 2009-07-15 10459
786 [2009/07/14] 우리말) 세뇌 id: moneyplan 2009-07-14 5413
785 [2009/07/13] 우리말) 여러 가지 비 id: moneyplan 2009-07-13 6728
784 [2009/07/10] 우리말) 예전 편지로... id: moneyplan 2009-07-10 5696
783 [2009/07/09] 우리말) 도리기와 도르리 id: moneyplan 2009-07-09 4716
782 [2009/07/08]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7-09 4023
781 [2009/07/07] 우리말) 붓날다와 새롱거리다 id: moneyplan 2009-07-07 5409
780 [2009/07/06] 우리말) 두절개 id: moneyplan 2009-07-06 4829
779 [2009/07/03] 우리말) 시가와 싯가 id: moneyplan 2009-07-03 5333
778 [2009/07/02] 우리말) 핑크빛과 핑크ㅅ빛 id: moneyplan 2009-07-02 5646
777 [2009/07/01] 우리말) 뒷풀이와 뒤풀이 id: moneyplan 2009-07-01 7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