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12] 우리말) laon

조회 수 7171 추천 수 84 2009.08.14 12:16:37
'라온'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뜻을 가진 우리말을 왜 굳이 영어로 써서 한국사람도 못 알아보고 외국인도 못 알아보게 썼는지...
'라온'을 'laon'이라고 쓰면 뭐가 달라보이는지... 민망함에 화제를 돌리느라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안녕하세요.

비가 많이 내리네요.
이제는 좀 그쳐도 좋으련만...

오늘은 며칠전 조카가 보내준 편지를 붙입니다.




삼촌 바쁘신가부당...
제가 바쁘신 삼촌 좀 도와드릴까욤?

며칠전에 외국인 친구들과 맥주 한 잔 하러 갔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BEERLAON"
어랏 LAON? 저건 뭐지? loan을 틀리게 쓴 건가?
외국인 친구에게 물어봤죠..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런데 우습게도 동시에 물어봤습니다.

영어에는 저런 단어 없다며, 한국사람 바보라고 콩글리쉬 아니냐며 무시하는 그 친구 앞에서 핸드폰에 있는 영어사전 메뉴를 클릭해서 보여주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런 단어는 없다는... 후.. 이 민망함이란..
맥주 한 잔씩 시켜놓고 주인장한테 물어봤습니다. laon이 무슨 뜻이냐고...
그랬더니 주인장 말씀이 '라온'은 순우리말로 '즐기다'라는 뜻이라고..

"깜놀" 깜짝 놀랐습니다.
'라온' 이렇게 아름다운 소리와 뜻을 가진 우리말을 왜 굳이 영어로 써서 한국사람도 못 알아보고 외국인도 못 알아보게 썼는지...
'라온'을 'laon'이라고 쓰면 뭐가 달라보이는지... 민망함에 화제를 돌리느라 이유는 물어보지 못했네요...
내기 했으면 큰~ 일 날 뻔~~

라온~ 참 듣기에도 보기에도 좋은데~
영어로 써 놔서 좀 안타까웠지만 덕분에 좋은 우리말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조카가 이런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참으로 부끄럽네요.
우리가 언제부터 영어를 이렇게 좋아하고 받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기울이다와 기우리다]

안녕하세요.

언젠가 제 병을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 내용보다는 맞춤법 틀린 게 눈에 먼저 띄는 이상한 병이 있다고...

그 병은 언제 어디서나 나타납니다.
술을 마실 때는 그 자리를 즐겨야 하는데,
술잔을 '기우리'는 게 맞는지 '기울이'는 게 맞는지가 떠오르니... 제 병도 참 심각합니다. 쩝...

"비스듬하게 한쪽이 낮아지거나 비뚤어지다."는 뜻의 낱말은 '기울다'입니다.
"마음이나 생각 따위가 어느 한쪽으로 쏠리다."는 것도 '기울다'입니다.
이 기울다의 사동형이 '기울이다'입니다.
(북한에서는 사동형을 시킴형이라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전에 '기우리다'는 없습니다. 예전에 쓰던 낱말입니다.
비스듬하게 비뚤어지거나 마음이 한쪽으로 쏠리는 것은 '기울이다'입니다.
따라서,
기울이고, 기울이니, 기울이면, 기울여, 기울이지처럼 쓸 수 있지,
기우리고, 기우리니, 기우리면, 기우려, 기우리지처럼 쓰면 안 됩니다.
노력을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 관심을 기울이다, 앞으로 기울이다, 정성을 기울여...처럼 쓰셔야 합니다.

'기울이다'의 큰말이 '갸울이다'입니다.
'기울이다'의 센말은 '끼울이다'이고 '갸울이다'의 센말은 '꺄울이다'입니다.

저는 어제 초저녁에는 술잔을 기울였지 기우리지 않았습니다.
근데 나중에는 저도 모르게 우럭우럭한 얼굴로 술잔을 갸울이고 있더군요.
옆을 보니 친구들도 해닥사그리해져 술잔을 꺄울이고 있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국립국어원 누리집 묻고 답하기에 들어가 보니,
어떤 분이 '관심을 기울이다', '귀를 기울이다', '술잔을 기울이다'는 모두 일본어에서 온 말로 우리말답지 않은 표현이냐고 물었습니다.
국립국어원 답변은
'관심을 기울이다'가 일본어에서 온 것인지는 조금 더 검토해 보아야 할 듯합니다.
그런데 '관심을 기울이다'가 썩 우리말다운 표현은 아니므로 '~에 관심이 있다' 혹은
'~에 관심을 두다' 정도로 고치는 것이 더 좋겠습니다만,
우리말 문장이라는 느낌이 전혀 없는 어색한 번역투가 아니라면 굳이 잘못이라 볼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라고 답변하셨네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3817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464
816 [2009/08/24] 우리말) 잊다와 잊히다 id: moneyplan 2009-08-24 5473
815 [2009/08/21] 우리말) 어연번듯하다 id: moneyplan 2009-08-21 7299
814 [2009/08/20] 우리말) 깨단하다 id: moneyplan 2009-08-21 6117
813 [2009/08/19] 우리말) 마음눈과 마음자리 id: moneyplan 2009-08-19 4780
812 [2009/08/18] 우리말) 유신랑과 유신낭 id: moneyplan 2009-08-18 6536
811 [2009/08/17] 우리말) 물때와 통행시간 id: moneyplan 2009-08-17 5764
810 [2009/08/15] 우리말) 광복절 맞아 김영조 소장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id: moneyplan 2009-08-17 5543
809 [2009/08/14] 우리말) 불임과 난임 id: moneyplan 2009-08-14 5785
808 [2009/08/13] 우리말) 어제 받은 댓글 id: moneyplan 2009-08-14 5552
» [2009/08/12] 우리말) laon id: moneyplan 2009-08-14 7171
806 [2009/08/11] 우리말) 올림, 드림, 배상 id: moneyplan 2009-08-14 9437
805 [2009/08/10] 우리말) 틀린 말 몇 개 id: moneyplan 2009-08-14 4673
804 [2009/08/07] 우리말) 할 뿐만 아니라 id: moneyplan 2009-08-14 7007
803 [2009/08/06] 우리말) 중과 가운데 id: moneyplan 2009-08-06 4907
802 [2009/08/05] 우리말) 봉숭아와 봉선화 id: moneyplan 2009-08-05 7357
801 [2009/08/04] 우리말) 지긋이와 지그시 id: moneyplan 2009-08-04 6078
800 [2009/08/03] 우리말) 솔개그늘 id: moneyplan 2009-08-03 5531
799 [2009/07/31] 우리말) 문제를 냈습니다 id: moneyplan 2009-07-31 5782
798 [2009/07/30] 우리말) 엉이야벙이야 id: moneyplan 2009-07-30 5691
797 [2009/07/29] 우리말) 감기다 id: moneyplan 2009-07-29 57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