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1] 우리말) 수자와 숫자

조회 수 5390 추천 수 97 2009.10.21 08:22:09
그러나 '數字'를 읽는 방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수자'라고 읽고 "두서너 글자."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보다는 좀 덜 추웠죠?

오늘은 한자를 읽어보겠습니다.
한자 '數字'를 여러분은 어떻게 읽고 그 뜻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아마 대부분은 '숫자'라고 읽으시고
1, 2, 3 같은 수를 나타내는 글자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맞습니다.
그러나 '數字'를 읽는 방법은 하나 더 있습니다.
'수자'라고 읽고 "두서너 글자."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지난주에 제가 바쁘다는 핑계로 우리말 편지를 자주 쓰지 못했는데,
그게 영 마음에 걸립니다.
그래서 오늘도 아침부터 바쁘기는 하지만 '수자'써서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보태기)
'그래서 오늘은 '수자' 써서 우리말 편지를 보냅니다.'
라는 게 좀 어색합니다.
'수자'는 '몇 글자'라 바꿔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이력은 순 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어제 일요일
오전 9:31 MBC에서 'ℓ'와 '20㎖'라는 자막이 나왔습니다.

"미터법에 의한 부피의 단위"인 리터(liter)의 기호는
ℓ이 아니라 l과 L이 바릅니다.

이 단위는 100년도 넘은 1879년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채택했고,
소문자 l과 같이 쓸 수 있는 대문자 L이라는 단위는
l이 숫자 1과 헷갈릴 수 있어서 이를 피하고자
1979년에 국제도량형위원회에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도 무려 28년 전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도 ℓ라고 나와 있습니다.
MBC에서 내 보낸 자막은 'ℓ과 20㎖'이 아니라
'l과 20ml'나 'L과 20mL'로 써야 바릅니다.

이쯤 되면
뭔가 한소리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무책임한 방송사도 꼬집고,
정신 못차리는 국립국어원도 한번 짚고 넘어가야 속이 시원할 텐데,
그냥 넘어가려니 영 거시기 하네요... 쩝... ^^*

오늘 이야기 시작합니다.

저희 일터에 다음 달부터 새로운 직원이 한 분 오십니다.
며칠 전에 이력서를 들고 오셨더군요.
아직 얼굴도 잘 모르는 그분을 반기는 뜻으로 '이력'을 좀 알아볼게요.

우리가 흔히 아는 이력(履歷)은 "지금까지 거쳐 온 학업, 직업, 경험 등의 내력"을 뜻합니다.
그것을 적어 놓은 게 이력서죠.

한자 履歷 말고 우리말 '이력'도 있습니다.
"많이 겪어 보아서 얻게 된 슬기."를 뜻합니다.
이력이 나다/이력이 붙다/그 젊은이도 이 장사엔 웬만큼 이력을 지녔을 것이다처럼 씁니다.
한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순 우리말입니다.

이력과 비슷한 낱말로 '이골'이 있습니다.
"아주 길이 들어서 몸에 푹 밴 버릇"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골이 나다'고 하면,
"어떤 일에 완전히 길이 들어서 아주 익숙해지다. 또는 진절머리가 나도록 그 일을 오랫동안 많이 해 오다."는 뜻이 되는 거죠.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많이 겪어 얻는 슬기"를 뜻하는 '이력'은 순 우리말이라는 겁니다.
그런데도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에 履歷이라는 한자를 달아놨습니다.
다행히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순 우리말 이력과 한자 履歷을 갈라놨습니다.

MBC 엄기영 뉴스 진행자 말대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여기에 저도 한마디 하자면,
이런 글을 쓰면서 비꼬지 않고 그냥 지나가자니,
"참으로 속이 쓰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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