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농사를 짓기에 작물이 산소를 내 뿜어서 우리가 마시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저는 지난 주말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어린 애들과 열 시간 넘게 차를 타고 다녀오는 게 쉽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고향에 다녀오면 그 온기가 몇 주는 가는 것 같습니다. ^^*
고향에 가서 시제도 모시고, 찬바람 들어오지 않게 고향집 문에 비닐도 치고 왔습니다.
거의 다 그렇겠지만,
저는 고향과 촌이 참 좋습니다. 그래서 제가 촌놈인가 봅니다. ^^*
우리말에 '촌스럽다'는 그림씨(형용사)가 있습니다.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촌스럽다는 말이 늘 걸립니다.
촌스럽다는 村스럽다에서 온 말입니다.
도시가 아닌 촌이 왜 덜 세련되고 어수룩한 거죠?
도시에 사는 사람은 다 똑똑하고 촌에 사는 사람은 다 어수룩한가요?
도시는 유행을 이끌고, 시골은 몇 년 지난 유행만 좇나요? 그래서 촌스러운 것인가요?
'촌스럽다'를 사전에 올려놓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고 풀었으면,
'도시스럽다'도 사전에 올리고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있고 어수룩한 데가 없다."라고 풀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요즘 시골은 무척 힘듭니다.
UR, DDA, FTA 따위 이상한 것들 때문에 먹고 살기가 팍팍합니다.
몇 분 고향을 지키시는 분들도 모두 연세가 많으신 분뿐입니다.
그러나 우리 문화와 전통을 지키려고 무진 애를 쓰면서 고향을 유지하는 게 바로 촌이자 시골입니다.
그런 촌을 덜떨어진 곳으로 치면 안 됩니다.
농사를 짓기에 우리가 먹는 음식을 만들 수 있고,
농사를 짓기에 작물이 산소를 내 뿜어서 우리가 마시고 있으며,
농사를 짓는 논이 있기에 홍수 피해를 줄여주는 것입니다.
농업이야말로 요즘 화두인 녹색성장과 딱 맞아떨어지는 산업입니다.
그런 농업을 낮추보고 천시하면 안 됩니다.
세상천지 어디에도 먹는 것을 함부로 다루는 곳은 없습니다.
우리가
나만 최고고 내가 아닌 모든 것은 다 덜떨어진 것으로 보지나 않는지 걱정입니다.
촌스러움의 가치를 알고 존중해 줄 때 우리 문화도 발전할 것입니다.
그렇게 하고자 제 온 힘을 다 쏟을 겁니다.
왜냐하면...
저는 촌놈이니까요. ^^*
고맙습니다.
보태기)
고향 생각나는 시 하나 붙입니다.
[명상편지]에서 따왔습니다.
제목 : 제가 호박 같다구요?
낮으로는 개구쟁이 놀림을 먹고
밤으로는 산짐승에 숨죽이는
깊은 인내를.
거친들 바닥에서 자랐어도
늘 방글 방글 웃음주는
넉넉한 밝음을.
늦 가을 오붓히 성장해도
손으로 퉁~ 퉁~ 튕겨 봄이
주인이 주는 칭찬의 전부라도
감사할 줄 아는 그 소박함을.
씨는 말려 심심풀이로
살은 불려 몸보신으로
누군가를 위해 전부를 내어
진실된 사랑을 하는...
제가 그런 호박을 닮았다구요?
아니요.
전 아직 호박이 가진 그 무엇도 닮지 못한걸요.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올 한 해를 뒤돌아볼까요 되돌아볼까요?]
안녕하세요.
거꾸로 매달려 있어도 국방부 시계는 돈다더니,
벌써 2006년의 마지막 날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올 한 해를 되돌아보게 됩니다.
올 초에 새로운 일터로 옮겨오고 나서 이러저러한 실수도 많았고,
우리말 편지에도 몇 번의 실수가 있었습니다.
실은 그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거지만
실수가 드러나는 그 순간은 참 힘들었습니다.
내년에는 정신 바짝 차려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오늘이 가기 전에 올 한 해를 되돌아보시길 빕니다.
지난 일을 돌이켜 되짚어보면 미처 챙기지 못한 것 가운데 배울 게 많거든요.
이제 우리말 편지로 돌아와서,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다는 뜻의 낱말이
'되돌아보다'일까요, '뒤돌아보다'일까요?
뒤돌아보다는 뒤쪽을 돌아보다는 뜻 같고,
되돌아보다는 뭔가를 되돌리는 것 같고......^^*
'되돌아보다'나 '뒤돌아보다'나 다 같은 낱말입니다.
둘 가운데 어떤 것을 쓰셔도,
지나온 과정을 돌아보다는 뜻과 지난 일을 돌이켜 생각해 보다는 뜻이 있습니다.
저는 올 한 해 무척 행복했습니다.
새로운 동료도 만났고,
꾸준히 우리말 편지를 보낼 수 있게 건강했고,
우리말 편지를 책으로 펴내기도 했습니다.
네 살배기 딸과 두 살배기 아들이 도담도담 잘 크고,
아내와 크게 다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많이 편찮으셨던 어머니가 기력을 찾으셔서 지금은 건강합니다.
이러니 제가 어찌 행복하지 않겠습니까.
내년에도 이런 행복을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사람은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행복해진다는 어떤 철학자의 말을 좇으며 살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