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2/09] 우리말) 방송국이 아니라 방송사

조회 수 5804 추천 수 94 2010.02.09 11:42:58

한국에는 '방송사'가 있지 '방송국'은 없다.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한 '전국언론인명록'을 보아도 '방송사'로 되어 있지 '방송국'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방송사' '방송국'의 표기에는 역사성이 담겨 있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
올바른 자막을 써 주신 SBS 방송국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립니다.'라는 월을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셨네요.

'
방송국'이 아니라 '방송사'가 맞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1992
9월에 나온 프로듀서연합회보에 실린 글을 보내주셨네요.

(
앞쪽 없앰
)

한국에는 '방송사'가 있지 '방송국'은 없다. 한국언론재단에서 발행한 '전국언론인명록'을 보아도 '방송사'로 되어 있지 '방송국'으로 되어 있지는 않다. '방송사' '방송국'의 표기에는 역사성이 담겨 있다
.

'
방송국' '' ''이다. 이것은 '관청·회사의 사무를 분담하여 처리하는 곳'(이희승 국어사전)이니 영어로는 bureau board또는 department 쯤에 해당한다. 정부기관으로 따지자면 부·처의 하부조직이다. 그에 비하여 '방송사'의 사는 ''. '라디오·TV를 통해 보도·음악·강연·연예 등을 송출하는 회사'가 그것이다. corporation이며 company
.

우리의 방송사 KBS, MBC, SBS, EBS, CBS, BBS …등은 모두 ''이지 ''이 아니다. KBS는 본사에서 지방까지 오로지 단일체제의 공사(公社 : public corporation), 여타 민간방송은 지방방송까지 포함하여 저마다 재단법인으로 상법상의 회사체제다. 그 어디를 둘러 보아도 ''은 없다. 후발 미디어인 케이블 방송, 위성방송도 다 회사의 체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한국의 방송조직은 모두 '방송사'인 것이다
.

구 방송법에는 '방송국의 경영과 방송법인'이니 '방송국의 준수사항'이니 하는 식으로 되어 있긴 하다. 그러나 여기서의 '방송국'은 어디까지나 '전파관리법에 의하여 허가를 받고 방송을 행하는 무선국을 말한다'(방송법 제2 3). 전파관리법상의 무선국은 호출부호와 호출명칭, 전파의 형식 및 폭과 주파수, 발진 및 변조방식, 공중선 전력 등의 조건에 따라 허가되는 하나의 station 개념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송출하는 주체로서의 방송조직은 '방송사'일 뿐, 전파관리법과 방송법의 '방송국(즉 무선국)'하고는 엄연히 다르다. 그리고 개정된 방송법에서는 '방송국'은 대부분 '방송사업자'로 바뀌었다
.

돌이켜 보면 방송인들에게 '방송국'이란 말은 회한과 자책을 불러 일으킨다. 그도 그럴 것이 1948 10 2일 당시 공보처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사단법인 대한방송협회에 소속되어 있던 '방송국'(HL 호출부호를 받았던 서울 및 10개의 지방 방송국에 대한 통칭)을 인수하여 부처 내의 한 기구로 만들었다
.

이로써 미군정 후, 잠시나마 민간부문으로 가 있던 방송현업은 정부기구의 한 부분이 되었고 이후 25년여의 국영방송시대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일제가 남긴 제국주의의 방송특색과 관료주의적 방송행정은 근본적으로 개혁, 개편되지 않은 채 그대로 한국방송으로 옮겨져"(강현두, '일제하 방송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방송론"P.49) 정부 정책의 공보활동과 계도에 충실하게 된다. 따라서 어쩔 수 없이 '방송국'에는 그 시절을 회상하게 하는 상흔이 있다
.

(
뒤쪽 없앰
)


좋은 지적을 해주신분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

오늘도 자주 웃으시면서 보내시길 빕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
제고와 재고를 재고해야합니다
]

오늘은 국정감사 이야기를 좀 할게요
.
어느 국감장에서 국회의원이 장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재고해야 하지 않나요
?'
그러면 장관은 이렇게 답변합니다
.
'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재고토록하겠습니다
.'

도대체 무슨 말인지
...

실제

'
' ''의 발음은 분명히 다르지만,
요즘 입말에서는 거의 다르지 않게 발음합니다
.
그래서 '제고' '재고'의 발음이 거의 같게 들립니다
.

이상하게 공무원 집단에서 많이 쓰는 단어가 '제고' '재고'입니다
.
일반사람들은 별로 안 쓰는데, 먹물 좀 튀었다는 공무원들이 이따위 말을 잘 씁니다
.

제고(提高) '쳐들어 높임'이라는 뜻이고
,
재고(再考) '어떤 일이나 문제 따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함.'이라는 뜻입니다
.
따라서, 앞에 보기로 든 국감장에서 나온 말은
,
'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재고해야 하지 않나요?'

'
장관님, 뭐뭐는 어찌어찌 하므로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나요?'로 고치면 되고,
'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재고토록하겠습니다.'

'
생산성을 높이고자 뭐뭐를 어떻게 했는데, 앞으로 뭐뭐를 다시 검토해 보겠습니다.'로 고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말하는 게 듣는 사람도 쉽고 말하는 사람도 편하지 않을까요
?

좀 다른 이야기인데요
.
국감장에는 시민단체 의정감시단이 있습니다
.
국감 현장에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감시하는 사람들인데요
.
이 감시단에서 우리말답지 않은 말을 쓰는 국회의원을 골라내서 공개하면 어떨까요
?
실제 한 단체에서 몇년 전부터 국회의원의 명패를 한자에서 한글로 바꾸자고 제안해서 요즘은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한글 명패를 쓰잖아요
.
이것처럼 일본어투나 번역투 말을 많이 쓰는 의원을 골라내 지적하고
,
그 질문을 좋은 우리말로 고쳐주면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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