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9/10] 우리말) 가르치다

조회 수 11190 추천 수 90 2010.09.10 13:12:23
이 '가르치다'가 실은 제 일터에서 나왔습니다. ^^*
'가르치다'는 농업에서 온 낱말입니다.
'가르치다'는 '갈다'와 '치다'를 합친 낱말로
밭을 갈거나, 돌을 갈거나, 가축을 치듯 정성껏 자식이나 학생을 키우는 일이 바로 '가르치다'입니다.



안녕하세요.

아침 회의 때문에 편지가 좀 늦었습니다. ^^*

우리말에 가르치다는 낱말이 있습니다.
아마도 이 낱말을 모르시는 분은 아무도 안 계실 겁니다.

이 '가르치다'가 실은 제 일터에서 나왔습니다. ^^*
'가르치다'는 농업에서 온 낱말입니다.
'가르치다'는 '갈다'와 '치다'를 합친 낱말로
밭을 갈거나, 돌을 갈거나, 가축을 치듯 정성껏 자식이나 학생을 키우는 일이 바로 '가르치다'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가르치는 교육이란
사람 마음속에 있는 밭을 잘 갈아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밑거름을 만들어주는 것이라 볼 수 있죠.

아시는 것처럼
농사는
때맞추어 땅을 파고 부드럽게 흙을 갈거나 고르고, 거기에 씨앗을 뿌리고, 움이 트면 북을 돋우고, 거름을 주고 김도 매어 주고...
이런 모든 일이 가르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고 봅니다.

이런 정성이 필요한 작업은
집안에서도 일어납니다.
그래서 자식농사라고 했나 봅니다.

영어로 농사는 agri-culture입니다.
여기서 culture는 경작의 뜻도 있지만, 교양, 문화라는 뜻도 있습니다.
곧, 밭을 가는 것이 곧 세상사 삶의 방식이고, 그것이 곧 인류의 문화라는 뜻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농업을 다루는 제 일에 저는 크나큰 자부심을 품고 삽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압화와 누름꽃]

안녕하세요.

오늘은 다시 덥다죠? 걱정입니다.

어제 자료 찾을 게 있어 누리집을 좀 싸돌아 다니다 보니 구례군에서 대한민국 압화대전을 했다는 게 나오네요.
오늘은 '압화'를 알아볼게요.

'압화'는
꽃이나 식물 따위의 수분을 없앤 뒤 말려서 눌러 꽃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영어로는 Pressed flower라고 하는데 이 말을 우리가 받아들이면서 '압화(押花)'라고 한 게 굳어진 겁니다.
1980년대 일본에서 들어왔다고 하고, 1990년대부터 일반에 퍼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처음 우리나라에 받아들이면서 왜 그런 한자로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압화라 하지 않고 '누름꽃'이라 하거나 '꽃누르미'라고 합니다.
한국꽃누르미협회도 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중요한 것은,
압화, 누름꽃, 꽃누르미 모두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요즘 국립국어원에서 사전을 다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사전에는 '압화'를 넣지 말고 '누름꽃'과 '꽃누르미'만 넣기를 빕니다.

사회에서는 압화를 덜 쓰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쓰려 힘쓰는데,
국가기관에서 사전을 만들면서 압화는 표제어로 올리고 꽃누르미와 누름꽃을 빼버리지는 않겠죠?

내친김에 하나 더 볼게요.
야생화입니다.
야생화는 野生花로 들에 피는 꽃입니다.
이를 '들꽃'이라고 하면 더 멋진 향이 나는 것 같지 않나요?

구례군 야생화 압화대전보다는
구례군 들꽃 꽃누르미나 들꽃 꽃누름이 더 멋있지 않나요?
구례에 가면 구례군농업기술센터 야생화 압화전시관이 있습니다.
이것도 들꽃 꽃누르미 마당으로 바꾸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야생화나 압화 보다는
들꽃과 꽃누름이 사람을 더 끌 것 같은데 그렇지 않나요?

이렇게 좋은 우리말을 두고 왜 영어나 한자를 좇는지 모르겠습니다.
내 집안에 멋진 수석이 있는데,
미국 개천에서 가져온 돌을 미제나 외국산이라고 좋아하는 꼴은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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