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2/09] 우리말) 미친 존재감

조회 수 5149 추천 수 29 2010.12.09 09:52:43
'한해'가 저물어 간다고 하면
가뭄 때문에 입은 재해(旱害)인 가뭄 피해가 거의 없어져 간다는 뜻과,
추위로 입는 피해(寒害)가 거의 복구되었다는 뜻이 됩니다.
그러나
'한 해'가 저물어 간다고 하면
올 1년이 다 되어 간다는 뜻이 됩니다.


안녕하세요.

춥죠? 어제 첫눈을 봤습니다. ^^*

1.
며칠 앞에 보내드린 편지에서 '착하다'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여쭤봤습니다.
오늘은 '미치다'를 여쭤볼게요.
'미치다'는 정신이 나간 것을 뜻합니다.
그래서 상식에 벗어난 행동을 하거나 어떤 일에 지나치게 열중하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서는 '절대적인'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습니다.
미친 존재감, 미친 몸매, 미친 각선미라는 말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미치다'가 그렇게 쓰이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생각을 보내주시면 우리말 편지에서 같이 나누겠습니다.

2.
며칠 앞에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토론토에 계시는 어르신께서 편지를 보내셨습니다.

- 단위는 띄어 씁니다라고 했는데, 단위(單位)는 우리말로 "낱자리"나 "하나치"를  쓰면 어떨까요?
낱자리(단위)는 띄어 씁니다.
- '아주 좋다', '예쁘다'와 '싸다'는 뜻으로 쓰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 인터넷에서 '착하다'가 그런 뜻으로 쓰이고 있는데
  라고 했는데, 쓰이고 있다는 쓰고 있다로 쓰면 어떨까요?
- 위험, 언행, 심지어, 의견과 공유는 한문을 쓰셨는데, 아래와 같이 고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위험하다 : 바드럽다, 아슬아슬하다, 간간하다
언행 : 말과 몸가짐, 말과 짓, 말짓.
심지어 : 더더욱, 더욱이, 나중에.
의견 : 생각, 뜻
공유 : 함께 나누기, 함께 누리기

날씨가 춥습니다.
겨울에 추운 것이야 당연하니 그 추위를 즐겨야겠지만,
바닥이 미끄러운 것은 반갑지 않습니다.
발길 조심하시고 늘 건강 잘 챙기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말 줄이기]

안녕하세요.

여러모로 살기 팍팍한데 김연아 선수가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네요.
고맙습니다. ^^*

이번에 우승한 대회가
2008-2009 국제빙상경기연맹이 주관하는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1차 대회 스케이트 아메리카 여자 싱글이라고 하네요.
이름이 이렇게 길어서야 어디 외우기나 하겠어요?

더군다나 요즘은 뭐든지 합쳐서 새로운 것을 이루어 내는 게 사회 분위기이다 보니
조직이름도 기능을 합치는 쪽으로 나가게 되나 봅니다.
그러나 언어 특성은 짧고 간단한 쪽으로 흘러가 자연히 이름을 줄여 약어를 쓰게 됩니다.
선거관리위원회를 '선관위'라 하고,
농림수산식품부를 '농식품부'라 하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국과수'라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이번에 제가 일하는 농촌진흥청도 부서 이름을 많이 바꿨습니다.
농업과학기술원이 국립농업과학원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줄여 농과원이라하고,
작물과학원이 국립식량과학원이 되었는데, 그 이름을 줄여 식량원이라고 합니다.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긴 낱말을 줄이고자 약어를 쓰는 것은 좋은데,
줄일 때 잘 줄여야 한다는 겁니다.

전원주택을 줄인답시고 전주라고 한다거나,
고속철도를 줄여 고철이라고 한다거나,
유선방송을 줄여 유방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는 기후변화생태과가 있습니다. 이를 '기생과'로 줄일 수 없잖아요.

낱말을 줄이되 꼭 개개 낱말의 맨 앞에 오는 낱말을 따다 쓸 까닭은 없습니다.
제가 일하는 과는 실용화기술과인데, 이를 '실기과'로 하면 안 되고, '실용과'라고 줄이는 게 좋을 것 같고,
옆에 있는 첨단농업과는 '첨농과라고 첨단과 농업에서 한 자씩 따오지 말고 '첨단과'라고 앞 낱말만 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낱말을 줄여 사람들이 자주 쓰면 그게 사전에 오르게 됩니다.
돈을 넣고 빼는 입금과 출금은 줄여서 '입출금'이 되고 지금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바꾸고 고치는 개수와 보수도 줄여 '개보수'라 쓰고 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하나 더 짚고 싶은 게 두음법칙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줄이면 '전경련'이지 '전경연'이 아닙니다.
두음법칙에 따라 낱말 맨 앞글자에서 ㅕ 앞의 ㄹ은 ㅇ이 되어 '연합회'지만,
전경련으로 낱말이 하나가 되면 맨 앞에 오는 글자가 아니므로 '연'이 아니라 '련'으로 써야 바릅니다.
약어를 만들 때 두음법칙을 따져야 합니다.

오늘 글은 좀 복잡하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6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737
1156 [2011/01/04] 우리말) 잔주름/잗주름 moneybook 2011-01-04 8132
1155 [2011/01/03] 우리말) 장애인과 불구 moneybook 2011-01-03 6470
1154 [2010/12/31] 우리말) 고맙습니다. ^^* moneybook 2010-12-31 5795
1153 [2010/12/30] 우리말) 나일롱 -> 나일론 moneybook 2010-12-30 6467
1152 [2010/12/30] 우리말) 밀월여행 moneybook 2010-12-30 5933
1151 [2010/12/29] 우리말) 따듯하다 moneybook 2010-12-29 7085
1150 [2010/12/28] 우리말) 사뜻하다 moneybook 2010-12-28 6691
1149 [2010/12/27] 우리말) 새날이 도래 moneybook 2010-12-27 5269
1148 [2010/12/23] 우리말) 참모습 moneybook 2010-12-23 5646
1147 [2010/12/22] 우리말) 못 잊다 moneybook 2010-12-22 6054
1146 [2010/12/21] 우리말) 관용구 moneybook 2010-12-21 6328
1145 [2010/12/20] 우리말) 움츠리다 moneybook 2010-12-20 6725
1144 [2010/12/17] 우리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답장 moneybook 2010-12-18 7021
1143 [2010/12/17] 우리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moneybook 2010-12-17 5524
1142 [2010/12/16] 우리말) 웃옷 moneybook 2010-12-16 8290
1141 [2010/12/15] 우리말) 올겨울과 이번 겨울 moneybook 2010-12-15 8356
1140 [2010/12/14] 우리말) 좨기 moneybook 2010-12-14 5762
1139 [2010/12/13] 우리말) 희소병 moneybook 2010-12-13 5833
1138 [2010/12/10] 우리말) 책 소개 moneybook 2010-12-10 5310
» [2010/12/09] 우리말) 미친 존재감 moneybook 2010-12-09 5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