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보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글을 읽으시고 답장을 보내주셨네요.
여기에 올려 같이 읽어보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 아침에 보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글을 읽으시고 답장을 보내주셨네요.

여기에 올려 같이 읽어보고자 합니다.

1.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금횡령에 관해서는,
안을 들여다보면 좀 복잡한 내용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아래 기사를 참조해 주세요.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arcid=0004441308


2.
예전에 쓴 글이 있어 붙입니다.

나눔과 베풂

오늘 조간신문에서 ‘창조적 기부는 기업 ㆍ 빈곤층 살리는 윈윈(Win-Win) 나눔’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많은 부분 공감하는 내용이었다. 물질 만능주의가 팽배해 있는 현대 사회에서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함께 살아간다는 것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명 언론 기관에서 이러한 사례를 소개하고 이슈화 하여 뜻은 있으나 방법을 몰라 실천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길을 알려 주고, 또 하고는 싶으나 다른 사람이 자기의 선의적善意的 행동에 색안경 끼고 보지 않을까 두려워 망설이던 사람들에게 결심을 하게끔 유도하는 것 또한 언론의 중요한 사명이다.
나눈다는 것 참 좋은 일이다. 옛말에 콩 한 쪽도 나누어 먹는다는 말이 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만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마음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현대 사회에 있어 꼭 필요한 것이리라.
그런데 신문 기사에서는 ‘기부’와 ‘나눔’을 거의 동격同格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나는 둘 사이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부’와 ‘나눔’이라는 말은 비슷한 것 같지만 정확히 같은 뜻은 아니다. 국어사전에 기부란 말은 ‘자선사업이나 공공사업을 돕기 위하여 자기 소유의 돈이나 물건 따위를 대가 없이 내놓는 것’으로 나와 있다. 그러나 나눔이란 것은 ‘공동의 재산을 골고루 분배한다.’는 뜻이다.
자기의 재물을 내놓는 것과 공동의 재산을 나눈다는 것 결과적으로는 동일한 듯하지만 각각의 마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기부에는 자기희생이라는 마음이 필요한 것이고, 나눔에는 정의正義로운 마음이 필요하다. 자기희생과 정의 모두 좋은 마음이지만 본질적으로는 많이 다르다. 내 생각에 기부라는 말에는 ‘나눔’이라는 말보다 ‘베풂’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베풂은 국어사전에 ‘남에게 돈을 주거나 일을 도와주어서 혜택을 받게 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가난한 자에게 동정을 베풀다, 임금이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었다, 사장은 사원들에게 특전을 베풀었다 등이 그 사용 예이다. 법정 스님은 ‘무소유’라는 글에서 ‘베풂을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보시와 자비와 지혜를 베푸는 일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개인이 땀 흘려 일해 모은 재물을 남에게 나누어 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이 있다 해도 그 사람 스스로 최선의 노력을 하지 않았거나 나태한 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내가 가지고 있는 콩 한 알이라도 나누어 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그러나 베푼다고 하는 것은 함께 살고 있는 이웃에게 아무 조건 없이 주는 것이다. 상대방이 병자病者이든, 약자弱者이든, 흉폭한 범죄자이든, 사형 집행일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사형수이든 아무 대가없이 나의 것, 나의 마음을 주는 것이 바로 베풂이다. 옛 어른들은 살아 있을 때 덕을 많이 쌓으라는 말이 하셨다. 이는 ‘평소 많이 베풀고 살아라.’고 하는 뜻과 다름없다.
따라서 나는 우리 사회가 각 개인들에게 ‘나눕시다.’라고 공격적으로 요구하는 것보다는 ‘베풀고 삽시다.’라고 공손하게 권유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대부분의 범인凡人들에게 ‘너의 재물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라.’라고 한다면 그 사람 ‘내가 열심히 일해서 모은 재물을 왜, 아무 이유 없이 남에게, 특히 게을러빠진 사람에게 나누어 줘!’ 이런 반발심을 가질 수 있다. 또 이미 나누어 주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베풀고 삽시다.’라고 한다면 ‘나도 착한 일을 한번 해 보는구나!’라는 자부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한 가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기부 또는 베풂을 받는 사람의 마음자세이다. 내가 당연히 받을 것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대한 기부 또는 베풂의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베풂은 그 사람에게 나쁜 타성을 키워 줄 우려가 있다. 이와 반면에 지금은 내가 불운해서 남으로부터 베풂을 받지만 내가 성공했을 때 내가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게 베풀어 줄 마음이 있는 사람이라면 베풂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자, 어떤 사람에게 기부를 해야 내가 기부한 목적이 달성되겠는가?
또 한 가지, 나의 기부 행위가 번쩍번쩍 빛이 나는 표창패 하나 바라고 한 것이 아니라면 내가 피땀 흘려 모은 재물이 제대로 쓰이는지 끝까지 챙겨 봐야 할 것이다. 얼마 전에 어느 대학교에 수백억 원을 기부한 사람이 기부 철회 요청을 했다고 한다. 기부금을 자기 생각대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부한 사람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하여 사용해 달라고 했는데, 학교 측에서는 건물을 짓는데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기부 받은 돈을 하늘에서 갑자기 떨어진 공돈으로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써서야 되겠는가?
나는 마땅히 기부한 사람의 뜻에 쓰이는 것이 올바른 일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소액 기부라면 몰라도 고액 기부라면 적어도 사용처를 명시한 계약서를 주고받는 게 상호간의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바람직할 것이다. 자선단체 대부분 진정 희생정신으로 똘똘 뭉쳐진 곳이지만 일부 악용하는 자선단체도 있다고 한다. 기부금 대부분을 상근직원 인건비로 쓰는 곳이 과연 자선단체 본연의 모습일까? 아직까지 기부문화가 성숙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는 꼭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그 중 재능이 뛰어나거나 또는 운이 좋아 재물을 많이 모은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 착한 마음을 베풀고 살자는 것 이것이 진정 우리 사회의 건강한 도덕률道德律이 아닐까?
(2008.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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