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말을 비틀고 짓밟아 불구로 만드는 범죄다.'라는 월(문장)이 있었는데,
이를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는 범죄행위다.'라고 바꿔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네요.
'장애인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안녕하세요.
2011년 새날이 밝았습니다.
이번 해는 남을 더 많이 생각하고, 더 배려하며, 하나라도 더 나누려고 힘쓰는 해로 보내고자 합니다.
지난해에 보내드린 편지에 제 실수가 있었네요.
제가 소개한 글에서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아 불구로 만드는 범죄다.'라는 월(문장)이 있었는데,
이를 '한국말을 비틀고 짓밟는 범죄행위다.'라고 바꿔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주셨네요.
'장애인운동'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히신 분이 보내주셨습니다.
우리는 장애인이 아닌 사람을 정상인이라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당연히 장애인이 아닌 사람은 비장애인이라고 해야 합니다.
애를 낳지 못해 고생하시는 분을 두고 '불임'이라는 절망적인 낱말을 쓴 적도 있습니다.
어렵긴 하지만 천사가 오는 길을 잘 찾아주면 애를 낳을 수 있는 분들은 '불임'이 아니라 '난임'입니다.
가끔 소개해 드리지만, '희귀병'이라는 말도 안 되는 낱말로 어려움에 부닥친 분들에게 커다란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드물어서 귀한 병이 아니라, 드물어서 고치기 쉽지 않은 병은 '희소병'입니다.
올해는
나도 챙기지만 남도 같이 챙기고,
남과 나누는 기쁨을 더 자주 맛보면서
자주 웃는 해로 보내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성제훈 드림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쫓다, 좇다]
벌써 가을이네요.
‘가을’하면 뭔가 풍성한 느낌이 있고,
초가집 마당에 닭 몇 마리가 노니는 한가로움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그 닭 이야기로 시작할까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
위에서 ‘쫓다’와 ‘좇다’가 다르게 쓰였는데요.
그 차이는,
‘쫓다’는 공간이동이 있을 때 쓰고,
‘좇다’는 공간이동이 없을 때 씁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쫓다’는 뭔가를 따라가서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는 뜻으로 쓰고,
‘좇다’는 뭔가를 따라하되 생각이나 사상을 따라할 때 쓰는 말입니다.
남의 생각이나 사상을 따라할 때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내 몸이 움직이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에서는 개가 닭을 쫓기 위해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했으므로 ‘쫓다’를 쓰고,
‘부모님의 뜻을 좇아 가업을 잇기로 했다.’에서는 생각을 따를 뿐 내 몸이 이곳에서 저곳으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좇다’를 씁니다.
늘 행복한 시간과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