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온새미라는 이름씨(명사)가 있습니다.
주로 '온새미로' 꼴로 쓰여 "가르거나 쪼개지 아니한 생긴 그대로의 상태"를 뜻합니다.
'라온'은 즐겁게 라는 뜻을 지닌 그림씨(형용사)로 아름다운 순우리말입니다.



안녕하세요.

달포쯤 전에 일터를 옮겼다는 말씀을 드렸었죠?
새 일터에 가서 이런저런 자료를 보니 맞춤법 틀린 게 왜 그리 많이 보이던지요.
그래서 며칠 전에 직원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자주 틀리는 맞춤법을 알려 드렸습니다.
오늘은 그 편지를 붙입니다.

1. 단위는 띄어 씁니다.
열 개, 한 개, 두 개... 한 잔, 두 잔처럼 띄어 씁니다.
다만, '한잔'처럼 굳어져 사전에 오른 낱말은 붙여 씁니다.
('한잔'은 가볍게 한 차례 마시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숫자와 같이 쓸 때는 붙여 씁니다.
'1개'이지 '1 개'가 아닙니다.

2. 리터의 단위는 로마자 엘입니다. l이나 L로 써야 합니다.
붙임 파일은 2006년에 개정된 SI단위입니다.
124쪽에 보면 리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표의 f가 그 이야기인데, 어쭙잖게 번역해 보면,
소문자 엘l로 쓰는 리터 단위는 1879년 CIPM에서 처음 받아들였다. 같이 쓸 수 있는 대문자 엘L은 1979년에 받아들여졌는데, 이는 리터 단위인 소문자 l이 숫자 1과 헷갈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이다.
라고 나와 있습니다.
위 파일을 우리나라 말로 짧게 정리한 것도 있네요.
대한의학학술지편집인협회에서 나온 겁니다.
파일로 붙입니다.

3. 미터의 단위는 m입니다.
미터와 킬로미터는 소문자 m과 k를 써야 바릅니다.
K는 열역학에 나오는 캘빈 단위입니다.(단위에서 대문자는 대부분 고유명사에서 온 겁니다.)
KG이나 Kg이 아니라 kg이 바릅니다.

4. 불이 아니라 달러입니다.
불은 달러 표시($)를 일본사람들이 한자 弗 자와 비슷하다고 해서 그렇게 읽은 겁니다.
불이 아니라 달러입니다.
그리고 이 또한 단위이므로 앞 말과 띄어 써야 바릅니다.
1에서 소개한 것처럼 숫자와 같이 쓸 때는 달러를 붙여 씁니다.
100달러로 써야 바릅니다. 그러나 그 사이에 글자가 들어가면 띄어 씁니다.
'100만달러'는 '100만 달러'라고 써야 바릅니다.

5. 수사 '제(第)는 붙여 씁니다.
수사 앞에 붙어 그 수사에 해당하는 숫자를 나타내는 제(第)는 접두사이므로 뒷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따라서,
'제 5회'가 아니라 '제5회'입니다.

6. 따옴표는 하나짜리로 써야 합니다.
문장 안에서 강조하고자 하는 낱말이 있을 때 큰따옴표("  ")가 아닌 작은따옴표('  ')를 써야 바릅니다.
맞춤법 규정에 따르면,
큰따옴표는 대화, 인용에만 쓰고,
작은따옴표는 마음속으로 한 말이나 문장에서 필요한 부분을 두드러지게 하기 위해 드러냄표 대신에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따라서,
책 이름 등을 강조할 때는 "술 이야기"가 아니라 '술 이야기'라고 해야 바릅니다.

7. 우리 회사는 띄어 씁니다.
'우리'가 들어간 낱말이 많이 있는데 그 가운데 '우리나라, 우리말, 우리글' 이렇게 세 개만 붙여 쓰고 나머지는 모두 띄어 씁니다.
따라서, 우리 집, 우리 회사, 우리 술, 우리 책처럼 띄어 써야 바릅니다.

8. 피로회복이 아니라 피로해소입니다.
동아제약인가에서 박카스 선전을 위해 일부러 광고에서도 '피로회복'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피로는 회복할 대상이 아니라 없애고 해소할 대상입니다.
회복할 대상은 피로가 아니라 원기입니다.
따라서, 피로회복이 아니라, 피로해소나 원기회복이라고 써야 바릅니다.
그렇지 않아도 피곤한데 그놈의 피로는 회복해서 어디에 쓰시려고 그렇게 '피로회복'을 좋아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

9. '어서오십시요'가 아니라 '어서오십시오'입니다.
오와 요를 헷갈리시는 분이 많으십니다.
간단합니다. 셔요, 세요, 까요 만 '요'를 쓰고, 나머지는 모두 '오'를 쓰면 됩니다.
따라서, 오서오십시요가 아니라 어서오십시오가 맞습니다.

10. 입맛 돋구다가 아닌 입맛 돋우다
돋구다는 안경 도수를 높일 때만 쓰고,
고추밭에 북을 주거나 목소리를 높이거나 기분이나 감정을 부추기거나 하는 것은 모두 '돋우다'입니다.

11. 숫소가 아니라 수소
암놈의 반대인 숫놈은 숫놈이 아니라 수놈이 맞습니다.
숫은 숫양, 숫염소, 숫쥐만 '숫'을 쓰고 다른 것은 모두 '수'를 써야 합니다.
따라서, 수놈, 수소, 수나사 따위로 써야 바릅니다.

12. 왠지 오늘은...
왠과 웬이 헷갈리시는데요.
'왠지 오늘은...'할 때만 '왠'을 쓰기고 나머지는 모두 '웬'을 쓰시면 됩니다.

13. 이름은 붙여 씁니다.
'성 제훈'이 아니라 '성제훈'으로 성과 이름은 붙여 씁니다.
이것은 1988년부터 맞춤법 규정에 따라 그렇게 붙여 쓰고 있는데 아직도 서명할 때 띄어 쓰시는 분이 계십니다.
그러나 관직명은 띄어 씁니다.
따라서,
김구 선생, 김 박사, 박 팀장, 성제훈 씨가 맞습니다.

14. 사랑할께요가 아니라 사랑할게요.
줄까? 말까?  처럼 의문 종결어미는 까, 꼬로 적고 나머지는 모두 할걸, 할게, 줄게로 씁니다.
따라서, 사랑할께요가 아니라 사랑할게요가 바릅니다.

15. 리후렛이 아니라 리플릿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말은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적어야 합니다.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리후렛이 아니라 리플릿이며,
팜플렛이 아니라 팸플릿이고,
프랭카드가 아니라 플래카드가 바릅니다.

배가 고파서... 이제 밥 먹으러 갑니다. ^^*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입니다.



[비빔밥을 맛있게 드시려면...]

어제는 우연한 기회에,
전주에서 전주비빔밥을 먹었습니다.
참 맛있더군요.  

제가 비빔밥 맛있게 드시는 한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비빔밥은 밥 위에 여러 가지 반찬이 얻어져 있는 상태로 손님 앞에 나오죠.
이를 비벼서 먹는데,
비빌 때 숟가락으로 비비지 말고,
젓가락으로 비벼보세요.
밥이 짓이겨지지 않아 훨씬 고슬고슬합니다.
당연히 맛있죠.  
앞으로 비빔밥을 드실 일이 있으시면, 꼭 젓가락으로 비벼보세요.

은희경 님이 쓴 ‘아내의 상자’라는 책에 보면,
...욕실에는 늘 고슬고슬한 수건이, 냉장고의 냉동실에는 반찬 냄새가 배지 않은 얼음이 있었다...
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기서 ‘고슬고슬’이 틀렸습니다.
고슬고슬은 부사로 ‘(밥이) 질지도 되지도 않고 알맞은 모양’을 말합니다.

깨끗이 빨아 말린 베, 무명 등이 피부에 적당히 거슬리는 모양은 ‘고슬고슬’이 아니라 ‘가슬가슬’입니다.

아침에 ‘가슬가슬’한 새 수건으로 씻고 오셨죠?
점심때는 ‘고슬고슬’한 밥을 맛있게 드세요.

말 나온김에,
‘밥이나 떡 같은 것이 끈기가 많다’는 뜻의 ‘차지다’를 ‘찰지다’로 잘못 알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렇게 잘못 알고 계시는 이유는,
아마도, 찰기(차진 기운)가 있는 곡식을 찰곡이나 찰곡식이라고 하는데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찰기장, 찰수수, 찰벼, 찰옥수수, 찰피 따위가 그런 거죠.
그러나 찰곡식이라고 해서 곡식 이름 앞에 ‘찰’자만 붙이면 되는 게 아닙니다.
조는 찰조가 아니라 ‘차조’고,
그 쌀은 ‘차좁쌀’이며, 그것으로 지은 밥은 ‘차조밥’입니다.
찹쌀가루로 만든 전병도 ‘차전병’입니다.

어쨌든,
‘차지다’는, ‘반죽이나 밥, 떡 따위가 끈기가 많다’는 뜻으로,
‘차진 흙, 인절미가 퍽 차지다. 반죽이 너무 차져서 떡 빚기가 힘들다. 그는 차진 밥을 좋아한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찹쌀밥은 ‘찰진’것이 아니라 ‘차진’것입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 만드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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