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축제를 잔치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고,
만개는 활짝 핌으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왜 언론에서는 축제와 만개를 쓸까요?
안녕하세요.
요즘 뉴스에서 벚꽃 이야기가 자주 나오네요.
벚꽃 축제, 만개, 만끽...
저라면 축제를 안 쓰고 잔치나 한마당을 쓰겠으며,
만개라고 안 하고 활짝이라고 하고,
만끽이라 하지 않고 맘껏 즐긴다고 하겠습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보면
축제를 잔치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고,
만개는 활짝 핌으로 다듬어서 쓰라고 나와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 그렇게 나와 있는데, 왜 언론에서는 축제와 만개를 쓸까요?
언론에서 그렇게 쓰니 우리 같은 사람이야 당연히 잔치보다 축제가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활짝 핌보다 만개가 귀에 익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말 편지에서 보낸 벚꽃 이야기를 모아봤습니다.
고맙습니다.
[축제와 축전]
안녕하세요.
봄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서 '축제'가 참 많네요.
오늘은 '축제' 이야기를 해 볼게요.
먼저,
축제(祝祭)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1.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 '잔치', '축전'으로 순화.
문화 축제, 거리 축제, 개교 기념 축제, 축제 분위기에 싸이다, 축제가 열리다, 축제를 벌이다를 보기로 들었습니다.
2. 축하와 제사를 통틀어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곧, 요즘처럼 꽃 필 때에 맞춰 벌이는 것은 축제가 아니라 '잔치'나 '축전'이 맞다는 말씀입니다.
사전에서 다듬은 말로 올리지는 않았지만 '한마당'도 좋을 겁니다.
제가 알기에는,
영어 festival을 일본사람들이 祝祭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festival을 영일사전에서 찾아보면,
종교적인 행사나 일반(정기적) 축제, 제사, 제일, 축일을 뜻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이런 일본어 투 '축제'와 뜻이 같은 말이 축전(祝典)입니다.
"축하하는 뜻으로 행하는 의식이나 행사"죠.
그러나 축제나 축하는 한자말이고, 우리말로는 '잔치'가 있습니다.
잔치는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이고,
한마당은 아직 사전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잔치와 같은 뜻으로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벚꽃축제 보다는
벚꽃 잔치나 벚꽃 한마당이 더 낫지 않나요?
이번 주말에는 애들과 함께 여기저기 잔치하는 곳이나 찾아다녀야겠네요.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보태기)
1.
일본말에서 祭는 '제사'라는 뜻 말고도 '축제'라는 뜻으로도 쓰입니다.
따라서 일본에서는 축제가 축하하는 잔치라는 뜻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옛날에는 나라가 정한 축일, 또는 축제였지만,
지금은 「국민의 축일」이라고 해서 축제, 축일로 쓴다고 나와 있습니다.
제사는 엄숙하고 경건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엄숙하거나 경건한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따라서 벚꽃축제(祝祭)가 아니라 벚꽃 잔치마당이나 벚꽃 놀이마당이라고 해야 제 뜻에 맞습니다.
2.
축제에는 제사라는 뜻도 들어 있습니다.
일본말 사전에서 祭(제사 제 자)를 찾아보니,
일부 이름씨(명사)에 붙어 의식, 축전의 뜻을 더한다고 나와 있으며
보기로 축제(祝祭)와 사육제(謝肉祭)를 들어 놨네요.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와는 관련이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축제(祝祭)가 아니라 축전(祝典)이 맞습니다.
3.
축제의 제는 제사를 뜻하므로,
춘향제, 의병제처럼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부터 지낸 다음,
문화예술 행사를 여는 것을 두고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제사를 받는 주체가 있어야 쓸 수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가 하는, 벚꽃 필 때 여는 잔치는 제사도 아닐뿐더러 제사라 하더라도 받는 주체가 없잖아요.
그런 뜻에서도 벚꽃축제는 말이 안 됩니다.
4.
어떤 학자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축제는 축하와 제사가 합쳐진 말이긴 하지만, 제사를 더 강조한 낱말이고
축하를 더 강조한 낱말은 宴이라고 합니다. 곧, 잔치죠.
우리가 요즘 곳곳에서 벌이는 것은 제사가 아니라 잔치이므로 '축제'와는 거리가 멉니다.
[만개? 활짝 핌!]
오늘도 토요일이랍시고 집안 청소 좀 하고 늦게 나왔습니다.
이렇게라도 해야 집에서 쫓겨나지 않으니까요. ^^*
나오다 보니 여기저기 벚꽃이 활짝 피었네요.
마치 솜을 한 자밤씩 나뭇가지에 올려놓은 것처럼 멋있게 피었습니다.
이렇게 꽃이 활짝 핀 것을 '만개(滿開)'라고 합니다.
주로 언론에서 그렇게 떠듭니다.
그러나 그러면 안 됩니다.
특히 언론은 절대 그러면 안 됩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활짝 핌'이라고 다듬어 놓은 낱말을 왜 굳이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언론이 쓰는 낱말 하나하나는 사람들이 그대로 따라하게 됩니다.
그래서 언론이 중요한 겁니다.
언론의 힘만 믿고 언죽번죽 떠들면 안 되는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죠.
권한이 있으면 책임도 따르는 법입니다.
저는
'여의도 윤중로 벚꽃 만개'보다는
'여의둑길 벚꽃 활짝'이 훨씬 좋은데,
여러분은 어때요?
[윤중로 벚꽃 축제]
사무실 앞에 있는 벚나무가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네요.
오늘은 벚꽃 이야기를 해 볼게요.
진해 벚꽃이 활짝 피었으니, 이제 곧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를 한다는 말이 나오겠네요.
<제가 대충 아는 내용>
1. 벚꽃의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대만이다.
2. 지금 일본의 벚꽃은 제주도에서 자라난 토종 왕벚꽃을 가져가서 개량한 것이다.
3. 우리나라 꽃이 무궁화라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나와있지만, 일본 나라꽃이 벚꽃이라는 것은 일본 법률에 없다.
(따라서 아름다운 벚꽃을 보고 일본 나라꽃이라는 이유로 억지로 싫어하거나 미워하실 필요는 없으실듯...)
<제가 확실히 아는 내용>
'윤중로'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에 있는 둑길입니다.
윤중로(輪中路)는 윤중제(輪中堤)에서 온 말입니다.
'제'는 방죽 제(堤) 자 이므로 윤중제는 윤중방죽이라는 말이 되겠죠.
이제 윤중을 알아보죠.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윤중'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일본사전을 보죠.
輪中은 わじゅう[와쥬우]로 '에도시대 물난리를 막기 위하여 하나 또는 여러 마을이 둑으로 싸여 물막이 협동체를 이룬 것'이라고 나와있군요.
輪中堤를 찾아보니, わじゅうてい[와쥬떼이]로 '강 가운데 있는 섬 주위를 둘러싸게 축조한 제방'이라고 나와있네요.
이렇게 윤중은 우리말이 아닙니다. 일본말입니다.
그걸 가져다 우리는 '윤중'이라고 그냥 읽은 겁니다.
거기에 길을 내 놓고 윤중로(輪中路)라 하고...
제가 알기에,
산에서 내려오는 강어귀에 마을이 있거나 하여 강물이 불면 그 물에 마을이 잠기므로 마을 둘레에 둑을 쌓아 물을 막는데,
그 둑이 바로 '방죽'입니다.
따라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뒤편에 있는 둑길은 '방죽'에 난 '길'입니다.
일본말인 윤중로가 아니죠.
제가 알기에는, 1986년 서울시가 윤중제를 '여의방죽'으로 고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있는 길은 윤중로가 아니라 여의방죽길이겠죠.
그런데 왜 방송에서는 여전히 여의방죽이나 여의방죽길, 여의둑길로 안 쓰고 윤중로를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낱말 몇 개를 소개합니다.
방죽 : 물이 밀려들어 오는 것을 막기 위하여 쌓은 둑.
둑 : 높은 길을 내려고 쌓은 언덕.
둔치 : 물가의 언덕.
섬둑 : 섬의 둘레를 둘러쌓은 둑.
보태기)
1. 저는 우리나라를 사랑합니다. 오늘 편지의 주제는 벚꽃을 사랑하고, 벚꽃을 보고 즐기자는 게 아니라, '윤중'이나 '윤중로'를 쓰지 말자는 겁니다.
2.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윤중제(輪中堤)가 실려있는데,
'강섬의 둘레를 둘러서 쌓은 제방.'이라 풀어놓고, '둘레 둑', '섬둑'으로 바꿨습니다.
3. 벚꽃 축제에서,
축제(祝祭, しゅくさい[슉사이])도 일본어투 말입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에 음식을 차려 놓고 여러 사람이 모여 즐기는 일'은 '잔치'입니다.
4. 어제 인터넷 뉴스에서 보니,
우리나라 대단위 벚꽃 나무들이 일본의 교묘한 문화침탈의 일환으로 심어졌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http://www.segye.com/Service5/ShellView.asp?TreeID=1258&PCode=0007&DataID=200604031553000162
[봉우리/봉오리]
점심 먹고 사무실 앞에 있는 벚꽃 봉오리를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 많으시네요.
봉우리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봉오리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망울이라고 하시는 분도 있고......
우리말에서,
'-오'는 양성 모음으로 귀엽고 작은 형상을 나타낼 때 많이 쓰고,
'-우'는 음성 모음으로 크고 우람한 형상을 가리킬 때 많이 씁니다.
'오밀조밀'한 작은 것을 생각하시고,
'우와~ 크다'를 생각하시면 기억하시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이에 따라,
꽃처럼 작은 것은 '봉오리'라고 하고,
산처럼 큰 것은 '봉우리'라고 합니다.
꽃봉오리, 산봉우리가 맞는 거죠.
'꽃봉오리'의 준말이 '봉오리'인데, '몽우리'와 같은 말입니다.
'망울'도 '꽃망울'과 같은 말입니다.
정리하면,
'산에서 뾰족하게 높이 솟은 부분'은 '산봉우리'라고 하고,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아니한 꽃'은,
꽃봉오리, 봉오리, 몽우리, 망울, 꽃망울 중 어떤 것을 쓰셔도 됩니다.
꽃 이야기 조금만 더 할게요.
요즘 산에 진달래가 많이 피어있죠?
진달래가 만개한 게 아니라, 활짝 핀 거죠
진달래와 철쭉을 가르는 방법 아세요?
아주 쉽습니다.
진달래와 철쭉은 모두 진달랫과 식물이라 비슷하긴 한데요.
잎이 없이 꽃이 핀 것은 진달래,
꽃과 잎이 같이 핀 것은 철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쉽죠?
[꽃보라]
날씨가 참 좋죠?
이 좋은 날씨를 좀 즐기려는데, 일본者들이 심사를 뒤트네요.
점심때 보니,
지난 바람에 벚꽃이 거지반 떨어졌네요.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지금도 떨어지고 있고...
나무 밑에 보니 떨어진 꽃잎이 수북하고...
이 꽃잎을 보니 우리말편지를 또 보낼 수밖에 없네요.
"떨어져서 바람에 날리는 많은 꽃잎"을 뜻하는 순 우리말이,
'꽃보라'입니다.
[??뽀라]라고 발음하시면 되고,
바람이 불자 마치 눈보라처럼 수천 송이의 꽃보라가 일었다처럼 쓰시면 됩니다.
북한에서는,
"경사스러운 일을 축하할 때에 높은 곳에서 뿌리는, 여러 가지 색깔의 작은 종잇조각."도,
'꽃보라'라고 합니다.
'꽃보라',
참 예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