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7] 우리말) 착하다(2)

조회 수 7592 추천 수 0 2011.08.17 09:33:38

 

어제 편지에서
'
착한 가격'이나 '착한 몸매'처럼 '착하다'의 뜻을 넓혀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댓글 몇 개 같이 읽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어젯밤에도 비가 내렸네요. 지금도 내리고 있고요. 오늘도 더 내릴거라고 합니다. 뉴스에서는 추석 물가가 오른다는 말이 나오고...

어제 편지에서
'
착한 가격'이나 '착한 몸매'처럼 '착하다'의 뜻을 넓혀 쓰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봤습니다.
댓글 몇 개 같이 읽고자 합니다.

이 아무개 님
저는 말장난이라고 생각합나다.
이렇게 계속 어휘의 뜻을 넓혀 쓰다 보면 나중에는 비슷한 뜻을 가진 어휘들이 너무 많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도 없고 그 어휘 본래의 뜻 마저도 잃어 버릴 것 같은 생각도 듭니다.
또한 표현할 말에 대한 어휘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새로 만들어 써서 다양한 어휘를 가진 언어로 만들어감이 언어의 진화이며 더욱 발전된 문화국 언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 아무개 님
언어에도 유행이 있는 것은 틀림이 없지요.
그 유행을 억지로 막으려는 것은 민주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봅니다.
여러 유행어 중에서 진정한 가치가 있는 말은 남는 거겠죠.
많은 문학과 예술 작품이 등장해서 세상이 말세니 뭐니 해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흘러가는 것이 대부분이고 알짜배가는 남는 것처럼요.

황 아무개 님
저는 그런 쓰임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단어 뜻의 확장이라는 면에서 본다면, 수용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정확한 상황에  적확한 용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앞에서와 같은 부분을 허용한다면 앞으로는 우리말을 사용하는 사람들끼리도 통역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어법에 맞는 단어를 구사하면서도 강렬하게 와 닿는 표현법을 찾아내고 만들어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고, 노력하면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다소 길어질지라도 어법에 맞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정신건강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기존의 정확한 표현법을 허무는 것만이 선각자로 둔갑되고 창의자로 인정받는 듯한 사회 풍토가 문제입니다.
지금 '착한 가격'이라는 표현이 오래 묵으면 또 식상해져버리고, 어법에 맞지 않는 또 다른 표현이 나올지 모릅니다.
무한정 그런 분위기를 허용하면 의사전달의 혼선이 오고, 나중에는 정신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를지도 모릅니다.
한 때, 유행했던  <꿀벅지>라는 단어.  참 듣기에 어색한데요.  허벅지를, 먹는 ''과 조합하여 만든 말,  너무 이상했어요.
언어유희에 지나지 않아요.
<
싼 가격,  매우 싼 가격, 놀랄 만한 가격, 최저가,  눈높이 가격> 하여튼 어법에 맞게 쓰면서 언어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어떨까요.  너무 고지식한가요?

나 아무개 님
이런 쓰임 저는 반대입니다.
'
착하다'는 낱말의 쓰임은 넓어질지 몰라도 예쁘지 않은 사람, 몸매가 좋지 않은 사람은 착하지 않다라는 말인 게 되니까
저처럼 그다지 예쁘지 않고, 몸매 별로?인 사람들은 좀..^^;;
물론 건강한 정신을 가진 성인이라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겠지만
그런 말이 두루 쓰이게 되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자연적으로 그런 생각이 스며 들지 않을까요?
저는 왠지 좀 서글퍼지는데요..^^;;

오 아무개 님
착한 가격, 착한 몸매 라니, 아름다운 우리말이 쓰레기로 바뀌는 세상인가 봅니다.
이런건 낱말의 뜻이 엉터리로 바뀌는 것이요,

임 아무개 님
'
착한 가격' 보다는
'
정직한 가격', '공정한 가격'이 더 작합하지 않을가요?

댓글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보내주신 댓글을 저만 읽기 아까워 같이 읽고자 보내드렸습니다.

오늘도 재밌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
다리다/달이다]

오늘 날씨 참 좋죠?
이 좋은 날씨만큼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 같은 아침입니다.

요즘 장모님이 저희 집에 오셔서 애를 봐 주고 계십니다.
갓 두 돌이 지난 딸과 며칠 전에 백일이 지난 아들을 봐 주고 계시죠.
애들 보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이번 가을에는 장모님께 보약을 한 첩 해드려야겠습니다.

보약도 보약이지만,
평상시에 쉽게 드실 수 있도록 배즙을 내드리고 싶어서
어제 오후에 배즙 내는 곳을 좀 찾아봤습니다.

집앞에 있는 시장에 가서 그런 가게를 찾아봤는데,
세상에...
어떤 집에서는 배즙을 ‘다려’주는 곳도 있더군요.
배를 다리는지 배즙을 다리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다려준다고 쓰여 있더군요.

‘달이다’와 ‘다리다’는 전혀 다른 뜻입니다.
‘달이다’는,
“약제 따위에 물을 부어 우러나도록 끓이다.”라는 뜻으로,
보약을 달이다/뜰에서 달이는 구수한 한약 냄새...처럼 씁니다.

‘다리다’는,
“옷이나 천 따위의 주름이나 구김을 펴고 줄을 세우기 위하여 다리미나 인두로 문지르다.”라는 뜻입니다.
다리미로 옷을 다리다/바지를 다려 줄을 세우다/다리지 않은 와이셔츠라 온통 구김살이 가 있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다리다’와 ‘달이다’는 뜻이 다른데,
배즙을 어떻게 다리죠?
배즙을 바닥에 부어 놓고 다리미로 미나요?

배즙은 다리는 게 아니라 달이는 겁니다.

배는 폐와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천식, 기침, 변비 따위에도 좋으며,
특히 술 드신 후에 좋다네요.

이번 가을에 부모님께 배즙 한번 선물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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