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9/15] 우리말) ~길래와 ~기에

조회 수 8096 추천 수 0 2011.09.15 18:44:01

 

원인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쓰이는 게 '~기에'입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셨기에 버선발로 달려나갔다, 한데 어제는 어디를 가셨기에 왜 그렇게 뵐 수가 없었어요처럼 씁니다.
여기에 '~기에'의 구어적 표현으로 '~길래'를 새롭게 표준말로 인정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일터에 나왔더니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네요. ^^*

지난 8 31일 바뀐 표준어 규정 가운데 가장 맘에 드는 게 있습니다.
"
흙으로 쌓아 만든 담"이라는 뜻의 낱말이 '토담'이었는데,
거기에 '흙담'도 표준말로 인정한 것입니다. 참으로 좋은 소식입니다.


그때 바뀐 규정 가운데
현재 표준어와 같은 뜻으로 추가로 표준어로 인정한 게 11개입니다.
간질이다/간지럽히다, 남우세스럽다/남사스럽다, 목물/등물, 만날/맨날, 묏자리/묫자리, 복사뼈/복숭아뼈, 세간/세간살이, 쌉싸래하다/쌉싸름하다, 고운대/토란대, 허섭스레기/허접쓰레기, 토담/흙담
이 가운데,
간지럽히다, 남사스럽다, 맨날, 묫자리, 복숭아뼈, 세간살이, 허접쓰레기를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에서 잘못되었다고 소개했었기에 바로잡았습니다.

오늘부터는
현재 표준어와 별도의 표준어로 추가로 인정한 25개 낱말을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길래'입니다.
원인이나 근거를 나타내는 연결어미로 쓰이는 게 '~기에'입니다.
반가운 손님이 오셨기에 버선발로 달려나갔다, 한데 어제는 어디를 가셨기에 왜 그렇게 뵐 수가 없었어요처럼 씁니다.
여기에 '~기에'의 구어적 표현으로 '~길래'를 새롭게 표준말로 인정했습니다.
배가 고프길래 라면을 끓여 먹었다,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시끄러워처럼 쓰시면 됩니다.

아침에 일터에 나오면서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웃음도 전염된다고 합니다.
남들에게 좋은 웃음이 많이 전염될 수 있도록 맘껏 웃읍시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편지인데,
'~
길래'가 틀렸다는 내용이 있어 붙입니다.
누리집에 올리신 분들은 이 내용을 지워주십시오.

거듭 고맙습니다. ^^*




[
얼르다와 어르다]

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오랜만에, 나흘 만에 편지를 보내니 글을 쓰는 손길이 조금 어색하네요.
실은 이런 게 두려워 되도록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하루만 쉬어도 다음에 편지 쓰기가 귀찮아지거든요. 저는 저를 조금 압니다. ^^*

어젯밤 연속극 천추태후에서 잔망스럽다는 낱말이 나왔습니다.
천추태후가 중전에게
"
잔망스럽던 제 얘기는 잊어주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
잔망스럽다' "보기에 태도나 행동이 자질구레하고 가벼운 데가 있다."는 뜻입니다.
멋진 우리말이라서 소개합니다.

오늘 아침 국민일보에 '동 이름이 뭐길래'라는 꼭지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
까닭'을 나타내는 어미는 '-기에'가 표준형입니다.
'-
길래' '-기에'의 변이형태로 보기도 하지만 현대 문법에서는 '길래'가 아니라 '기에'를 표준으로 봅니다.
'
사랑이 뭐길래'가 아니라 '사랑이 뭐기에'가 맞고,
'
동 이름이 뭐길래'가 아니라 '동 이름이 뭐기에'가 맞습니다.


지난 주말에는 구례에 다녀왔습니다.
애들과 기차로 다녀왔는데 워낙 먼 거리다 보니 애들은 주니가 나는지 지루함을 견디기 힘들어하더군요.
(
주니 : 몹시 지루함을 느끼는 싫증)

아내가 기차에 있는 노래방도 데리고 가고,
과자를 사주면서 달래기도 하고 어르기도 하면서 잘 다녀왔습니다.

흔히 어떤 일을 하도록 사람을 구슬리는 것을 두고 '얼르다'고 합니다.
그는 우는 아이를 얼러 보았다, 그는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얼르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다처럼 쓰시는데요.
실은 '얼르다'는 낱말은 없습니다. '어르다'가 맞습니다.
쓰임이 '얼러', '어르니'처럼 되니까 많은 분이 헷갈리시나 봅니다.
따라서,
그는 우는 아이를 '얼러' 보았다는 맞고,
'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얼르기도 하고' '대표직 자리를 내놓으라고 어르기도 하고'로 써야 바릅니다.
애들이 어리다 보니 어르며 먼 길을 다녀오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

고맙습니다.


 


아래는 예전에 보내드린 우리말편지 입니다.


[
누가 내 아이를 나무래?]

화창한 월요일 아침입니다.

며칠 전에 회사 동료의 차를 누군가 날카로운 물건으로 심하게 긁어놨다네요.
아침에 출근길에 그런 차를 보면 얼마나 화나겠어요.

아마도 동네 꼬마들이 그런 것 같은데,
그런 애들은 부모가 제대로 꾸짖어서 어렸을 때 버릇을 잡아야 합니다.
뭐든지 내 새끼가 최고라는 생각 때문에,
“누가 감히 내 아이를 나무래?”라고 따지는 부모가 늘고,
그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서 더 큰 사고를 치고...

상대방에게 질 줄 알고,
남에게 양보할 줄 알며,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서 제 구실을 하고, 작은 것 하나라도 베풀며 살 수 있을 겁니다.

앞에서,
“누가 감히 내 아이를 나무래?”라고 했는데요.
자주, 아니, 가끔 들으시는 말이죠?

말도 안 되는 소리일 뿐 아니라,
문법도 틀렸네요.
‘나무래?’가 아니라 ‘나무라?’입니다.

“잘못을 꾸짖어 알아듣도록 말하다.”는 뜻의 낱말은,
‘나무래다’가 아니라 ‘나무라다’거든요.
아이의 잘못을 호되게 나무라다/노인은 젊은이의 무례한 행동을 점잖게 나무랐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누가 감히 내 아이를 나무라?”라고 써야 합니다.

내 자식은, 내 새끼는 나무랄 데 없는 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내 자식이,
일부러 남의 차에 흠집을 낼 수도 있습니다.

꾸중할 때는 따끔하게 꾸중하고,
나무랄 때는 호되게 나무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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