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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이르다/빠르다]
어제 친구가 전화를 했더군요.
친구 : 야, 나 아무갠데, 잘 살지? 이번에 내 아들 수원 OO대에 붙었다. 시간 내서 너 찾아가라고 할게. 너 알다시피 내가 결혼이 좀 빨랐잖냐. (구시렁거리며 아들 자랑...) 근데 네 아들은 지금 몇 살이야? 저 : 응...... 난, 아직...... 이제 한 살... 친구 : 푸하하하~~~ 언제 키울래? 깝깝하다~~. 나 같으면 자살한다 자살해! 저 : ......... 근데 왜 전화했어? 친구 : 응. 그냥. 아들 대학 들어가서 자랑하려고 저 : (이런 XXX)......
속은 뒤집혀도 맞춤법 틀린 것은 짚어야겠네요. 친구가 결혼을 빨리했다고 했는데, 이 친구는 '빠르다'와 '이르다'를 구별하지 못하는 겁니다.
'빠르다'는, "어떤 동작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으로, 속도(速度)와 관계가 있습니다. 걸음이 빠르다. 말이 빠르다. 발놀림이 빠르다. 그는 행동이 빠르고 민첩하다처럼 씁니다.
'이르다'는, "계획한 때보다 앞서 있다."는 뜻으로, 시기(時期)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는 여느 때보다 이르게 학교에 도착했다. 올해는 예년보다 첫눈이 이른 감이 있다처럼 씁니다.
따라서, '경기회복 빨라야 내년 초'라는 말은 틀립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를 말하는 것이므로, '경기회복 일러야 내년 초'라고 해야 합니다.
또, 상사가 "이 일 언제까지 끝낼 수 있는가?"라고 물으면 "빨라야 다음 주 초에나 끝날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하면 안 됩니다. "일러야 다음 주 초"라고 해야 합니다.
제 속을 긁어놓은 친구도, 결혼이 빠른 게 아니라 이른 거죠. 결혼이 빠른 것은, 결혼식을 1분 만에 마친 것을 말하고(말이 되나요? ) 결혼이 이른 것은, 어린 나이에 결혼한 것을 말합니다.
그나저나, 제 아들은 언제 대학교에 들어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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