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맥줏집]
아침 뉴스를 들으니, 우리나라 기자가 무장괴한에게 납치되었군요. 하루빨리 무사히 풀려나길 기원합니다.
제가 우리말편지에서 가끔 기자를 탓하긴 하지만, 그래도 정의의 펜을 든 기자는 언제 어디서건 굳건해야 합니다.
어제는 12시 넘어서 밤늦게 퇴근하면서 같이 퇴근하는 동료와 맥줏집에 들러 가볍게 한잔하고 들어갔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 그것도 맘 맞는 친구들과 마치는 맥주는 보약일 겁니다.
맥주를 파는 집을 '맥주집'이라고 할까요, '맥줏집'이라고 할까요?
우리말을 공부하면서 제가 제일 불만인 게 사이시옷 규정입니다. 언어현실과 많이 동떨어진 규정을 만들어놓고 지키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영 떨떠름합니다.
언제 기회 되면 사이시옷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기로 하고, 오늘은 쉬운 것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사이시옷은 두 낱말을 합쳐 한 낱말로 만들 때만 씁니다. 이 두 낱말은 꼭, 고유어+고유어 고유어+한자어 한자어+고유어 한자어+한자어 여야 합니다.
이것만 아셔도 '피잣집'이 아니라 '피자집'이고, '핑큿빛'이 아니라 '핑크빛'이라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앞에서 보는 것처럼 고유어와 한자어의 결합에만 사이시옷을 쓰지, 외래어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거든요.
이 중, 한자어+한자어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이렇게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습니다. 따라서 '촛점'이 아니라 '초점'이 맞고, '갯수'가 아니라 '개수'가 맞습니다.
맥주는 麥酒로 한자어입니다. 사이시옷은 맥주 다음에 고유어가 올 때만 쓸 수 있습니다. 맥주 다음에 한자어가 오면 한자어+한자어인데, 이런 경우는 여섯 가지만 사이시옷을 쓰고 다른 경우는 쓰지 않는다고 했잖아요.
따라서, '맥주+집'은 한자어+고유어로 '맥줏집'으로 쓰는 게 맞습니다. 그러나 맥주+병(甁)은 한자어+한자어이므로 '맥줏병'이 아니라 '맥주병'으로 써야 맞습니다. 맥주+잔(盞)도 마찬가지 이유로 '맥주잔'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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