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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인구에 회자되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먹고, 날씨가 좋으면 날씨가 좋다고 먹고... 목요일은 목이 터지게 먹어야 한다고 먹고, 금요일은 금방 먹고 또 먹어야 한다고 먹고... 기분이 좋으면 좋다고 한 잔, 기분이 나쁘면 나쁘다고 한 잔... 지구상에 있는 술을 몽땅 마셔버려야 더 먹자는 말을 안 하겠죠? 오늘 금요일인데......
오늘은 술안주와 관련 있는 '회자'를 소개드릴게요.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뜻으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입니다. '인구에 회자되는 명시(名詩)'처럼 쓰죠.
여기에 나온 '회(膾)'는 생선회가 아닙니다. "소의 살코기나 간, 처녑, 양 따위를 잘게 썰어 갖은 양념을 하여 날로 먹는 음식"인 '육회'를 말합니다.
'자(炙)'는, 구운 고기를 뜻하는데, 이것도 생선이 아니라 돼지고기나 소고기 구운 것을 말합니다.
'회'나 '자' 모두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이죠.
'회자'는 중국 고사에서 나옵니다. 당나라 때 어떤 총명한 어린이가 시를 지었는데, 그 시가 워낙 뛰어나고 좋아서, 많은 사람이 읊조리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의 시가 여러 사람의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는 데서, '인구에 회자되었다'는 말이 나오게 된 거죠.
그 후로, 사람들이 육회와 불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듯이, 훌륭한 글이나 좋은 이야기 따위가 사람들의 입에 널리 퍼져 오르내리는 것을 가리킬 때, '인구에 회자된다'는 표현을 씁니다.
그나저나, 저는 언제쯤 '회자'되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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