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예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띄다/띠다]
요즘 나무를 보면, 파릇파릇 돋아난 연초록빛 새싹이 참 보기 좋죠? 어디에 그런 예쁜 색깔을 감추고 있었는지... 초록빛을 띤 새싹이 참 보드라워 보입니다.
오늘은 '초록빛을 띠다'에서 쓰인 '띠다'를 알아볼게요.
'띠다'와 발음이 같은 낱말로 '띄다'가 있습니다. 발음은 모두 [띠:다]입니다. 발음은 같지만 뜻은 전혀 다릅니다.
먼저, '띠다'는, "용무나, 직책, 사명 따위를 지니다." "빛깔이나 색채 따위를 가지다." "감정이나 기운 따위를 나타내다." "어떤 성질을 가지다."는 뜻으로, '중대한 임무를 띠다, 붉은빛을 띤 장미, 노기를 띤 얼굴, 보수적 성격을 띠다'처럼 씁니다.
'띄다'는, '뜨이다'의 준말이고, '뜨이다'는 '뜨다'의 피동사입니다. 따라서, '띄다'는 "물속이나 지면 따위에서 가라앉거나 내려앉지 않고 물 위나 공중에 있거나 위쪽으로 솟아오르다.", "감았던 눈을 벌리다." 따위의 뜻이 있습니다.
좀 쉽게 정리해 보면, '띄다'는 '뜨다'에서 온 말이고, 이 '뜨다'는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사이를 떨어지게 하다"는 뜻이 강합니다. 물 위나 공중으로 올라가게 하는 것이니까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고, 눈을 벌리는 것도 눈꺼풀 사이의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띄어쓰기도 낱말과 낱말 사이에 공백을 두는 것이므로 공간을 떨어지게 하는 것이죠.
그러나 '띠다'는, 추상적이거나 구체적으로 뭔가가 있을 때 주로 씁니다. 초록빛을 띤 새싹은 초록빛이 있는 새싹이고, 중대한 임무를 띤 것도 중대한 임무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띠다'는 "띠나 끈 따위를 두르다."는 뜻도 있어서, 치마가 흘러내리지 않게 허리에 띠를 띠다처럼 쓰이기도 하는데, 이때도 허리가 띠를 가지고 있게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죠.
다시 더 줄여보면, '띠다'는 뭔가가 있을 때, '띄다'는 간격을 벌릴 때 쓴다고 기억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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