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6년 이전에 보낸 편지입니다.
[코스모스꽃? 살사리꽃!]
제가 국어를 전공하지도 않았으면서 잘났다고 감히 국립국어원을 꼬집었는데요. 근데 어떡하죠? 오늘도 국립국어원을 좀 조져야겠는데......
가을에 피는 꽃 하면 코스모스 꽃이 생각나죠?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해 원래부터 이 땅에서 자라난 우리 꽃처럼 생각됩니다. 이 코스모스의 순 우리말이 '살사리'라고 합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살랑거리고 살살대는 모습에서 '살사리(살살이→살사리)꽃'이란 이름을 붙인 것으로 보입니다. 어떤 분은 순 우리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분은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고도 하고...
그래서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살사리꽃'을 뒤져봤습니다. 매정하게도, "'코스모스(cosmos)'의 잘못."이라고 나와 있네요. 한마디로 잘못된 말이니 쓰지 말라는 겁니다.
그럼, 해바라기는 왜 그냥 뒀죠? "선플라워(sunflower)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고, 토끼풀은 "클로버(clover)의 잘못'이라고 풀어야 하지 않나요?
외래어나 한자어에 밀려 순 우리말이 없어진 게 한두 개가 아니지만, 국가기관, 될 수 있으면 우리말을 살려 쓰고, 없는 말도 만들어내야 할 국립국어원에서 오히려 우리말을 죽이고 있는 이 꼴을 어떻게 봐야 하죠?
우리 정서가 고스란히 담긴 '살사리꽃'을 쓰지 못할 까닭이 없습니다. 살사리꽃이 북한에서 쓰는 문화어라서 쓰면 안 된다고요? 저는 국가정보원 아닌 국가정보원 할아비가 와도 저는 코스모스보다는 살사리꽃을 쓰겠습니다.
이제 곧 방송과 신문에서 살사리꽃이 활짝 핀 길을 소개하겠죠? 그러면서 '코스모스 만개'라는 꼭지를 뽑을 겁니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코스모스 만개'라고 제목을 뽑지 마시고, '살사리꽃 활짝'이라고 뽑아 주세요. 만개(滿開, まんかい[망가이])가 일본말이란 것을 다 알고 계시잖아요. 제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