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빗밑이 재다]
안녕하세요.
소설 추위는 빚내서라도 한다는데, 오늘은 소설이 빚을 내지 않았나 봅니다. ^^* 추위가 한풀 꺾인 것 같죠? 오늘 비가 오는 곳도 많지만 다음 주 중반까지는 비교적 포근한 날씨가 이어진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비거스렁이'라는 낱말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비가 갠 끝에 바람이 불고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입니다.
'빗밑'이라는 낱말도 있습니다. "비가 그치어 날이 개는 속도"를 뜻합니다. 빗밑이 재다처럼 쓰죠. '재다'가 "동작이 재빠르다."는 그림씨(형용사)니까, 빗밑이 재다고 하면 비가 그치어 날이 개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 됩니다. 이럴 때 '빗밑이 가볍다'고도 합니다. "오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는 속도가 빠르다."는 뜻이죠.
반대는 '빗밑이 무겁다'고 합니다. '무겁다'에 "동작이 느리고 둔하다."는 뜻이 있으므로, 빗밑이 무겁다고 하면, 오던 비가 그치고 날이 개는 속도가 느리다는 뜻이 됩니다.
오던 비가 개면서부터 아주 멎을 때까지의 과정을 이렇게 나타낼 수도 있는 우리말이 참 멋지지 않나요?
'빗밑'과 비슷한 낱말이 '비끝'입니다. 국립국어원에서 만든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비끝'이 없지만, 한글학회에서 만든 우리말큰사전에는 '빗밑'과 같은 뜻의 낱말로 '비끝'을 올렸습니다.
저는 내일 새벽에 고향에 갑니다. 시제를 모셔야 하거든요. 오늘 저녁에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일을 일찍 끝내기는 어려울 것 같아 내일 아침 일찍 가기로 했습니다.
그나저나 비가 많이 내리지 않아야 할텐데...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