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편지입니다.
[보람]
안녕하세요.
무척 춥네요.
오늘 아침 7시 46분 MBC 뉴스 끝머리에 "많이 춥죠?"라고 했습니다. 추위나 더위에는 '많이'를 쓰지 않습니다. 추위나 더위의 정도를 나타내는 어찌씨(부사)는 '상당히'나 '꽤'를 써야 바릅니다. 오늘 아침, 많이 추운 게 아니라 무척 추운 겁니다.
아침에 나오면서 보니 은행잎이 거의 다 떨어지고 없더군요. 예쁜 녀석 몇 개 골라 책에다 꽂아두려고 했는데...
흔히, 책을 읽다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갈피에 끼워두는 것을 두고 책갈피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겁니다. 책갈피는 책장과 책장 사이입니다. 그 책장과 책장 사이, 곧 책갈피에 은행 잎이나 단풍잎을 끼워 놓을 수 있지만, 끼워진 그것은 책갈피가 아니라 갈피표입니다.
갈피에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하나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의 하나하나의 사이. 또는 그 틈."으로 책장과 책장 사이가 그 갈피죠. 다른 하나는,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으로 일의 갈피를 못 잡다, 도무지 갈피가 안 잡혔다처럼 씁니다.
갈피표를 보람이라고도 합니다. 보람에는 "어떤 일을 한 뒤에 얻어지는 좋은 결과나 만족감. 또는 자랑스러움이나 자부심을 갖게 해 주는 일의 가치."라는 뜻도 있지만,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또는 그런 표적."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바로 갈피표죠.
연말에는 내년 수첩을 얻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수첩에 보면 쓰던 곳을 알 수 있게 박아 넣은 줄이 있습니다. 그 줄은 '보람줄'입니다.
저는 꾸준히 우리말 문제를 내서 여러분께 갈피표를 나눠드리겠습니다. 그 갈피표를 여러분이 '보람(갈피표)'으로 쓰시는 게 곧 제 '보람(기쁨)'입니다. ^^*
고맙습니다.
우리말1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