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쓴 우리말 편지입니다.
[여덟 시 삼 분]
안녕하세요.
저는 아침마다 오늘은 무엇으로 우리말 편지 밥상을 차리나...'라는 고민을 합니다. 오늘도 고민하면서 집을 나서는데 딸내미가 그것을 풀어주네요. 딸아이는 제 일터 어린이집에 다니느라 아침에 집에서 같이 나섭니다. 일터에 나오면서 차 안에서 시계를 가리키며, "지금 몇 시야?"라고 물었습니다. 딸내미가 "팔 시 삼 분"이라고 말하데요.
"음. 점 앞에는 시이고 뒤는 분인데 앞에는 하나, 둘처럼 읽고, 뒤에는 일, 이, 삼으로 읽는단다. 그래서 지금(8:3)은 여덟 시 삼 분[여덜시 삼분]이라고 읽어야 한단다." "왜 그렇게 읽어야 해요? 팔 시 삼 분이라고 하면 안 돼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을 읽을 때는 그렇게 읽는단다." "아빠 그럼 팔 시 세 분이라고 해도 안돼요?" "팔 시 세 분? 아, 여덟 시 삼 분을 그렇게 읽으면 안 되냐고? 안 되지..." "왜 안되는데요?" "음... 그건 말이다.... 아빠가 공부해서 나중에 알려줄게. 신호등 바뀌었다. 빨리 가자."
아침부터 진땀 뺐었습니다. ^^*
우리말에서 수를 쓰거나 읽는 방법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략적인 경향과 흐름만 있을 뿐입니다. 일, 시를 나타내는 경우 '시'나 '시간' 앞에서는 고유어계(하나, 둘, 셋...)로 읽지만 '월', '일'이나 '분', '초' 앞에서는 한자어계(일, 이, 삼...)로만 읽습니다. 왜 그럴까요?
시장에서 "사과 한 개 주세요."라고 하지 "사과 일 개 주세요."라고는 안 합니다. 사과 열 개라고 하지, 사과 십 개라고는 안 합니다. 그러나 50개는, 사과 오십 개라고 하지, 사과 쉰 개라고는 별로 안 합니다.(나이에 따라 좀 다르더군요. ^^*)
구미호는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지 "꼬리가 구 개 달린 여우"라고는 안 합니다.
"한 지점에서 길이 네 방향으로 갈라져 나간 곳"을 '사거리'라고도 하고 '네거리'라고도 합니다. 둘 다 표준말입니다.
어떤 때는 하나, 둘... 하고, 어디까지 일, 이... 해야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사거리보다 네거리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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