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전어 이야기]
안녕하세요.
저는 지난 주말에 부천 누나 집에서 전어를 구워먹었습니다. 올 들어 처음 먹는 전어인데 참 맛있었습니다. 다음 주에는 이천 누나 집에서 전어를 구워먹기로 했습니다. ^^*
오늘은 전어 이야기를 좀 할게요. '머리에 깨가 서 말이 들었다'고 할 만큼 고소한 전어는 10월 초순까지가 제철입니다. 이 전어는 '돈을 생각하지 않고 사들이는 생선'이라고 해서 錢魚라고 했다네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니 그만큼 맛있다는 소리겠죠. 오죽하면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하고,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익은말(속담)까지 있겠습니까.
전어를 좀 잡아 볼까요? 전어잡이는 전어가 밑으로 도망가지 않는 성질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전어 떼를 보고 배를 돌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둘러싸면, 그물은 부채꼴로 펴지고 그물 밑 부분은 뚫려 있습니다. 그래도 밑으로는 도망가지 않는 거죠. 밑이 터진 그물로 전어 떼를 감싼 뒤 배를 방망이로 두들기거나 돌이나 장대로 전어를 건들면 놀란 전어떼가 정신없이 흩어지면서 그물코에 머리가 꽂히게 됩니다. 잡힌 거죠. ^^*
이렇게 고기를 잡는 그물을 선자망이라고 합니다. 배를 돌려 그물로 고기를 감싸므로 돌 선(旋) 자를 써서 자망(刺網)이라고 합니다.
자망은 순 우리말로 그물입니다.
'그물'을 좀 보죠. 노끈이나 실, 쇠줄 따위로 여러 코의 구멍이 나게 얽은 것을 그물이라고 합니다. '걸그물'은 물고기 떼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쳐 놓아 고기를 잡는 데 쓰는 그물로 물고기가 지나다가 그물에 말리거나 그물코에 걸리도록 하여 잡는 가로가 길고, 세로가 짧은 그물입니다.
전어를 잡는데 쓰는 그물은 '두리걸그물'입니다. 걸그물로 고기 떼를 둘러싼 후 소리를 내어 고기가 놀라 그물코에 꽂히게 하여 고기를 잡죠.
'에움걸그물'도 있습니다. 고기 떼의 주위에 에워 치는 걸그물이죠.
한곳에 쳐 놓고 고기 떼가 지나가다가 걸리도록 한 그물은 자리그물입니다. 정치망(定置網)이라고 하는 게 바로 이 그물입니다.
강이나 바다에 넓게 둘러치고 여러 사람이 두 끝을 끌어당겨 물고기를 잡는 큰 그물은 후릿그물입니다. 당망(網)이나 위망(圍網)이라고도 합니다.
끄는 그물도 좀 볼까요? 저인망(底引網)이라는 낱말을 들어보셨죠? 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다 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인데, '바닥 끌그물', '쓰레그물'로 다듬었습니다.
배 두 척으로 그물을 끌면 쌍두리, 한 척으로 끌면 외두리입니다.
그물 이야기를 하다 보니, 또 전어가 먹고 싶네요. 주말까지 어떻게 참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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