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갈말]
안녕하세요.
아침부터 비가 오는 것을 보니 이제 더위가 한풀 꺾였나 봅니다.
어젯밤 KBS 상상플러스에서 멋진 우리말을 소개했습니다. '중씰하다'는 낱말인데요. 그림씨(형용사)로 "중년이 넘어 보이다."는 뜻입니다. 남들이 저를 중씰하게 봅니다. ^^* 이런 멋진 낱말을 소개해 주는 KBS 상상플러스 참 좋은 방송입니다. ^^*
좀 아쉬운 것도 있었습니다. 출연자 중 한 분이 임신중이신데, 그걸 두고 '홀몸이 아니다'고 했습니다. 아닙니다. 홀몸이 아닌 게 아니라 홑몸이 아닌 겁니다.
'홀몸'은 배우자나 형제가 없는 외로운 사람이고, "아이를 배지 아니한 몸."은 '홑몸[혼몸]'입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죠.
아시는 것처럼 저는 농대를 나와 농업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명색이 연구사라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곳 본청에서 행정 일을 하고 있으니 속으로는 답답하고 걱정도 됩니다.
제가 맡은 일이 행정 일이다 보니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하거나 내보낼 일이 많습니다. 그럴 때 고민하는 게 농업용어나 전문용어를 어떻게 나타낼까 하는 겁니다. 그냥 있는 그래도 쓰면 농업을 전문으로 하지 않으신 분은 잘 모르실 거고, 그렇다고 길고 너절하게 풀어쓰자니 남들이 읽지 않으실 거고... 되도록 쉽게 풀어쓰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네요.
전공 용어, 전문 용어를 뜻하는 순 우리말이 있습니다. 갈말이라는 낱말인데요. 갈은 배움, 연구, 공부라는 뜻이고, 말은 말, 언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갈말은 학술 분야에서 한정된 뜻으로 쓰는 전문 용어, 곧, 학술어를 뜻합니다.
저도 빨리 돌아가서 갈말 붙들고 머리 싸매며 열심히 연구하고 싶습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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