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웬만하다와 엔간하다]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를 쓰면서 연예인을 연애인이라고 했습니다. '연예인'은 "연예에 종사하는 배우, 가수, 무용가 등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고, '연애인'은 사전에는 없지만, 서로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남녀를 말합니다. 제가 편지를 쓰면서 아내 생각을 많이 했나 봅니다.^^*
제가 웬만해서는 피곤함을 느끼지 않는데, 요즘은 좀 다릅니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도 나이를 조금 먹어서...^^*
엔간해서는 하룻밤을 꼬빡 새도 다음날 거뜬했는데... 어제 을지훈련때문에 하룻밤을 새웠더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네요. 이렇게 피곤함이 쌓이면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을 텐데... 걱정입니다.
오늘은 웬만하다와 엔간하다를 갈라볼게요.
'웬만하다'는 많이 아실 겁니다. 그림씨(형용사)로 "허용되는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아니한 상태에 있다."는 뜻이 있습니다. 이때는 주로 '웬만하면', '웬만한', '웬만해서는' 따위로 쓰이죠.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일, 젊은 사람들이 웬만하면 참아요처럼 씁니다.
'엔간하다'는 '어연간하다'의 준말로 이것도 그림씨입니다. "대중으로 보아 정도가 표준에 꽤 가깝다."는 뜻이죠. 그 정도면 어연간해졌으니 가 쉬어라, 어연간하면 허락해 주시지요처럼 쓰고, 그 정도면 엔간해졌으니 가 쉬어라, 엔간하면 허락해 주시지요처럼 씁니다. 어지간하다와 비슷한 말입니다.
머리가 맑지 않아서 그런지 그 말이 그 말 같네요. ^^*
학자들은 엔간하다의 말뿌리(어근)을 '어언간(於焉間)'에서 찾습니다. 부사로 "알지 못하는 동안에 어느덧."이라는 뜻인데, 어느덧 이라는 낱말과 뜻이 거의 같습니다. 이 낱말이 어쩌다 "정도가 기준에 꽤 가깝게"라는 뜻을 담게 되었고, '어연간 히'라는 부사가 되었습니다. 그 뒤로 어연간하다는 낱말로 되었고, '어연'이 '엔'으로 줄어 엔간하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하룻밤 날을 샜다고 몸이 엔간하지 않네요. 집에 가서 좀 자야겠습니다. 그러면 머리가 웬만큼 맑아지겠죠?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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