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썩이다와 썩히다]
안녕하세요.
한 재벌 회장님이 구속집행정지로 구치소에서 병원으로 옮기셨네요. 아들이 술집에서 맞았다고 그 술집에 쫓아가 '보복폭행'한 그 회장님입니다. 속썩이는 아들 때문에 회사 경영자의 능력을 썩히시네요.
오늘은 썩이다와 썩히다를 갈라볼게요.
'썩다'를 먼저 봐야 합니다. 1. 유기물이 부패균에 의하여 분해됨으로써 원래의 성질을 잃어 나쁜 냄새가 나고 형체가 뭉개지는 상태가 되다. 고기가 썩다/나무가 썩다/썩은 생선에서 악취가 난다./음식이 썩지 않도록 냉장고에 넣어라./고향에서는 거름 썩는 냄새도 정겹다. 2. 사람 몸의 일부분이 균의 침입으로 기능을 잃고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가 되다. 사랑니가 썩다/살이 썩어 들어가다/상처가 썩어서 잘라 내는 수밖에 없다. 3. 쇠붙이 따위가 녹이 심하게 슬어 부스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다. 빗물받이가 썩었다./철문이 썩어서 너덜너덜하다. 4. 물건이나 사람 또는 사람의 재능 따위가 쓰여야 할 곳에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내버려진 상태에 있다. 그는 시골에서 썩기에는 아까운 인물이다./일거리가 없어서 값비싼 기계가 그냥 썩고 있다./아파트가 팔리지 않아서 몇 년째 썩고 있다. 5. 사회의 조직이나 기관, 또는 사람의 사고방식이나 생각 따위가 건전하지 못하고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르는 상태가 되다. 그런 썩어 빠진 정신 상태로 뭐가 되겠니?/공직자가 썩어서 뇌물 없이 되는 일이 없다./썩은 국가는 멸망하기 마련이다. 6. 사람의 얼굴이 윤기가 없이 검고 꺼칠한 상태가 되다. 과로로 얼굴이 썩었다. 7. 흔할 정도로 많은 상태에 있다. 돈이 썩어 나도 너한테는 안 빌려 준다./광에 쌀이 썩어 나는데도 자린고비라서 보리밥을 먹는다. 8. 걱정이나 근심 따위로 마음이 몹시 괴로운 상태가 되다. 걱정이 되어서 속이 푹푹 썩는다./집 나간 아들 때문에 속이 무척 썩는다. 9.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어떤 곳에 얽매여 있다. 보호실에서 이삼 일 썩다가 그냥 나왔다.
'썩히다'는 '썩다'의 사동사로 음식을 썩혀 거름을 만들다, 홍어를 썩혀서 홍어회를 만들었다처럼 씁니다. 또, 그는 시골 구석에서 재능을 썩히고 있다, 기술자가 없어서 고가의 장비를 썩히고 있다처럼 쓸 수 있습니다. 모두 썩어서 제대로 쓰지 못할 때 씁니다. (일부러 썩히는 홍어는 빼고...^^*) 부패하다와 관련이 있는 구체적인 뜻입니다.
'썩이다'도 '썩다'의 사동사이긴 한데, 8번 풀이의 사동사입니다. 곧, 마음이 괴로운 상태가 되는 것의 사동사이므로, 이제 부모 속 좀 작작 썩여라, 여태껏 부모 속을 썩이거나 말을 거역한 적이 없었다, 망나니 아들로 속을 썩일 대로 썩이다가 화병을 얻어...처럼 씁니다. 근심 걱정과 관련이 있는 추상적인 뜻입니다.
정리하면, 썩히다와 썩이다 모두 썩다의 사동사이지만, 썩히다는 부패하다는 구체적인 뜻이 있고, 썩이다는 근심 걱정과 관련 있는 추상적인 뜻입니다.
보기를 만들어보면, 머리를 썩히며 놀고만 있는 아들이 부모 속을 썩인다 정도 되겠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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