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잔불과 뒷불]
가슴이 아프네요.
이번에는 꼭 될 걸로 생각했는데... 지난 4년을 얼마나 고생하면서 준비했는데... 기대가 커서 실망도 크나 봅니다.
마땅히 평창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어제 우리말편지까지 써 놨는데... 선물까지 잔뜩 준비했었는데...
다른 것으로 우리말편지 밥상을 차려야겠네요.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경기도 시흥에 있는 어느 절에 불이 나서 대웅전이 다 탔다고 하네요. 불 이야기나 할게요.
불을 끄고 난 뒤 타다 남은 작은 불을 '잔불'이라고 합니다. 연기와 열기 때문에 잔불 정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잔불 진화 작업은 밤새 계속됐습니다처럼 씁니다.
그러나 이 잔불은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화력이 약한 총알"로 작은 짐승을 잡는 데 쓰는 것을 '잔불'이라고 합니다. 그 뜻밖에 없습니다.
큰불이 있으니 잔불도 있는 게 마땅할 것 같은데, 어쨌든 아직 사전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다만, 비슷한 뜻으로, 뒷불이라는 게 있습니다. "산불이 꺼진 뒤에 타다 남은 것이 다시 붙어 일어난 불"을 뜻합니다.
잔불도 사전에 올릴만한 낱말이지만, 뒷불이라는 멋진 낱말이 있다는 것도 알아 두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를 쓰면서도 힘이 빠지네요. 밖에 나가서 애꿎은 연기나 마셔야겠네요. 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