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제 편지에서 소개했던 글은 국민대학교 이의종 교수가 아니라 이의용 교수님이 쓰신 거라고 합니다. 이름을 바로잡습니다.
오늘이 목요일이지만, 내일이 부처님오신날이라서 주말 기분이 나네요. 저는 내일이 아버님 제사라서 고향에 갑니다.
아버님이 떠나신 지 벌써 19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대학교 다닐 때, 예순네 살 때 돌아가셨으니 좀 일찍 가신 거죠. 저는 그때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소양배양하고 다닐 때였습니다. (소양배양하다: 나이가 어려 함부로 날뛰기만 하고 분수나 철이 없다.)
지금도 철이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예전보다는 더 생각하면서 살고 있다고 봅니다. 아직도 서털구털 하지만, 그래도 함부로 지껄이지는 않으려 힘씁니다. (서털구털: 말이나 행동이 침착하고 단정하지 못하며 어설프고 서투른 모양)
오늘은 예전에 보낸 편지 하나 붙이면서 우리말 편지를 갈음합니다.
고맙습니다.
[불초소생]
오늘은 ‘불초’에 대해서 말씀드릴게요.
흔히 자기 자신을 낮추어 말할 때, “불초소생이 어쩌고저쩌고”라고 합니다. “불초소생인 저를 뽑아주셔서 어쩌고저쩌고...” “불초소생인 제가 막중한 임무를 맡아 어쩌고저쩌고...” 보통 정치인이나 고관대작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근데 이 ‘불초’라는 낱말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식과 임금만 쓸 수 있는 말입니다.
불초(不肖)는 아니 불, 닮을 초 자를 써서, 자기의 아버지를 닮지 못했다는 말로, 자식이 부모에게 자기를 낮추어 말하는 것입니다. 또, 임금이 선왕을 닮지 못해 큰 뜻을 따르지 못한다는 겸손한 의미로만 씁니다. 맹자(孟子) 만장(萬章)편 상권에 있는 말이죠.
따라서, ‘불초소생’은, ‘제가 아버지의 큰 뜻을 따라가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뜻으로 씁니다. 부모님께 드리는 이런 겸손한 말을, 시궁창에 처박혀 사는 정치인들이 세 치 혀로 언죽번죽 지껄이면 안 되죠.
돌아오는 일요일이 돌아가신 아버지 제사입니다.
아버지는 생전에 남에게 많은 것을 베풀도록 저를 가르치셨죠. 오죽했으면, 7대 독자인 제게, “남들이 진정으로 원하면 네 XX도 떼 줘라.”라고 하셨으니까요.
자신에게 소중한 것도 남들이 필요하다면 뭐든지 내주라는 선친의 가르침을 저는 못 따르고 있습니다. 남을 챙겨주고 배려하기는커녕, 작은 것에 집착하고, 사소한 일에 짜증내고... 부질없는 욕심에 마음 아파하고...
이런 ‘불초소생’이 앞으로는 남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살겠다는 약속을 드리러 아버지를 뵈러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