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어제는 식약처 직원조회에 가서 '공무원과 우리말'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습니다. 특강의 끝날 무렵 한 분이 압존법에 대해서 물으셨습니다. 처장님 앞에서 국장님을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를 물으신 거죠.
오늘은 압존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말 예절에 '압존법'이 있습니다. 말의 주체가 말하는 사람보다는 높지만 듣는 사람보다는 낮아, 그 주체를 높이지 못하는 어법이 압존법입니다. 예를 들어, 내 부모를 조부모께 말할 때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였습니다."처럼 할아버지에 대해서는 '진지, 잡수시다'라고 높였지만, 부모에 대해서는 '하였습니다.'로 높이지 않는 것이 전통 언어 예절입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러한 전통도 바뀌어 부모보다 윗분에게도 부모를 높이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으므로 현실을 인정하여 '할아버지, 아버지가 진지 잡수시라고 하셨습니다.'와 같이 아버지를 할아버지에게 높여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압존법이 무너진 거죠. ^^*
그러나 직장에서는 압존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계장이나 과장이 모두 나보다 직위가 높으면 두 사람 모두를 높여야 합니다. 곧, 계장이 과장보다 직위가 낮더라도 말하는 나보다 직위가 높으면 '과장님, 계장님께서 퇴근하셨습니다'로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듣는 과장님이나, 지칭하는 계장님이나 모두 저보다 높은 사람이므로 두 분 모두를 높여야 하는 거죠.
좀 헷갈리시나요?
그럼 이렇게 생각해보시죠. 나보다 직급이 높건 낮건, 듣는 사람이나 지칭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건, 모두 높이는 것으로... 그럼 실수할 일도 없으면서 늘 상대방을 존경할 수 있어서 좋지 않을까요?
오늘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면서 지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새로 온 동료직원에게 오늘 저녁에 제가 저녁을 대접합니다. ^^*)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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