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그리 덥지 않은 아침입니다. ^^*
오늘은 어제 편지를 보시고 댓글을 달아주신 황성하 님의 편지를 함께 읽겠습니다.
성 박사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는 말이, 남에게 엄청난 상처를 주게 됩니다. 말에는 그 말이 안고 있는 속뜻이 있고, 독특한 향기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바로, 그게 정신이 되고, 분위기에 맞게 굳어집니다. 사람이 태어날 때, 고민 끝에 이름을 짓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기가 태어날 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힘들여 생각하는 이유는 불리는 이름에 따라 사람의 앞날이 바뀌기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로 며칠 전에, 방송을 수십 년 간 해온 여자 분이, 어느 농가의 농부에게 "송아지가 탄생해서 얼마나 기쁘겠습니까?" 이렇게 표현하기에 나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탄생이라는 말을 짐승에게조차 붙일 수 있는가, 나는 그 순간, 그 인기 있는 방송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그거밖에 안 되는구나, 하고 혼자 중얼거리고 말았습니다. 방송을 20년 넘게 하시는 분도, 별 뜻 없이, 툭 던지는 말의 파장이 어떻게 미칠지 생각을 하지 못한 것 같아요.
아무튼 '희귀병'이 아닌 '희소병'으로 빨리 보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글 보내주신 황성하 님께 고맙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벌써 금요일입니다. 주말에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저는 식구와 함께 내년에 집 지을 땅을 보러 전주에 갑니다. 우리말 편지에서 몇 번 소개해 드렸듯이, 제가 다니는 일터가 내년에 전주로 이사를 갑니다. 당연히 저희 식구도 이사를 해야 하는데요. 그동안에 아파트에서만 살았기에, 이번에는 집을 지어 애들이 맘껏 뛰놀게 할 생각입니다. 주말에 그 집터를 보러 갑니다. 땅만 사 뒀지, 집을 어떻게 짓겠다는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습니다. 돈이 없어서요. ^^* 사람은 분수에 걸맞게 살아야 한다는데, 집 짓고 사는 게 제 분수에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위에서 '걸맞다'를 썼는데요. 흔히 '걸맞는 지출, 걸맞는 집, 알맞는 운동' 따위처럼 '-는'을 씁니다. 그러나 이는 '-은'이 바릅니다. '걸맞다'와 '알맞다'가 그림씨(형용사)이므로 관형형 어미 '-는'과 합쳐질 수 없고, '-은'과 같이 써야 합니다. 쉬운 보기를 들면, '검은 손', '맑은 물'을 들 수 있습니다. '검다'와 '맑다'가 그림씨이므로 '검는 물'이나 '맑는 물'이라 하지 않고 '검은 물', '맑은 물'이라고 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알맞는'으로 쓰는 것은 아마도 '맞다'가 움직씨(동사)라서 '맞는'으로 쓰이기 때문에 거기에 이끌려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그냥 제 생각입니다.
어쨌든,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뜻을 지닌 '걸맞다'는 그림씨이므로 '걸맞은'으로 써야 하고, "일정한 기준, 조건, 정도 따위에 넘치거나 모자라지 아니한 데가 있다"는 뜻의 '알맞다'도 '알맞은'으로 써야 바릅니다.
아파트가 아닌 집을 짓고 사는 게 제 분수에 '걸맞은' 건지는 모르지만, 애들과 같이 집에서 맘껏 뛰어노는 것은 제 나이에 '알맞은' 것 같습니다. ^^*
주말 잘 보내시길 빕니다.
고맙습니다.
보태기) 제가 수원에 사는데요. 수원 아파트 전셋값이나, 전주에 집 짓고 사는 것이나 돈으로 보면 별 차이가 없더군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저지른 겁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