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7/08] 우리말) 블랙박스

조회 수 9407 추천 수 0 2013.07.08 08:57:52

이렇게 영어 표현을 우리가 옮겨다 쓰는 낱말이 꽤 많습니다.
hot potato에서 온 '뜨거운 감자'도 재밌는 뜻을 담고 있고,
밀월(honeymoon), 청신호(green signal), 적신호(red signal), 병목현상(bottleneck), 채찍과 당근(stick and carrot),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 마지막 카드(last card) 따위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주에 보내드린 보라색을 다룬 편지를 보시고 보내주신 댓글을 소개합니다.

성선생님, 우리말 편지 고마운 마음으로 잘 받아보고 있습니다.
매사냥과 관련하여 말씀드릴것이 있는데, 매사냥이 몽골의 지배를 받던 고려때 들어왔다는 이야기도 있으나, 고려보다 이전인 삼국시대때, 특히 백제 쪽에서는 매사냥이 매우 성행했으며, 얼마전, '무한도전' TV특강에서도 우리가 몽골에 전해준 풍습에 떡과 매사냥이 있다고 방송했답니다.
보라, 아리랑 등 몽골어와의 연관성이 있는 단어는 많지만, 그 전달 방향은 확실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수고하시고요
무더운 여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이런 댓글을 달아주셨습니다.
보라색의 말뿌리(어원)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보라매에서 왔다는 게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매사냥이 우리나라에서 몽골로 갔는지,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왔는지 학자들에 따라 의견을 달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이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좋은 댓글을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며칠 전 안타까운 항공기 사고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분이 병원에 계신다고 하는데, 빨리 낫기를 기원합니다.

아침 뉴스에서 들으니 
비행기 있는 블랙박스를 가져가서 해독하고 있다고 합니다.
모든 일이 잘 풀려
사고 원인도 분석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단히 잡도리할 일입니다.

블랙박스(black box)는
"비행기나 차량 따위에 비치하는 비행 또는 주행 자료 자동 기록 장치"로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입니다.
이번에 사고가 난 비행기에서 거둔 블랙박스는 실은 검은색이 아니라 주황색입니다.
그런데도 블랙박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영어 표현을 우리가 옮겨다 쓰는 낱말이 꽤 많습니다.
hot potato에서 온 '뜨거운 감자'도 재밌는 뜻을 담고 있고,
밀월(honeymoon), 청신호(green signal), 적신호(red signal), 병목현상(bottleneck), 채찍과 당근(stick and carrot), 공공연한 비밀(open secret), 마지막 카드(last card) 따위가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하고 복잡해지면서 다른 나라에서 쓰는 표현을 가져오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습니다.
이런 낱말은 될 수 있으면 본래 뜻에 맞게 써야 좋다고 봅니다.
그러나 또 달리 보면,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낱말에 우리 문화를 담아 우리식으로 바꿔 써도 나쁘지는 않다고 봅니다.

이번 주 내내 비행기 사고 소식이 나올 것 같습니다.
더는 인명피해가 없기를 빕니다.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고마움과 감사]

안녕하세요.

텔레비전 연속극 좋아하세요?
저는 참 좋아합니다. 보면서 울기도 잘하죠. ^^*
삼사 년 전에는 '꽃보다 아름다워'를 무척 재밌게 봤었습니다.
고두심 씨가 나와 치매 걸린 어머니를 연기했던 드라마 있잖아요. 

그제 밤에는 MBC 휴먼드라마 '안녕, 아빠'를 보면서 한 시간 내내 울었습니다.
새벽에도 애들 얼굴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더군요.
실은 제가 눈물이 무척 많답니다. 생긴 거와 다르게... ㅠ.ㅠ.

지난주까지는 '고맙습니다'를 참 재밌게 봤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꼬마와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나와 따뜻한 가족 사랑을 보여준 연속극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웃음과 감동, 따뜻한 눈물을 한꺼번에 가져다준 참 좋은 드라마였죠.

게다가 제목이 '감사합니다'가 아니라 '고맙습니다'여서 더욱더 좋았습니다.

흔히 감사합니다가 고맙습니다보다 더 격식을 갖춘 말이라고 생각하시는 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감사(感謝)'는 
"고맙게 여김. 또는 그런 마음."을 뜻하는 이름씨(명사)입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다, 감사의 인사를 올리다처럼 씁니다.
어떤 분은 일본말 かん-しゃ[간샤]에서 왔다고 하시지만
제 생각에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감사를 일본에서 그렇게 읽을 뿐이죠.

'고마움'은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나 느낌"이라는 뜻의 이름씨입니다.
고마움을 느끼다, 고마움을 알다, 고마움을 나타내다처럼 씁니다.

이렇게 감사와 고마움은 뜻은 거의 같습니다.
다만, 하나는 한자어이고 하나는 순 우리말이라는 게 가장 큰 다른점이죠.

소리내기를 보면,
입술을 다물며 소리 내는 'ㅂ' 받침이 두 번이나 들어가는 '고맙습니다'보다는
'감사합니다'가 더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느끼는 감정을 보면,
딱딱한 감사합니다보다는 
부드러운 고맙습니다가 훨씬 좋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래서 요즘은
텔레비전 뉴스를 끝내면서,
"감사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고맙습니다."라고 하나 봅니다.

어느 책을 보니,
'고맙다'의 말뿌리(어근) '고마'가 "신에 대한 존경"이라서
'고맙다'가 '존귀하다, 존경하다'는 뜻이 있다고 하더군요.
곧, '신과 같이 거룩하고 존귀하다, 신을 대하듯 존경하다'는 뜻이라는 거죠.
근거가 있는 말인지는 모르지만 굳이 나쁜 뜻 같지는 않습니다.

또, 누군가는
'감사합니다'는 여러 사람을 상대로 할 때 쓰고,
'고맙습니다'는 한 사람을 상대할 때 쓴다고 하는데,
제 생각에 맞는 말이 아닙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감사하다'라는 말을 옳은 말로 알고 '고맙다'는 말을 젊은이들이 어른에게 쓰기에는 건방진 말로 여기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입니다. 가능하면 고유어를 써서 '고맙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감사합니다.도 잘못된 표현은 아닙니다.
라고 말합니다.

한 국어학자는
'고맙다'는 그림씨(형용사)로 같은 뜻의 한자말로 '감사하다'가 있는데
이는 그림씨로 쓰일 때는 '고맙다'와 뜻이 같지만 움직씨(동사)로 쓰일 때는 다르다.
'감사하다'가 그림씨로 쓰일 때는 '감사한 은혜,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와 같이 쓰고, 
움직씨(남움직씨, 제움직씨)로 쓰일 때는 '고마워하다', '고마운 마음으로 인사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니, '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써야 옳다.
그러나 이를 명백하게 구별해 쓸 자신이 없으면, 
어떤 경우에나 '고맙다, 고맙소, 고맙습니다'라 하면 절대로 실수할 염려가 없다.
라고 하십니다.

복잡한 것 다 버리고 이렇게 정리합시다.
"고맙게 여기는 마음이나 느낌"이라는 뜻의 낱말은
'고마움'과 '감사'가 있는데,
감사는 한자어이고 고마움은 순 우리말이니
되도록 고마움이라는 낱말을 씁시다.

어때요?

이번에 큰 인기를 받고 마감한
'고맙습니다'라는 연속극의 제목이 만약 '감사합니다'였다면 어땠을까요?
이렇게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을까요? ^^*

우리말123


[이 편지에 달린 댓글]

안녕하세요? 
매일 우리말편지를 보내주셔서 참 고맙습니다. 
그동안 제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틀려서 그런 건 아니구요. 
오늘 보내주신 편지에 나와 라는 말이 두 번이나 제 눈에 띄더군요. 
글이 뭔가 어색할 때는 불필요한 단어를 빼면 깔끔해지잖아요. 
그럼, 내내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1.고두심 씨가 나와 치매 걸린 어머니를 연기했던 드라마 있잖아요. 
→고두심씨가 치매 걸린 어머니를 연기했던 

2.그제 밤에는 MBC 휴먼드라마 '안녕, 아빠'를 보면서 한 시간 내내 울었습니다. 
<이 상황에서는 울었다는 말보다 훌쩍거렸다는 말이 맞을 것 같아요. 아무리 울보 어른이지만 울었다고 하니 좀 ……> 

새벽에도 애들 얼굴이 떠올라 잠이 오지 않더군요. 실은 제가 눈물이 무척 많답니다. 생긴 거와 다르게... ㅠ.ㅠ.지난주까지는 '고맙습니다'를 참 재밌게 봤습니다. 

3.에이즈에 걸린 꼬마와 치매 걸린 할아버지가 나와 따뜻한 가족 사랑을 보여준 연속극이었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꼬마와 치매 걸린 할아버지의 따뜻한 가족 사랑을 보여준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72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745
1756 [2013/07/18] 우리말) 소강과 주춤 머니북 2013-07-18 6844
1755 [2013/07/17] 우리말) 사날 머니북 2013-07-17 6313
1754 [2013/07/16] 우리말) 가슴을 에이는이 아니라 가슴을 에는 머니북 2013-07-16 5592
1753 [2013/07/15] 우리말) 호우는 큰비로 써야 합니다 머니북 2013-07-15 5657
1752 [2013/07/12] 우리말) 마음눈 머니북 2013-07-15 9035
1751 [2013/07/11] 우리말) 속앓이 머니북 2013-07-11 7746
1750 [2013/07/10] 우리말) 만날과 맨날 머니북 2013-07-10 8778
1749 [2013/07/09] 우리말) 누구와 아무 머니북 2013-07-09 8104
» [2013/07/08] 우리말) 블랙박스 머니북 2013-07-08 9407
1747 [2013/07/05] 우리말) 보라 머니북 2013-07-05 5524
1746 [2013/07/04] 우리말) 후덥지근과 후텁지근 머니북 2013-07-04 6452
1745 [2013/07/03] 우리말) 아등바등 머니북 2013-07-03 8599
1744 [2013/07/02] 우리말) 눈썹과 눈썰미 머니북 2013-07-02 7026
1743 [2013/07/01] 우리말) 기상과 기후 머니북 2013-07-01 7378
1742 [2013/06/28] 우리말) 알맞은과 걸맞은 머니북 2013-06-28 5837
1741 [2013/06/27] 우리말) 희귀난치질환 머니북 2013-06-27 7980
1740 [2013/06/26] 우리말) 사회복지사, 불임/난임 머니북 2013-06-26 7984
1739 [2013/06/25] 우리말) 슈퍼문 머니북 2013-06-25 4226
1738 [2013/06/24] 우리말) 혼신 머니북 2013-06-24 11549
1737 [2013/06/21] 우리말) 서울시장 페이스북에 뜬 글 머니북 2013-06-21 5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