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편지입니다.
[잘과 잘못]
아침 뉴스를 들으니 또 가슴이 미어지네요. 왜 죄 없는 어린이를 데려다가... 정말 나쁜놈입니다. 쩝......
어제 보내드린 편지를 보시고, 한 대학교 국문과 교수님이 댓글을 다셨습니다.
선생님의 의견에 동의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전에만 너무 묶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언어는 용법이라는 것도 중요한 것이니까 언중들의 용법이 바뀌는 중이라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사전의 정의를 다시 내려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요. 이런 면도 함께 언급해 주면 더 좋을 듯합니다. '대충대충'이 말 그대로만 쓰인다고는 볼 수 없거든요. (2007-04-24 11:24:38)
고맙습니다.
어제 약속한 대로 오늘은 '잘'을 좀 볼게요. 이 '잘'도 참 억울한 게 많은 낱말입니다.
교수님의 말씀대로 언어에 용법이 있어 실제로는 다르게 쓰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다만, 날마다 맞춤법 이야기만 보내면 좀 따분할 것 같아서, 좀 삐딱하게 나가보는 겁니다. ^^*
'잘'은 부사로 "좋고 훌륭하게" 또는 "옳고 바르게"라는 뜻으로 마음을 잘 써야 복을 받는다, 자식을 모두 잘 키웠다처럼 씁니다. 참 좋은 뜻의 낱말입니다.
다른 낱말로 '못'이 있습니다. 부사로 "(주로 동사 앞에 쓰여) 동사가 나타내는 동작을 할 수 없다거나 상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부정의 뜻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못 미덥다, 술을 못 마시다, 잠을 통 못 자다처럼 씁니다.
이처럼 못과 잘은 서로 반대의 뜻입니다. 따라서, 잘함과 못함을 함께 이르려면 '잘'과 '못'을 같이 쓰면 됩니다. 곧 '잘못'이죠. 맞죠?
그러나 사전에서 '잘못'을 찾아보면, "잘함과 못함"이 아니라 "잘하지 못한 짓이나 잘되지 않는 일"이라고 나옵니다. 좋고, 훌륭하고, 옳고, 바르다는 뜻은 없습니다. 왜 잘못의 뜻이 그래야 하죠? 좋은 뜻의 '잘'이 괜히 들어가서 오해를 받고 있잖아요. 안 그래요? 그러니 '잘'이 억울하죠. ^^*
'잘잘못'이라는 낱말이 있습니다. 사전에 보면,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왜 "잘함과 못함"이 아니라 "잘함과 잘못함"이라고 풀었죠? 이 또한 '잘'이 속 터질 일입니다.
제가 너무 '잘'편만 들었나요?
잘만 치우치게 사랑하고 좋아한다고 꾸중하셔도 저는 '못'보다 '잘'이 좋습니다. ^^* 잘 먹고, 잘 살고, 일도 잘하는 그런 저를 꿈꿔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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