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소고기와 쇠고기]
주말 잘 보내셨나요? 이제 이곳 수원도 벚꽃이 피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도 맨 밑에 벚꽃 사진을 붙입니다.
먼저, 어제 일요일 오전 8시 59분쯤 KBS 성장드라마에서 '제 5화'라고 제와 5를 띄어 썼습니다. '제5화'가 맞습니다.
일요일 밤 10시 43분, KBS1에서 광릉수목원에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물은 서식하는 게 아니라 자생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광릉수목원은 1999년에 국립수목원으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늘 아침 7시 8분, 벚꽃 구경하면서 주차 때문에 실랑이가 있었다고 했습니다. 실랑이가 아니라 승강이가 맞습니다.
오늘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요즘 FTA로 여기저기서 말이 많네요. 다른 것은 모르고 쇠고기 시장 개방 가운데, 소고기와 쇠고기를 알아볼게요.
여기에도, 이 작은 낱말 하나에도 재밌는 게 많이 숨어 있습니다.
먼저, 지난 1988년에 표준어 규정이 바뀌기 전까지는 쇠고기만 표준어였고 소고기는 사투리였습니다. 고기가 소의 부속물이라서 '소의 고기'가 되고 이를 줄여 '쇠고기'가 된 거죠. 그러다가 사람들이 소고기라고 많이 발음하니까 나중에 소고기도 표준어로 인정하게 된 겁니다. 쇠고기와 소고기가 복수표준어가 된 거죠. 사실 복수표준어이긴 하지만, 쇠고기가 원칙이고 소고기는 그렇게 써도 되는 것으로 인정한 겁니다. 재밌는 것은, 쇠고기와 소고기를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고 나니, 쇠로 시작하는 복합명사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가죽/쇠가죽, 소똥/쇠똥, 소꼬리/쇠꼬리, 소갈비/쇠갈비, 소기름/쇠기름, 소머리/쇠머리, 소뼈/쇠뼈 따위도 모두 표준어가 된 겁니다.
여기까지도 봐 줄만 합니다. 그런데 '소의'의 줄임말인 '쇠'가 철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렇다 보니, 쇠머리가 '소의 머리'인지, 단단한 '쇠 머리'인지 헷갈리게 된겁니다. 이건 또 어떻게 갈라야죠?
우리말123
보태기) 1. 소달구지는 쇠달구지라고 하지 않습니다. 달구지의 소의 부속물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소의 달구지'가 말이 안 되듯이, 쇠달구지도 말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그냥 달구지이지 소달구지도 아닙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