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꽃샘 추위가 물러갈 거라네요]
안녕하세요. 출근길에 눈을 보니 기분이 참 좋네요. 이제 곧 날씨가 풀릴 거라죠?
저는 꽃샘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참 좋습니다. 시샘이 아닌 꽃샘이잖아요. 봄에 밀려났던 추위가 돌아서서 보니 화창한 봄이 왠지 좀 싫었겠죠. 그래서 몰고 온 한바탕 추위를 우리 선조는 '꽃샘추위'라고 했습니다. 봄을 시샘해서 오는 추위지만 그것을 시샘추위라고 하지 않고 꽃샘추위라고 한 선조가 고맙습니다.
일기예보를 들으니,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이라고 하네요.
여기에는 '예정'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예정'은 도착할 예정, 떠날 예정, 일이 예정대로 진행되다처럼 씁니다. 곧, 주체가 사람이거나 사람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꽃샘추위는 사람이 아니고 사람의 뜻대로 다룰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꽃샘추위가 물러갈 예정입니다"가 아니라, "꽃샘추위가 물러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해야 합니다.
내친김에 '추위가 누그러져, 추위가 풀려'도 좋은 표현입니다.
추위는 싫지만 꽃샘추위라는 낱말은 좋았는데, 그게 물러간다니 조금은 서운하네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