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4] 우리말) 난임과 촌스럽다

조회 수 8545 추천 수 0 2013.11.04 08:30:22

이제는 '촌스럽다'는 낱말 풀이에
"자연과 함께하고자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촌을 사랑하여 자연과 함께 삶을 꾸리려는 마음가짐"이라는 뜻풀이도 더 넣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안녕하세요.

즐거운 월요일 아침입니다.
일터에 나오다 보니 안개가 짙게 끼어 있네요. 오늘은 날씨가 무척 좋을 것 같습니다.

1. 지난주에 내드린 문제를 맞히신 분 가운데 몇 분을 골라 선물을 보내드릴 겁니다.
실은 제가 일터에서 포털 메일을 볼 수 없습니다. 집에서 틈을 내 주소를 정리하다보니 좀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2. 오늘 아침 06:46에 MBC뉴스에서 '난임'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불임'이 아닌 '난임'이라고 썼습니다.
불치병은 제아무리 용을 써도 고칠 수 없는 병이고,
난치병은 어렵긴 하지만 고칠 수는 있는 병입니다.
불임과 난임도 
불임은 아무리 애를 써도 애를 밸 수 없는 것이고,
난임은 어렵지만 애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불임치료를 해서 애를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은 말이 안 되죠.
마땅히 난임치료라고 해야 바를 겁니다.

'난임'은 많은 분이 힘써서 지금은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올라 있습니다.
그렇게 표준국어대사전에 또 올려야 할 낱말이 바로 '촌스럽다'입니다.
'촌스럽다'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어울린 맛과 세련됨이 없이 어수룩한 데가 있다."라고 풀어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촌, 먹거리촌이란 말을 만들어 쓰고 더 나가서는 오토캠핑촌이라는 낱말도 만들어 씁니다.
'촌스럽다'가 덜떨어졌다는 뜻만 있다면 그런 낱말을 만들어 쓰지 않을 겁니다.
거기다 작년에는 귀촌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고도 합니다.
'촌스럽다'가 세련됨이 없다는 뜻만 있다면 귀촌이 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이제는 '촌스럽다'는 낱말 풀이에
"자연과 함께하고자 농촌으로 가는 사람들"이나
"촌을 사랑하여 자연과 함께 삶을 꾸리려는 마음가짐"이라는 뜻풀이도 더 넣어주실 때가 되지 않았을까요?

고맙습니다.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동남풍과 남동풍]

오늘도 방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며칠 전에 
동서남북이 새한마높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동풍은 샛바람이고,
남풍은 마파람,
서풍은 하늬바람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동쪽과 남쪽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을 알아볼게요.
그걸 남동쪽이라고 할까요, 동남쪽이라고 할까요?
그쪽에서 부는 바람이 동남풍일까요, 남동풍일까요?
학교에서는 남동쪽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남동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중국놈들이 깝죽대는 것을 '동북공정'이라고 하지 '북동공정'이라고는 안 하는 것 같고,
베트남과 필리핀을 '동남아시아'라고 하지 '남동아시아'라고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잠시 접어 두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에 보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남동쪽이 아니라 동남쪽입니다.

이쯤 되면 헷갈리시죠?
두 방향의 사이를 말할 때 동서를 먼저 쓸까요, 남북을 먼저 쓸까요?


서양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Northwest 항공이잖아요.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서'를 먼저 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울릉도 동남쪽에 독도가 있다고 말하고,
동남아시아라고 말합니다.
중국도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우는 과학기술은 서양에서 들어온 게 많아서,
과학기술용어는 남북을 먼저 쓰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구과학이나 기상학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재밌는 것은,
국어사전에는 동남풍과 남동풍, 북서풍과 서북풍이 다 들어있습니다.
기상학이라는 서양학문에 따라 기상을 따지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성제훈 박사님의 [우리말123] 게시판 입니다. id: moneyplan 2006-08-14 144065
공지 맞춤법 검사기^^ id: moneyplan 2008-11-18 149737
1836 [2013/11/28] 우리말) 오지랖 머니북 2013-11-28 11052
1835 [2013/11/27] 우리말) 저녁과 저물녘 머니북 2013-11-28 5793
1834 [2013/11/26] 우리말) 며칠 머니북 2013-11-27 5450
1833 [2013/11/25]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 머니북 2013-11-25 6817
1832 [2013/11/22] 우리말) '가다'와 '하다'의 쓰임이 다른 까닭은? 머니북 2013-11-22 4258
1831 [2013/11/21] 우리말) 싫증과 실증 머니북 2013-11-21 6178
1830 [2013/11/20] 우리말) 주의와 주위 머니북 2013-11-20 5668
1829 [2013/11/19] 우리말) 웬과 왠지 머니북 2013-11-19 8772
1828 [2013/11/18] 우리말) 멀거니와 멀겋다 머니북 2013-11-18 5856
1827 [2013/11/15] 우리말) 잠 이야기 머니북 2013-11-15 7846
1826 [2013/11/14] 우리말) 날짜 헤아리기 머니북 2013-11-14 8132
1825 [2013/11/13] 우리말) '계란 껍질' 머니북 2013-11-13 6912
1824 [2013/11/12] 우리말) 잿밥과 젯밥 머니북 2013-11-12 9908
1823 [2013/11/11] 우리말) 영상 머니북 2013-11-11 6737
1822 [2013/11/08] 우리말) 결혼과 혼인 머니북 2013-11-08 7419
1821 [2013/11/07] 우리말) 족집게와 [족찝께] 머니북 2013-11-08 9591
1820 [2013/11/06] 우리말) 들르다와 들리다 머니북 2013-11-06 6032
1819 [2013/11/05] 우리말) 동거동락 머니북 2013-11-06 7441
» [2013/11/04] 우리말) 난임과 촌스럽다 머니북 2013-11-04 8545
1817 [2013/11/01] 우리말) 꽃잠과 말머리아이 머니북 2013-11-01 7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