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래는 2007년에 보낸 우리말 편지입니다.
[동남풍과 남동풍]
오늘도 방향 이야기를 좀 해 볼게요.
며칠 전에 동서남북이 새한마높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래서 동풍은 샛바람이고, 남풍은 마파람, 서풍은 하늬바람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오늘은 동쪽과 남쪽의 사이를 가리키는 말을 알아볼게요. 그걸 남동쪽이라고 할까요, 동남쪽이라고 할까요? 그쪽에서 부는 바람이 동남풍일까요, 남동풍일까요? 학교에서는 남동쪽이라고 배운 것 같은데......
삼국지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남동풍'이 부라고 기도했을까요? 중국놈들이 깝죽대는 것을 '동북공정'이라고 하지 '북동공정'이라고는 안 하는 것 같고, 베트남과 필리핀을 '동남아시아'라고 하지 '남동아시아'라고는 안 하는 것 같은데...
잠시 접어 두고, '독도는 우리 땅' 노랫말에 보면, '울릉도 동남쪽 뱃길따라 200리...'라고 나옵니다. 여기서는 남동쪽이 아니라 동남쪽입니다.
이쯤 되면 헷갈리시죠? 두 방향의 사이를 말할 때 동서를 먼저 쓸까요, 남북을 먼저 쓸까요?
서양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Northwest 항공이잖아요. 그러나 동양에서는 '동서'를 먼저 씁니다. 그래서 우리는 울릉도 동남쪽에 독도가 있다고 말하고, 동남아시아라고 말합니다. 중국도 동북공정이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우리가 배우는 과학기술은 서양에서 들어온 게 많아서, 과학기술용어는 남북을 먼저 쓰는 게 많습니다. 그래서 지구과학이나 기상학에서는 남북을 먼저 씁니다.
재밌는 것은, 국어사전에는 동남풍과 남동풍, 북서풍과 서북풍이 다 들어있습니다. 기상학이라는 서양학문에 따라 기상을 따지면서도 우리의 자존심은 지키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고맙습니다. |